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평가사를 넘어 ESG 평가, 지수 제공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닝스타(Morningstar)는 지난해 7월 잔뼈가 굵은 ESG 평가기관인 서스테널리틱스(Sustainalytics)를 인수하며 데이터에서 솔루션까지 제공하게 됐다.

서스테널리틱스는 25년 간 전 세계 4만개 기업의 데이터와 2만개의 회사 및 172개국의 평가 등급을 제공한 굵직한 평가기관이다. 서스테널리틱스의 주식 등급인 ESG 리스크 등급(ESG Risk Ratings)은 기관 자산관리자, 연기금 및 기타 금융시장 참가자에게 잘 알려진 벤치마크로, 이들은 투자 과정과 의사 결정에 ESG 요소를 통합해 반영한다.

일찌감치 눈을 뜬 모닝스타 코리아의 정승혜 상무는 “세계는 지금 ESG 평가 3.0에 들어왔다”며 “한국 시장은 2.0 초입 단계”라고 평가했다.  정 상무는 모닝스타 코리아에서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다. 타워스왓슨과 피델리티자산운용에서 수석컨설턴트와 리서치 및 자산운용업시장분석가로 근무하기도 했다.

Q. 글로벌 독립투자 리서치사인 모닝스타, 최근 ESG 평가기관인 서스테널리틱스와 합병하며 더욱 강해졌다. 모닝스타가 보는 ESG 평가란?

최근 국내에서도 ESG 평가 등급을 중요하게 보는 기업이 많아졌다. 다만 ESG 평가 등급도 진화해왔다. 1단계·2단계·3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해외에서는 2015년 ESG 중대성 요소에 대한 연구가 나오면서 3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초기단계인 버전 1.0은 업종별로 ESG 이슈에 대해 차별점을 거의 반영하지 못했던 때다. 이 때는 기업 공시 정보를 얻어서 해석하는 수준이었고, ESG이슈가 업종별로 다른데도 차이를 설명하는 가중치 체계가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학계와 업계에서 ESG이슈와 재무성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ESG등급이 급속도록 발전했다. 이때를 버전 2.0이라고 한다. 투자자가 재무적으로 연관된 ESG 정보에 대해 많이 요구하고, 기업 공시도 더욱 상세하게 공개되고, 보편화되면서 ESG 등급 산업이 고도로 전문화되던 때다. 투자자들은 기업가치평가, 참여 등에 ESG데이터를 통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데 노력했고, ESG등급 제공회사들은 지속가능한 거버넌스를 평가하여 정량화하고, 중대성에 따라 기업 평가를 차별화하는 새로운 측정 기준을 설계했다.

국내의 평가단계는 2단계 정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이라서, 특히 환경 이슈 같은 경우에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비즈니스를 해 왔지만, 중소기업들은 이제 ESG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ESG 정보 공시에 대한 필요성과 규제가 생겨나면서 차츰 눈을 뜨게 됐다고 본다.

반면 해외에선 3단계에 돌입하고 시간이 꽤 흘렀다. 2단계에서도 재무성과와 ESG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됐지만, 중대한(Material) 이슈와 중대하지 않은 이슈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6년 하버드 대학의 조지 세라핌 교수의 Corporate Sustainability: First Evidence on Materiality 연구가 ESG 요소 중 중대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평가도 재무적 중대성을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기업평가를 차별화하는 새로운 기준도 만들어졌다. 모닝스타에선 이걸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이슈(Financially Material ESG Issue)라고 부른다.

이즈음부터 중대한 ESG 이슈를 개발할 때 SASB의 중대성 지도를 참고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지속가능 이슈 중 재무적인 영향을 주는 중대한 이슈와 그렇지 않은 이슈를 구분했을 때 성과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중대한 ESG 이슈와 그렇지 않은 이슈를 관리한 기업의 성과/모닝스타 
중대한 ESG 이슈와 그렇지 않은 이슈를 관리한 기업의 성과/모닝스타 

서스테널리틱스의 조사 결과, 중대한 ESG 이슈에 대한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저조한 기업의 주식성과를 크게 능가했다. 중대한 이슈와 중대하지 않은 이슈를 모두 관리한 기업도 둘 다 하지 않은 기업보다는 성과가 좋았다. 다만 중대한 이슈를 구분한 기업은 자원 배분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Q. 중대성 이슈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다.

서스테널리틱스가 ESG 평가에 참고하는 중대성 기준을 예로 들면서 설명해볼 수 있겠다. 중대한 환경, 사회 이슈 20개와 기업 거버넌스 이슈 6개를 먼저 선정했다. 환경의 경우 ▲생산에서 배출되는 탄소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때 배출되는 탄소 ▲공급망에서의 토지 사용 및 생물 다양성 등의 이슈를, 사회의 경우 ▲공급망 내 인권 ▲공급망 내 커뮤니티 관계 ▲직업 건강 및 안전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나올 수도 있겠다. E,S,G 이슈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냐는 점이다. 앞서 예를 든 이슈는 설명을 용이하게 위해 ESG 영역별로 구분해놨지만, 결국 ESG 이슈는 서로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가진다. 더불어 ESG를 고려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모닝스타의 중요한 ESG 이슈에는 상품과 서비스의 환경 사회적 영향(E&S Impact of Products and Services)라는 항목이 있다. 임팩트 측정을 할 때 환경과 사회를 각각 고려하는 게 아니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지 사용 및 생물다양성 항목도 전반적인 고려와 공급망에서의 고려로 나눴다. 비단 환경 항목에만 해당하는 이슈가 아니라 공급망 관리가 선행되고(전형적인 S 항목), 여기서도 토지 및 생물 다양성(전형적인 E 항목)을 고려하도록 했다. E와 S와 G는 독립적인 요소가 아니다. 하나의 중요성 항목 내에 E,S,G가 고루 섞여 있다.

