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문화예술 후원 파트너십이 깨졌다. 영국 석유기업 BP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압박이 문화예술기관에까지 미쳤기 때문이다.
"문화 산업에 막대한 후원금을 들여 기업 이미지 워싱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요지다. 결국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은 기후 활동가들의 압박에 못이겨 BP와의 30년 파트너십을 종료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기후 행동주의자들, “예술은 오일이 아냐”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은 전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로 ‘BP 포트레이트 어워드(BP Portrait Award)’를 진행해왔다. 전 세계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자 신진 작가를 발굴해내는 이 상은 1990년부터 BP의 후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 이슈가 주목을 받고, 정치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석유기업이 문화 기관을 지원하는 것 또한 항의의 표적이 되었다.
‘BP or Not BP’, ‘Art Not Oil’ 연합과 같은 환경 운동 단체들은 대영박물관, 로열 오페라 하우스,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에게 BP의 후원 계약을 종료할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여 왔다. 네 기관에 걸친 후원금의 규모는 750만 파운드(한화 약 122억)에 달한다.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BP와 30년간의 파트너십 종료
지난 22일,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은 “BP와의 30년 넘게 해온 파트너십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니콜라스 컬리난(Nicholas Cullinan)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관장은 성명을 통해 "갤러리는 ‘BP 어워드’를 장기간 지원해준 BP에게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럽의 수석 부사장이자 영국 BP의 수장인 루이스 킹햄(Louise Kingham)은 "2050년까지 넷제로 전환을 목표로 함에 따라, BP는 우리의 재능, 경험, 자원을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관에 대한 BP의 후원은 오는 12월에 종료된다. 이에 BP 포트레이트 어워드는 2021년과 2022년에 개최되지 않으며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은 재정비를 위해 잠시 문을 닫은 상태다.
영국의 극단인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 RSC)와 BP는 2019년에 파트너십을 종료했다.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비롯해 전 세계에 4곳의 미술관을 거느린 ‘테이트 재단(The Tate)’도 2017년 BP와 관계를 정리한 바 있다.
예술에 대한 BP의 개입을 반대하는 몇몇 단체 중 하나인 ‘컬처 언스테인드(Culture Unstained)’의 공동 이사 크리스 개러드(Chris Garrard)는 이러한 미술관의 결정에 대해 "중요한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BP가 이미지를 정리할 수 있는 문화 기관이 줄어들고 있다"라고 전했다.
모든 박물관이 동참한 것은 아냐…대영박물관은 계속 후원받는 중
기후활동가를 비롯한 일부 예술인들은 캠페인의 승리를 자축했지만 모든 문화 기관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은 “정부가 예술 자금을 지속적으로 삭감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후원은 대중에게 선보일 전시회를 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어 "외부의 지원 없이는 많은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른 주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금이 줄어들 때 이 작품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Royal Opera House) 역시 BP와 파트너 관계에 있다. 개러드 이사는 “대영박물관이 2023년 자금지원을 재개하기 위해 이미 석유회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만약 대영박물관이 이 파트너십을 갱신하려고 한다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중의 의견과는 동떨어진 결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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