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바나 리소스 X(트위터)
사진=사바나 리소스 X(트위터)

글로벌 리튬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런던 상장사 사바나 리소스(Savannah Resources)와 포르투갈 정부가 바라조(Barroso) 광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전략적 사업으로 지정했지만 자금 지원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업과 정부는 전진하고 EU는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바나는 포르투갈 북부 바라조(Barroso)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향후 2년 반 동안 3억~3억5000만유로(약 4884억~5698억원)의 건설 자금 조달에 착수했다.

 

EU 전략 지정에도… 자금 지원은 지연

EU는 올해 초 바라조 프로젝트를 전략적 사업으로 지정했지만, 실제 자금 지원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사바나 리소스의 에마누엘 프로엔사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전략적 성격의 프로젝트라면 이미 EU 개발 지원을 받았어야 한다”며 “개발을 가속할 수 있는 형태의 지원기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바나는 2017년 채굴권을 확보한 뒤 지금까지 약 5000만유로(약 814억원)를 자체 조달해 개발을 이어왔다. EU 지정으로 일부 비용을 보전할 가능성이 생겼지만, 현재까지 투입된 자금은 모두 사바나 측에서 나왔다.

 

리튬 가격 반등 기대… 공급 과잉 리스크는 여전

글로벌 리튬 시장은 여전히 침체 국면이다. 호주, 칠레, 중국의 주요 생산자들이 공급 과잉으로 큰 손실을 기록하는 가운데, 사바나는 개발을 멈추지 않고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리튬 가격이 반등하며 회복 기대가 커졌지만, 반등세가 지속될 경우 기존 생산자들의 재가동도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신규 광산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면서 EU 지원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략 사업으로 지정된 프로젝트 상당수는 일정 지연을 겪고 있고, EU는 리튬을 포함한 핵심 광물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프로엔사 CEO는 바라조의 수익성과 공급망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바라조 프로젝트는 톤당 600달러(약 83만원) 수준에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며 “유럽 내 공급망 안정과 짧은 운송거리를 원하는 고객을 겨냥해 대규모 생산자와 가격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은 수십 년 동안 세라믹 산업용 리튬을 채굴해 왔으나, 배터리급 리튬을 상업 규모로 생산한 적은 없다. 바라조의 생산 시작 시점도 애초 목표였던 2027년보다 1년 늦춰진 2028년으로 예상된다. 프로엔사 CEO는 프로젝트의 잠재 가치를 약 10억유로(약 1조6281억원)로 내다봤다.

 

배터리 허브 꿈꾸는 포르투갈… 환경·지역사회 반발은 부담

바라조 광산의 향방은 포르투갈의 배터리 산업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배터리 밸류체인 거점으로 도약을 추진 중이다. 중국 국영 지분이 포함된 배터리 제조사 CALB가 남서부 시네스에서 23억달러(약 3조1963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했고, 북부 포르투 인근 에스타레자는 리튬 정제소 후보지로 거론된다.

완성차 업계도 속속 자리를 잡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비제우 인근 조립공장에서 전기 상용차 생산에 들어갔고, 팔멜라의 폭스바겐 오토유로파 공장은 2027년 전기차 신모델 양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바라조 광산 개발은 환경과 지역사회의 강한 반발을 마주하고 있다. 2023년 공청회에서는 수질과 생물다양성, 농업 유산 훼손 우려가 제기됐고, 올해 초에는 토지 소유주 반발로 시추 작업이 일시 중단됐다. 지난 3일 유엔 위원회는 포르투갈이 바라조 광산의 환경 인허가 과정에서 대중의 정보 접근을 제한해 국제 협약을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사바나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지역사회 참여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 행사에 참여하고, 정보센터를 커뮤니티 허브로 전환하는 등 신뢰 구축에 나섰다. 프로엔사 CEO는 “지역 사회부터 주주까지 모두에게 좋은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가 많지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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