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석유 시장 침체 위기
기존 석유 의존사업 벗어나 친환경, 재생에너지 등 사업 다각화
2050년 탄소 제로(0) 달성에 기여
세계 2위 석유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9일(현지시각) 석유화학 사업을 50억 달러(6조원)에 이네오스(Ineos)에 매각하기로 밝혔다.
이네오스는 영국의 부호 짐 라치클리프가 이끄는 세계 최대 석유화학기업 중 하나로 26개국에서 180개 이상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석유는 전체 사업 중 약 23%를 차지하고 있다. BP는 지난 2005년에도 석유화학 사업의 일부를 이네오스에 90억달러(약10조원)에 매각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독일을 제외한 중국, 유럽, 미국 등 14개 제조현장·공장 등을 매각할 예정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BP의 이 같은 결정은 2050년 탄소 중립목표 달성과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로 인한 재정 악화를 이유로 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 석유 시장이 침체되면서 BP는 사업을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친환경, 재생에너지 등으로 다각화하려는 것이다.
BP는 1분기 순이익이 8억달러(약 9500억원)로 전년 동기(24억 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말 기준 BP의 부채는 450억달러(55조5000억원)에 달한다. 저유가로 매출이 계속 떨어질 경우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BP는 이같은 이유로 이달 초 전체 직원의 15%에 달하는 1만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BP는 앞서 지난달에도 고위 임원급 250명 중 절반이 넘는 130명을 감원하고, 임원들의 현금 보너스를 없애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CEO 루니, "석유의존적 사업구조 개혁하고 탄소배출량 제로 만들 것"
이번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 정유사들에게 위기였다. 석유 수요가 급감하고 국제 유가가 폭락하는 등 정유기업들은 더 이상 석유산업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순이익이 반토막 난 글로벌 정유 기업들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의 석유 의존 사업에서 벗어나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 중이다.
지난 2월 취임한 BP의 CEO 루니(Looney) 또한 “석유 의존적인 사업 구조를 개혁하고 회사의 사업 활동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BP는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인력 및 설비투자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재생에너지 투자는 기존 계획대로 추진키로 했다. 지난 4월 투자자 설명회에서 루니는 "친환경 사업 예산 5억달러(약 6000억원)는 삭감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BP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충족함으로써 위기를 타개할 예정이다.
모든 석유업계는 수년간 화석연료가 주식시장의 최악의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번 BP의 석유사업 매각은 전 세계 정유기업들에게 탈(脫) 석유 및 친환경사업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