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완성차 업체들이 2025~2027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대부분 달성할 전망이지만, 내연기관 중심 전략을 고수하는 메르세데스-벤츠는 배출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단체 T&E(Transport & Environment)는 8일(현지시각)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BMW, 르노,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판매 급증으로 규제 기준을 충족하거나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메르세데스는 내연기관 판매 비중이 높아 낙오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내연기관 의존에 ‘발목’
EU는 2025~2027년 완성차 업체들에게 평균 탄소배출량을 km당 93.6g 이하로 낮추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BMW는 EU 기준 대비 13gCO₂/km(WLTP), 스텔란티스와 르노는 각각 9g, 2gCO₂/km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폭스바겐 역시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T&E는 이 같은 성과의 핵심 배경으로 전기차 확대를 지목했다. 실제로 유럽 내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 비중은 2025년 18%에서 2027년 3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수요 확대를 이끈 동인으로는 ▲배터리 가격 하락 ▲충전 인프라 확충 ▲보급형 모델 출시가 꼽혔다. 배터리 전기차 가격은 2022년 이후 올해 말까지 27% 내려갔으며, 2027년까지 28%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3년간 최대 하락폭이다. 또한 충전 인프라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EU 고속도로의 약 80% 구간에 이미 충전소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T&E는 메르세데스가 내연기관차 중심 전략 탓에 전기차 전환 속도가 뒤처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목표 달성도 늦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자동차산업협회(ACEA) 의장국으로서 규제 완화를 가장 강하게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는 EU 기준 대비 10gCO₂/km 미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메르세데스는 목표를 초과 달성한 업체들과 ‘풀링(pooling)’을 맺어 배출량을 분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감축 기준을 초과 달성한 업체와 배출량을 공동 산정해 평균치를 낮추는 방식이다. 현재 메르세데스는 지리자동차와 공동 설립한 전기차 브랜드 스마트(Smart)와 풀을 구성하고 있으며, 향후 지리 계열사인 볼보·폴스타와의 협력도 확대할 방침이다.
T&E, "EU 규제 완화하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뒤쳐질 수도" 경고
EU 집행위는 지난 3월 업계 요구를 반영해 배출 기준 달성 시한을 1년에서 3년으로 유예했다. 이에 따라 2025~2027년 평균 배출량 기준이 적용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과징금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단일 연도 기준이었다면 수십억 유로 규모의 벌금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그러나 T&E는 이 같은 규제 완화가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이 전기차 가격 프리미엄을 인위적으로 높여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 확대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는 2025년 초 내연기관 대비 30% 비쌌으나, 6월에는 격차가 40%까지 벌어졌다.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5~2027년 EU 내 전기차 판매는 당초 예상보다 200만 대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T&E는 이번 보고서에서 EU가 규제 완화가 아닌 지속적인 압박을 강화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뤼시앵 마튀 T&E 자동차 담당 이사는 “완성차 업체들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지만, 실제로는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 변화를 이끄는 핵심 요인은 규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제를 약화시키면 메르세데스처럼 뒤처지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T&E는 유럽은 지금 전기차 시대를 주도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지, 아니면 내연기관 시대에 머물러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지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적 기로에 서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국가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멕시코 5%, 인도네시아 13%, 태국 24%, 중국 30%, 베트남 42%로 나타났다.
유럽이 전환 속도를 늦추는 사이 아시아와 신흥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빠르게 전기차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특히 2030·2035년 감축 목표가 완화된다면 지금까지 이어온 전기차 투자와 혁신이 흔들리면서, 중국이 오히려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글로벌 완성차 녹색철강 성적표…볼보·테슬라 앞서고 토요타는 부진
- EU 2035 내연차 금지 흔들리나…업계 “지원책 없인 불가능”
- 중국 전기차, 해외 투자 첫 역전…배터리 74% 집중에도 고비용 부담
- 140억달러 쏟은 빈패스트, 美·유럽 접고 아시아로 방향 전환
- 판매·안전성 다 잡은 중국차…BYD·지커, 유럽 진출 가속
- BMW, ‘노이어 클라쎄’로 전기차 대전환 가속…“BMW 109년 역사상 최대 투자”
- 英 대법, ‘자동차 금융 커미션’ 위법성 판단 임박…BMW, 제조사 중 첫 충당금 반영
- 스텔란티스 디젤차, 배출 조작 공식 인정…유럽 완성차 첫 법적 판단
- 메르세데스-벤츠, 자체 부지에 140MW 풍력단지 착공…전력수요 20% 충당
- 폭스바겐 이어 포드·르노 등 5개사 피소…英사법사상 최대 집단소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