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글로벌 기업의 탄소 중립을 향한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 연구소 보유기업의 절반 이상이 자사의 탄소중립 관련 기술 수준을 글로벌 최고 수준 대비 50% 이하로 평가했다. 또 60%는 탄소중립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거나 시작하는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지난 21일 이와 같은 내용의 '탄소중립 관련 기업 R&D(연구·개발) 현황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는 기업연구소(전담부서) 보유기업 679개사가 참여했고 이 가운데 탄소중립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319곳이었다.
기업들은 탄소중립 실현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중 78.5%는 '탄소중립 실현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전체의 49%는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탄소중립의 영향이 크지 않거나 무관하다'는 응답은 8.7%에 그쳤다.
그러나 실제 탄소중립 관련 대응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답한 기업의 47%는 탄소중립 준비가 '시작 단계'라고 했고, 12.9%는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종 특성별 대응 수준은 신재생에너지 등 탄소 감축 관련 업종의 경우 '거의 실현 단계' 기업이 16.9%지만, 탄소 배출 관리가 필요한 업종은 대응이 절반 이상 진척된 기업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탄소중립 기술도 세계와 비교했을 때 취약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과 관련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52.4%는 기업의 기술이 글로벌 최고 수준 대비 50% 이하라고 답했다. 필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기술 확보를 위한 R&D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기업은 42%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탄소중립 기술개발과 관련해 비용 부담을 크게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R&D(연구·개발)사업 예산 확대 등 지원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기술확보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비용 부담'을 꼽은 비율이 58.9%로 가장 높았고, '인프라 부족'이 38.9%, '전문 연구인력 부족'이 37.3%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으로는 정부 R&D 사업 예산 확대가 96.9%로 가장 높았다. 실증 인프라 및 관련제도 정비가 85.9%, R&D 세제지원 확대가 85.3%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기업의 39.3%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기업과 정부의 역할분담 및 협력을 꼽았다.
마창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략적 핵심기술 확보에 있어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전략이 필요하고 정부와 민간의 협력과 역할분담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난 3월에 발족한 민간R&D협의체가 산업현장의 수요를 대변해 탄소중립 달성을 앞당기는데 정부와 동반자적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