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녹색철강 전환 성적표가 공개됐다. 볼보와 테슬라가 선두권에 올랐고, 메르세데스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반면 토요타·닛산·혼다는 하위권에 머물며 아시아 업체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유럽 교통환경단체 T&E는 4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확산으로 배출가스는 줄고 있지만 철강이 여전히 차량 생산 과정에서 16~27%의 탄소 배출을 차지하고 있어 탈탄소 전환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녹색철강 선도 기업, 볼보·메르세데스·테슬라
전기차 확산으로 배기가스는 줄어들고 있지만,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탄소 배출 비중은 여전히 16~27%에 달한다. 이에 따라 석탄 기반 제철 대신 재생에너지 기반의 ‘녹색철강(Green Steel)’이 차세대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NGO 네트워크인 리드 더 차지(Lead the Charge)’의 연례 평가에 따르면 볼보는 공급망 투명성, 재활용 및 저탄소 철강 목표, 탄소중립 철강 구매 계약 등 세 가지 지표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볼보는 2030년까지 전체 철강 사용량의 절반을 저탄소 철강으로 전환하고, 재활용 강재 비중을 35%까지 높이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메르세데스는 2030년까지 유럽 프레스샵에서 사용하는 철강의 3분의 1을 저탄소 철강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비중이 전체 철강 사용량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아 평가에서 감점을 받았다.
테슬라는 철강 공급망의 스코프3 배출량을 공개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2023년 기준 철강이 공급망 전체 배출의 6.48%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GM과 포드가 그 뒤를 이었다.
중국 지리는 2년 연속 가장 큰 폭의 점수 상승을 기록하며 공급망 지속가능성과 책임 조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아와 폭스바겐도 올해 인상적인 점수 향상을 보였다. 반면 일본 토요타·닛산·혼다는 평가에서 가장 뒤처졌다. 토요타와 혼다가 인권 실사 부문에서 일부 진전을 보였지만, 세 기업 모두 공급망 지속가능성과 탈탄소화 부문에서는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토요타는 2023년부터 평가를 받아 온 기업 중 유일하게 단 한 분야에서도 점수 향상이 없었다. 하위권에는 중국 BYD와 GAC, 유럽에서는 르노와 스텔란티스가 포함됐다.
이번 분석은 세계 18개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공급망 탈탄소화를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에도 50% 이상 총점을 얻은 기업은 한 곳도 없었으며, 전체 평균은 22%에 불과했다. 특히 볼보의 점수는 유럽 평균의 두 배 이상이었던 반면, 스텔란티스는 평균의 7분의 1 수준(3% 미만)에 그쳤다.
EU, 녹색철강 의무화 추진
보고서는 유럽과 미국 제조사들이 한국·일본·중국보다 전반적으로 앞서 있지만, 실제 저탄소 철강 사용 비율은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offtake agreement)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EU는 ‘산업 탈탄소 가속화법(IDAA)’을 통해 2030년부터 신차에 사용되는 철강의 최소 40%를 녹색철강으로 의무화하고, 2035년에는 75%, 2040년에는 100%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철강 탄소 라벨링 제도도 도입된다. 라벨에는 철강 톤당 배출량(tCO₂/t), 스크랩 사용 비중 등이 표시되며, 탄소국경조정제(CBAM)와 연계해 해외 생산품의 배출량까지 검증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은 생산자가 특정 제품을 장기간 공급하고 구매자가 정해진 조건으로 안정적으로 구매하기로 약속하는 방식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큰 친환경 소재 산업에서 주로 활용되며, 공급자는 수요 안정성을, 구매자는 자원 확보의 확실성을 얻는 장점이 있다.
한편 국내 자동차 업계의 철강 공급망 탈탄소 전략은 여전히 미흡한 편이다. 지난해 기후솔루션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음에도 주요 강판 공급사인 현대제철의 로드맵 부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