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경제연구소는 서스틴베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다음으로 ESG 평가기관에 출사표를 던졌다. 2017년 ESG 평가를 시작해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이 늦은 편이지만, 최근 국민연금의 ESG 지표를 만드는 작업을 수행하는 등 조용한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가 설정한 ESG 운용 지표는 약 450조원에 달하는 국내 자산에 도입하는 책임투자 방법에 적용될 예정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이선경 ESG본부 본부장은 기업, 애널리스트 등을 두루 거쳤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대신증권, CJ제일제당 IR 부장 등을 거쳐 대신경제연구소로 왔다. 증권사와 기업을 두루 거치면서 각 업계의 사정을 꿰뚫고 있다.

이 본부장은 “ESG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조급하게 움직일 시점이 아니라 성숙의 시간을 가져야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선경 본부장과의 인터뷰를 두 편에 나눠 정리했다. 1편은 기업에게, 2편은 정책입안자를 중심으로 고려해야 할 점을 다룬다. 

 

Q. 국내에서 갑자기 ESG가 붐을 이루다보니, 다양한 관점과 정의가 혼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ESG 경영 안에 녹색경영(기후변화 등), 준법경영, 지속가능경영 등 다양한 관점이 담겨 있고, 이해관계자마다 자신들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평가기관에서는 ESG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개념의 측면에서 쉽게 설명하자면 하나의 기준이다. 환경, 기존에도 있었던 것이다. 다만 좀 더 체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하에 중요한 것들을 지표처럼 정리해 경영에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선별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한편 의미를 찾는다면 ‘공존의 이슈’로 볼 수 있다. 경제가 발전하고 성장하면서 놓쳤던 것들의 부작용이 이제 지구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기후위기, 인권 문제 등은 앞으로 인류 앞에 놓인 위협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공존하기 위해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가 도래했기 때문에 같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본다.

다만 이 ESG 개념을 받아들일 때 주의를 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 ESG를 어떤 지표처럼 받아들이고 계신 분들이 많다. 하지만 ESG는 어떤 지표, 평가 점수가 아니다. 점수를 매기는 건 어디까지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기업이 어떻게 ESG 요소를 반영하고 있느냐,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느냐를 보기 위함이다. 즉, 지속가능한 기업인지 판단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보는 것이다. ESG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뿐 아니라 지금과 같은 산업의 전환이 일어날 때 해당 기업이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ESG 정보공개라고 불리는 기준을 EU에서 비재무(Non-financial)정보 공개라고 부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회계나 재무의 지표들은 EBITA, PER처럼 정량화가 돼서 측정이 가능하다. 근데 비재무정보, 즉 ESG 정보는 아직 계량화되지 않은 거다.

하지만 비재무(Non-financial)을 말 그대로 비(非)재무 정보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자칫하면 재무에 영향이 없다라는 말처럼 해석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비재무정보를 재무 정보처럼 가치를 높여서 봐야 한다. EU 등 글로벌에서는 아직은 재무정보가 아니지만, 앞으로 재무정보만큼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정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무정보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가치를 비재무정보가 담고 있다. 그렇기에 재무정보만큼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Q. 지난 금투협 포럼에서 “국내 ESG 평가 기관과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의 지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국내에선 600개의 평가지표가 난립한다, 기업이 대응하기 너무 부담이라는 의견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누누이 말씀드린다. 지표가 다른 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GRI, OECD 지배구조 가이드, SASB처럼 공개된 기준이 다 있다. 평가사들도 그런 기준을 가지고 평가항목을 구성한다.

ESG 평가가 ‘난립하는 지표’ 때문에 기업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지표 차원의 문제만 가지고 논하다보면 국내 시장이 아닌 국제 시장에서 오는 많은 제도 변화나 무역 장벽에 대응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지표는 기업이 지속가능 경영을 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챙겨야 할 요소만 가져가면 된다.

그리고 이미 국내 평가사들이 해외 지표들을 들여올 때 국내 실정에 맞게끔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수정해서 들여왔다. 국내 ESG 정보 공시 기준들과 공개 수준은 해외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 평가사들이 갖고 있는 건 한국형 지표라고 볼 수 있다.

그럼 하나의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기관별 상관관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기업 대 기업별로 보면, 산업별로 중요한 요소가 다르다. 예를 들어 포스코와 네이버를 볼 때 두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가 각각 다르다.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의 경우 정보 보안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 지표를 그대로 포스코에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 그러면 안 되는 거다.

산업군 내에서도 평가기관별 등급 차이가 날 수 있다. 산업 특성의 가중치나, 특성 요소의 중요 순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전문가적인 노하우다. 각 기관별로 전문가의 구성이나 노하우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역질문을 하나 하고 싶다. 등급이 다 똑같은 건 과연 옳을까? 평가기관별 모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자는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곳은 위험 노출도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고, 어떤 곳은 위험 노출도 대비 관리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반면 기회 요인을 더 강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이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깜깜이 평가방식이라는 비판도 있다. 사실 대신경제연구소도 기업에게 개별로 평가항목을 공개하는 걸 검토 중에 있다. 하지만 꼭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점이 있다. 평가 항목을 공개하면 기업이 가장 힘들어 질 수 있다. 우리가 ESG 평가를 진행하는 건 기업을 괴롭히려는 목적이 아니다. 국내 기업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하기 위해서다.

평가보다 더 중요한 건 결과의 해석이다. 기업이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평가에 담기지 못한 이슈가 무엇인지 조언해줄 수 있는 곳이 진짜 기관이다. 이런 조언을 해주기 위해선 종합적이고 균형적이면서 전문성을 갖춘 시각이 필요하다. 바로 이 점이 대신경제연구소의 장점이다. ESG 평가기관으로 뒤늦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정부기관, 기업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의 인적 구성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균형 있는 시각으로 기업에게 짐이 아닌 좋은 가이드를 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Q. 기업들이 ESG 평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며, 기관별 다른 ESG 등급에 대해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조언 해준다면.

경영진의 인식 변화다. 경영진이 ESG를 점수로만 해석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점수를 올리는 건 대외 평판을 위한 활동일 순 있으나 경영에 변화를 가져오진 않는다.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왜 A를 받았냐’가 아니라 ‘A가 무슨 의미냐’고 물어야 하는 것이다.

ESG 위원회를 예로 들어보자. 평가기관이 궁금한 건 ESG 위원회의 유무가 아니라 어떤 활동을 했는지, 그 활동을 공개했는지가 궁금한 거다. 기업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점수가 아니라 내부 공감과 그에 따른 제도 변경이다. 이런 제반 점검 없이 무작정 컨설팅을 받으면 도움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평가에 사활을 걸지 말라는 이유가 또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기관별 ESG 평가등급 차이가 난다고 바로 투자를 끊지 않는다. 그리고 등급 차이에 대해 별 말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각 기관별 평가 결과의 의미 차이를 알기 때문이다. 등급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등급이 아닌 내용을 본다. 이걸 성적표처럼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등급보다 더 중요한 건 동종 산업 대비 점수다. 또 모든 걸 평가로 대응할 수 없다. 향후 기관투자자가 중요하게 볼 것은 KPI다. 근데 이 지표는 평가 항목에 없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는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기업에 물어볼 수 있다는 거다. 평가에만 치중하면 이런 이슈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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