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경제연구소 이선경 ESG본부 본부장은 기업, 애널리스트 등을 두루 거쳤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대신증권, CJ제일제당 IR 부장 등을 거쳐 대신경제연구소로 왔다. 증권사와 기업을 두루 거치면서 각 업계의 사정을 꿰뚫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2017년 ESG 평가기관 중 가장 늦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최근 국민연금의 ESG 운용 체게 개발을 전담하는 등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선경 본부장과의 인터뷰를 2편으로 나눠 정리했다. 

 

Q. 핵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정책 입안자는 ESG를 자리 잡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여기저기서 평가등급과 지표를 외치니 기업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기업의 모든 걸 다 나타내준다는 성적표로, 절대 성취도처럼 인식하고 있는데, 이건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ESG는 장기적인 이슈이지 지금처럼 불안감을 조성해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슈는 아니다. 천천히, 장기적인 액션플랜에 ESG를 반영할 시간이 필요하다.

정책 입안자도 ESG의 내용과 맥락을 짚어주셔야 한다. 특히 평가 결과만을 두고 채찍만을 가하면 안 된다. 미디어도 이 지점을 조심해줘야 하는 게, 해외에서는 평가 결과만을 가지고 기업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 기관투자자의 주주 행동과 그에 대한 기업 대응을 주로 다룬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석탄 투자, LNG 투자에 대해 다루면 석탄과 LNG가 어떻게 에너지 전환을 맞이해 산업의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이며 이를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다룬다.

각도가 조금 틀어지기 시작하면, 결국 도달점은 달라진다. 너무 서둘러서 제도나 정책을 만들겠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이 시작점에서 각도 잡는, 방향키 역할을 해야 한다. 방향키를 어떻게 잡느냐, 규제자가 아닌 중재자로 행동하면 된다. 예를 들면 TCFD 같은 글로벌 기준,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기관 회의에 직접 참석을 해서 한국의 입장을 표명해줘야 한다. 일본은 직접 TCFD 프레임워크 개발에 참여해 직접 자국의 입장을 전한다.

국내에서만 ESG를 논의할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맞닥뜨린 상황과 이를 어떻게 보완해나갈 것인지 적극적으로 제시해나가면 규제를 온몸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고민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현상에 대한 순간의 느낌만 가지고 논의를 진행하면, 결국 깨진 논의가 될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리스크다. 

방향키는 정부가 잡되, 노는 민간이 저을 수 있도록 민간에게도 어느 정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별 특성은 학계나 평가사, 증권사가 더 잘 안다. 오히려 민간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활성화돼야 한다.

 

Q. 최근 금융위원회, 환경부 등에서 ESG 정보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고, K-ESG 등 지표 표준화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꼽히는 총수의 유무는 평가기관에서 보는 지배구조의 핵심이 아니다. 오너 기업인가보다는 기업 내부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가, 잘못된 M&A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건 아닌가, 배당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와 같은 부분이다.

이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대응하기 위해선 공시의 표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공시 항목을 늘려야 한다는 게 아니라, 산업별 핵심요소를 뽑아서, 그 요소에 해당하는 정보공개로 글로벌 기준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갭을 줄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보가 공개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정보를 쉽게 측정하고, 해석하는 게 더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 ESG 정보공개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으로 갈음되면 안 된다.

K-ESG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정부가 만든 지표가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소구해주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 논의를 시작한 것 아니냐. 정부가 만든 표준 지표가 국내에서만 한정되면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해외에 소구 되지 않은 표준 지표를 국내 기업이 널리 쓰게 된다면, 해외는 해외대로 글로벌 공신력 있는 평가 결과를 가져오라고 요구해 국내 기업이 이중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Q. ESG를 보는 눈 인터뷰이에게 꼭 묻는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ESG가 활성화되고,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 키 플레이어(key player)는 누구라고 보는가.

글로벌에서 이니셔티브를 만들고, 액션 플랜을 만들고, 협의체를 만들면서 뭉치는 이유는 어떤 하나의 주체가 혼자 ESG라는 뉴노멀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ESG의 핵심은 공존이다. 공감과 협업. 이를 위해 어떤 한 주체에게 역할을 맡겨둬선 안 된다. 국내에서도 기관투자자를 움직이는 건 중요하다. 기관투자자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 또한 금융기관을 움직일 뿐이다. 하나의 주체가 움직인다고 모두가 바뀌진 않는다는 거다.

이 생태계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건 금융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일반 소비에도 신념을 넣어 소비를 하는 것처럼(미닝 아웃, Meaning out), 금융에도 신념을 넣어서 소비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소비자가 주체로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때, 단기가 아닌 중장기 투자로 시야를 넓힐 때 기업들이 비로소 근본적 변화의 첫 발을 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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