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위원장 "향후 환경(E)·사회(S) 관련 중점관리사안 마련해 시행 예정“
"향후 국민연금기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결과의 분석 및 ESG Controversy Issue(예상하지 못한 우려)의 분석을 통해 환경(E), 사회(S) 관련 중점관리 사안을 마련하고 시행할 예정이다."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코로나 이후 지속경영 ESG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열린 '2021 한국금융미래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ESG에 대한 관심은 특히 최근 6개월 사이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늘어났으며, 이는 지속적 이슈 제기와 연구를 바탕으로 성장한 외국의 ESG 환경과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ESG는 기존에 대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총수일가의 범죄 등에서 비롯된 기업지배구조(G)의 이슈가 중점적이었으며, 국민연금은 기금의 가치 보호를 위해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주로 주주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환경(E)과 사회(S)에 대한 관심 역시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제도 변화 전망에 따라 이슈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 위원장은 "특히 이러한 흐름은 환경(E)과 사회(S)에 관한 국내 ESG 평가지표 및 주주권 행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민연금기금 역시 투자자로서 시장의 변화에 따라 환경(E)과 사회(S)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ESG에 대해 ”전부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원 위원장은 ”기업 가치 향상을 추구해 기금의 중장기적 수익 제고를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ESG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전 세계 투자의 기준이 되고 있는만큼 국민연금도 기업 거버넌스를 넘어 환경, 사회 영역을 투자 의사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은 보여왔다. 국민연금은 "ESG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담보하는 전제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내년까지 ESG에 대한 국민연금 입장도 정리할 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공적연금(GPIF), ”명분 위해 수익률 희생 안 돼“
1조60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공적연기금 일본 정부 연금투자 펀드(GPIF)는 2017년 7월, ESG 부문에 1조 엔(90억 달러)을 투자했다. 그 후 GPIF는 2018년에 탄소 효율 지수 2개에 1조2000억 엔을, 지난해 12월에는 ESG 외국인 지수 2개에 1조3000억 엔을 각각 투자한 바 있다.
활발한 ESG 투자를 해오던 GPIF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환경이나 ESG라는 명분을 위해 수익을 희생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유는 실적부진이었다.
GPIF는 ESG 투자 초기에 여성을 고용하고 승진시키는 일본 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 소셜지수를 만든 바 있다. `윈 인덱스(Win index)`라고도 불리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재팬 임파워링 위민 인덱스(MSCI Japan Empowering Women Index)`는 작년부터 지난달 20일까지 37.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일본 대표지수인 토픽스(Topix)의 43.4%에 비해 저조한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각각 39.4%와 40.2%의 수익률에 그친 `MSCI 재팬 ESG지수`와 `도쿄증권거래소 탄소효율지수(JPX Carbon Efficient)`도 토픽스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심각한 고령사회인 일본을 지탱하기 위해 매년 1.7% 이상의 실질 투자수익률을 내야 하는 GPIF로서는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SG 성적이 높을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로, ESG가 테마화 되면서 순유입 자금이 주가를 밀어 올린 것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매달 늘어나던 글로벌 ESG ETF 자금 순유입 규모가 3~4월 두 달 연속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1월까지만 해도 패시브 성격의 글로벌 ESG ETF에 들어오는 자금 중 40%를 차지하던 `아이셰어스 글로벌 클린에너지 ETF`와 같은 청정에너지 ETF는 최근 1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ESG 투자의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다. ESG가 테마주처럼 떠오르면서, 최근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청정 에너지 관련 기술주나 탄소 효율 기술까지도 ESG로 분류됐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탄소 효율성이 단순히 기술이라면 ESG 펀드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나스닥 100을 추적하는 인베스코 QQQQ 트러스트가 훨씬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 아닐까?“
수동적인 ESG 투자가 수익률을 담보해주는 시간은 끝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블룸버그는 ”도그마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