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M은 50년 업력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ESG 컨설팅사다. 아마존, 애플, 삼성, 넷플릭스 등 글로벌 포춘(Fortune) 500 중 절반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1999년 한국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활동한지도 20년이 넘었다.

ERM 코리아 서현정 대표는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20년간 지속가능 금융 분야를 담당한 전문가다. 특히 ESG 개념의 뿌리라 할 수 있는 UN PRI(책임투자원칙)의 한국 매니저로, UNDP(유엔 개발 계획) 뉴욕 본사에서 SDGs(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서 대표는 “ESG는 이미 새로운 비즈니스 규범”이라며 “과거엔 실무진만 ERM을 찾아왔는데, 요즘은 CEO, CFO 등 C레벨 임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며 ESG에 대한 관심을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Q. 현재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봤을 때, 국내 기업들의 환경이나 기후변화 대응 전략 수준은 어떤가? 예를 들어 철강부문만 봐도 아르셀로미탈, 미쓰비시중공업 등 글로벌 기업들은 수소제철 실증플랜트를 건설한다고 하고, 세계 1위 선사인 머크사의 경우 2년 내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도입한다고 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으로 얘기하자면 한 5년 정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해외 기업 같은 경우는 이미 ESG 통합 계획까지 다 짰다. 예를 들자면 국내 기업들은 이제 TCFD(기후관련재무정보태스크포스)에 대한 인식을 한다면 해외 기업은 이미 TCFD를 어떻게 적용시킬지, 계획은 어떻게 세울지 이미 계획이 나온 상태다. 작년에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이런 기업들이 줄줄이 넷제로 선언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조직이나 관심사 면에서도 국내보다 앞서 있다. 미국 기업의 경우 지속가능성 최고 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도 다 갖춰져 있고, 팀별로 지속 가능 담당자가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중요성은 이미 실행단계며, 이를 넘어 자연 자본(생물 다양성 등)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TCFD를 뛰어넘어 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자연자본에 관한 회계 태스크포스)까지 나온 상태다. 환경 이슈 외에도 작년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와 코로나19로 촉발된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직원들의 복지(Human wellbeing)와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해외 기업은 목표를 정말 뚜렷하게 잡고 있다. SDGs 중 하나를 기업의 최우선 임팩트로 잡는다. SDGs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는거다.  결국 이런 방향으로 가야 매출도 늘고, 예기치 않은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해외는 ESG라는 용어 못지않게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ESG라는 수단을 사용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국내에서는 ‘ESG 경영’이라는 용어를 광범위하게 쓰고 있지만, 본질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환경·사회·기업 거버넌스를 떨어뜨려서 보는 것 같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거버넌스가 꼽혔기 때문에 G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ESG는 각각의 요소가 아닌, 서로 상호작용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어떤 리스크가 환경이면 환경, 사회면 사회 영역으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환경영역이면서도 사회영역에 속할 수도 있다. 각 요소를 나눠서 보기보다 밸런스 있게 세 요소를 통합해 기업에 흡수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이제 ESG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시장은 초기 단계다. 다 함께 배워나가면서 개념을 발전,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

 

Q. 글로벌하게는 50년, 한국에선 20년간 환경 컨설팅 경험을 쌓았다. ERM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ESG의 범위는 넓고, 단순히 스토리텔링으로만 풀어낼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특히 환경은 과학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TCFD, SBTi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등 탄소 감축 로드맵을 잡는 것도 기술적 해법이 수반되었을 때 가능하다.

E,S,G별 실행할 수 있는 과제의 범위는 굉장히 다양하다. 이 중 우리 회사에 진짜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선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ERM은 안전팀, ESG팀, 기후변화팀, 보증(Performance assurance)팀 등 실행단의 과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팀을 가졌기 때문에 실제로 변화를 일으키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국내에서 협업한 사례를 들어보면, ERM의 강점이 확실히 보일 것 같다.

S기업과 스코프3(Scope3) 배출량 계산 프로젝트를 위해선 공장 하나를 가지고 에너지를 진단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전 사업장으로 넓혀 실제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었다. 여기서 줄일 수 있는 부분까지 계산해낼 수 있어야 실질적인 감축 목표가 도출된다.

