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화석연료 업계가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대신 기존 연료와 신기술을 병행하는 ‘에너지 추가(Energy Addition)’ 개념을 내세우며 산업 내 패러다임 전환을 환영하고 있다.
CNBC는 5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지난 30일에 열린 세계 최대 석유 콘퍼런스 ‘아부다비 국제석유박람회 및 회의(ADIPEC)’ 현장에서 주요 업계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에너지원에 대한 균형적 접근법 주목…OPEC “지난 몇 년간 귀에 닳도록 주장”
석유수출국기구(OPEC) 하이탐 알 가이스 사무총장은 “세계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산업계의 담론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며 “3년 전만 해도 모든 담론이 에너지 전환, 기후변화 대응, 화석연료 퇴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균형 잡힌 접근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변화된 담론이야말로 OPEC이 지난 2~4년간 일관되게 주장해온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인식은 회의에 참석한 여러 기업 관계자들에게서도 확인됐다. 이들은 공급망 안정과 AI 등 신산업의 전력 수요 확대에 대응해야 하는 필요성에 공감해 ‘에너지 추가’ 개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에너지 추가’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을 기존 화석연료와 병행해 개발·활용함으로써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자는 접근이다. ‘에너지 전환’은 한 에너지원에서 다른 에너지원으로 완전히 이동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에너지 전환’ 중심의 기존 담론에서 벗어나, 기존 자원을 병행하는 ‘에너지 추가’라는 새로운 균형 전략이 주목받았다.
한편 기후 과학자들은 지속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려면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경고해왔다. 특히 에너지전환이 강조된 배경에는 석탄·석유·가스 연소가 기후 위기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대체 아닌 강화…AI·도시화가 불러온 새로운 수요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자 석유기업 ADNOC 최고경영자이고, COP28 의장까지 지냈던 술탄 알 자베르는 ADIPEC 개막식에서 전 세계적으로 급증한 전력 수요를 언급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그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이지만 동시에 “LNG 수요도 50% 증가하고, 석유 수요는 하루 1억배럴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이 모든 것은 단일 경로의 에너지 전환보다 훨씬 복잡한 현실을 의미한다”며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대체’가 아닌 ‘강화’, 즉 ‘에너지 추가’ 를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석유협회(API) 회장 마이크 서머스 역시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더 많은 냉방 수요, 전력망에 연결되는 수많은 기기 등 에너지 소비 요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하며, “우리는 ‘에너지 전환’에서 ‘전환 이후’로 넘어가고 있고, 앞으로의 현실에는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임을 모두가 인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 현실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에너지 분석가이자 S&P 글로벌 부회장 댄 예르긴도 “미국 기술기업들이 AI 확장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규모 수요 급증이 다가오고 있다”며, “현재 미국 GDP 성장의 절반 가량이 이들 대형 기술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드 매킨지 미주 부회장 에드 크룩스는 “이번 회의에서도 여전히 ‘에너지 전환’ 논의가 핵심 주제로 자리했지만, 그 의미는 참석자마다 다르게 이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에너지 전환’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나 지구 온도 상승 1.5도 억제의 측면에서 보는 것보다 재생에너지 성장, 전기차 확대,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의미하는 바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