서스테널리틱스의 평가 구조. 6가지 기업 거버넌스 항목을 주춧돌로,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요소 최대 10가지를 선정하고 외에 기업별 특이 이슈를 선정해 평가를 진행한다/서스테널리틱스(Sustainanalytics)
서스테널리틱스의 평가 구조. 6가지 기업 거버넌스 항목을 주춧돌로,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요소 최대 10가지를 선정하고 외에 기업별 특이 이슈를 선정해 평가를 진행한다/서스테널리틱스(Sustainanalytics)

특히 기업 거버넌스는 서스테널리틱스의 기둥이 되는 항목이다. 국내에서 흔히 번역되는 지배구조 대신 기업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지배구조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내부통제, 대주주 위주 인식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사회 및 경영진의 수준 및 도덕성 ▲이사회 구조 ▲소유권 및 주주권리 ▲보상 ▲재무보고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6가지의 거버넌스 요소는 ESG 평가의 주춧돌이 된다. 이 위에 기업별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요소 10가지 정도를 선정한다. 추가적으로 산업 특성과 무관한 기업별 특이한 이슈를 반영한다. 

국내 기업의 Financially Material ESG Issue(For informational purposes only) / 모닝스타 디렉
국내 기업의 Financially Material ESG Issue(For informational purposes only) / 모닝스타 디렉

대략적으로 국내 기업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면 자동차 제조업에 속하는 현대차의 경우 ▲상품 거버넌스 ▲상품 및 서비스에서 배출하는 탄소 ▲인적자본을 중요한 ESG 이슈(Financially Material ESG Issue)로 꼽을 수 있다. 반면 IT기업의 카카오의 경우 ▲데이터보안 ▲인적자본 ▲비즈니스 윤리를 꼽을 수 있다. 이렇듯 산업별로 중요 ESG 이슈는 다르다. 한편 같은 산업 내에서라도 중요 ESG 이슈는 다를 수 있다. 카카오와 같은 IT기업인 네이버의 경우 ▲인적자본 ▲비즈니스 윤리 ▲데이터보안 순으로 중요하다고 꼽았다. 기업 특성별로도 달라지는 거다.

 

Q. ESG 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은 평가기관별 차이 나는 ESG 등급에 대한 걱정도 한다. 평가등급 상관관계가 낮아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다. 국내 기업은 ESG 평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생소하고, 아직 초기 단계라 기업 입장에서 불안과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평가등급이 투자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 과정과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이런 혼란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해외 투자자의 경우 결코 하나의 평가기관의 등급만을 참고하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4~5개의 투자결과를 받아본다. 거기다 자산운용사별로 평가 등급을 따로 매기기도 한다. 종합 스코어가 작년에 비해 떨어졌다고, 평가기관별로 등급이 다르다고 바로 투자를 철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등급 하락에만 기대서 일방적인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을 취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 기회가 더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평가결과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결과보다 결과가 나오게 된 과정과 이유가 더 중요한 이유다. 동종업계 내 순위와 기업별 특색있는 이슈를 어떻게 관리했는지가 평가를 하는 궁극적 이유다.

서스테널리틱스의 평가 방법. 관리되지 않은 리스크를 고려한다/서스테널리틱스
서스테널리틱스의 평가 방법. 관리되지 않은 리스크를 고려한다/서스테널리틱스

서스테널리틱스에서는 평가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게 관리되지 않은 중대한 ESG 리스크(Unmanagement)다. 포스코를 예로 들어보자. 철강산업의 경우 업의 특성상 탄소 배출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 탄소 배출을 많이 한다고 투자를 배재할 것인가? 낮은 등급을 줄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철강업의 경우 탄소 배출 이슈에 노출(exposure) 정도는 타 산업에 비해 클 수 있다. 다만 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중요하다. 서스테이널리틱스는 기업의 노출 정도에서 관리된 ESG를 빼서 ‘관리되지 않은 중대한 ESG 리스크(Unmanaged Risk)를 산출한다.

관리되지 않은 중대한 리스크도 종류는 여러 가지다. 노출 정도에 따라서 관리해야 할 리스크가 생기는데, 그 중에서도 관리되는 리스크와 관리되지 않은 리스크가 있다. 관리되지 않은 리스크 중에서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은 요소를 더 주의 깊게 살펴본다.

다만 관리되지 않은 리스크의 반영 비율 등이 평가사별로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평가 등급에 일일이 반응하는 게 아닌, 기업의 핵심 ESG 이슈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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