해외 진출을 많이한 K기업과 E기업의 경우 국가별 토지에 대한 규정을 참고해 공장을 짓기 전 체크해야 하는 리스트를 만들어드린다. 철거를 할 때도 토질 오염 정도를 측정해 검증해주는 역할을 했다. 

국내 해상풍력 단지를 위해 들어올 때도 지반 검토나 에너지를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는지(임팩트 측정) 등을 조사하는 역할을 했다. 

P기업의 경우 원주민 인권 이슈가 있는 사업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기 전, 프로젝트에 대한 문제 식별과 이해관계자 관리를 통해 이슈를 예방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E기업과는 작업장 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 관리를 진행했다.

B기업의 경우 글로벌 이니셔티브 가입을 비롯해 어떻게 규칙을 수행할 수 있을지도 자문해드렸다. 적도원칙을 예로 들자면 가입만 하는 게 아니라 영업, 심사, 경영부서 등 관련 부서에게 이니셔티브의 내용이 무엇인지, 적도원칙에 적합하지 않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알려드린다.

특히 ERM은 글로벌 40개국에 사무실을 두고, 주요 글로벌 프레임워크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해외와 연계가 높다 보니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는 프레임워크에 대한 이해 수준도 높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최근 TCFD 개정안 자문사를 맡기도 했다. UNPRI, UNEP(유엔 환경 계획)에서 원칙을 제정할 때도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ERM이 국제 시장의 요구를 잘 알 수밖에 없는 이유다.

 

Q. 기업 ESG 실무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ESG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게 첫 번째다. 특히 결정권자인 C레벨의 이해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일관성을 가지고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 C레벨의 KPI에 ESG를 반영하는 것도 해법 중 하나다.

구성원들간 이해도의 간극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재무 상황에 따라, 산업에 따라 개별 기업의 상황이 다르기에 객관식처럼 일정한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기업별 개별 정답지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구성원들이 각자의 업무에 ESG를 녹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글로벌 이니셔티브 가입도 추천한다. 글로벌 동종 업계가 가입한 이니셔티브를 살펴보면, 전 세계적인 산업별 이슈를 확인할 수 있다. 지속가능보고서에 사용되는 GRI, SASB, TCFD 기준은 기본이다. 이런 부분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ESG를 정말 잘하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생기는 셈이다. 오일·가스 기업의 대표주자 셸(Shell)은 기후변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젠 재생에너지에 꾸준히 투자하며 이해관계자에게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정말 지속가능성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거다.

 

Q. 글로벌 시장이 아닌 내수에 치중된 기업도 ESG에 신경 써야 할까?

비즈니스는 내수를 대상으로 할지 몰라도, 탄소 감축과 같은 전 인류의 과제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한국도 국제사회에 NDC를 발표한 만큼 그만큼의 몫은 기업들이 져야 한다. 탄소 감축은 세계적 규제로 다가오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비를 하셔야 한다.

대표적인 탄소 배출 업종인 제조업 외 산업에 속한 기업도 탄소를 감축해야 한다. 유통업이면 수송에서 에너지 관리를 해야 하고, IT기업이면 데이터 센터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관리해야 한다. 모든 기업이 해당하는 이슈라고 보면 된다.

또 소비자 인식도 높아졌다. 식품업도 공급망, 거버넌스 등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전처럼 경영을 하면 소비자들도 다 알아차린다. 노동조합과의 갈등, 직원들의 복지, 산업재해 발생 건수, 젠더와 관련된 비율, 시니어 레벨에서 여성 비율 등 예전엔 이와 과련된 문제가 생기면 기업 리스크와 직결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소비자들은 이미 ESG라는 문을 열었고, 이를 알고 있다.

규제도 이어진다. 2025년부터 자산 2조원이상 대기업은 ESG 정보공개를 해야 하는 거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준비할 시간이 4년밖에 안 남았다. 사회가 ESG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내수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한다고 ESG를 선택지처럼 바라보는 건 착각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임팩트온(Impact O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