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자동차부품기업 미래차 전환 지원전략'을 발표했다. 미래차 중심의 자동차 시장이 되면 전체 자동차 부품기업 중 약 47%가 완전히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부품업체의 80%가 미래차에 대응 계획이 없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미래차(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달라서 생산설비, 인력 등 다양한 부문을 바꾸지 않으면 도태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산업부는 부품업계를 ▲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 플랫폼 구축 ▲ 자동차 부품산업의 사업모델 혁신 지원 ▲ 자금·기술·인력·공정 4대 지원수단 확충이라는 3 가지 방법으로 지원한다. 산업부는 "플랫폼을 통해 각 분야 전문가가 부품업체에 컨설팅과 전략을 제공하고, 사업모델 혁신 지원을 통해 국내 부품 업체가 미래차 부품 수요의 95% 담당하도록 기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미래차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산업부는 ‘종합지원 플랫폼’ 부문에서 지역사회 발전을 언급했다. 지역 대학과 지원기관 같은 지자체가 플랫폼에 참여해 지역사회를 고려한 지원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8년 한국GM(제너럴 모터스)이 군산에 있는 자동차 공장을 닫으면서 지역 주민이 일자리를 잃고 130여 개의 협력사가 피해를 봤던 사례가 있다. 미래차 전환 사업도 협력사인 부품기업과 근로자인 지역주민이 긴밀히 연관돼 있다. 

 

미래차… '정의로운 전환' 가능할까?

캐나다 오샤와(Oshawa) GM 공장 사례

캐나다에도 한국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8년 GM은 캐나다 온타리오(Ontario)주 오샤와에 있는 조립 공장 철수를 지시했다. GM 본사는 북미의 승용차 판매량이 17% 정도 감소하며 발생한 판매 부진을 이유로 철수를 결정했다. 대규모 실업이 예상되자, 지역의 노동자는 지역 단체들과 오샤와 녹색직업(Oshawa GREEN JOBS)이라는 시민단체를 결성했다. 단체는 공장을 계속 운영해 지역 사회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출처=오샤와 녹색일자리(Oshawa GREEN JOBS)
(출처=오샤와 녹색일자리(Oshawa GREEN JOBS)

 

오샤와 녹색직업은 GM 측과 정부에 공장에서 전기차와 마스크를 생산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역 상생 전략을 보고서를 제출했다. 실제로 녹색직업의 제안대로 마스크를 생산라인에서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2009년 GM이 캐나다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다 반환하지 못한 채 2018년 다시 공장폐쇄를 결정한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녹색직업은 정부가 받지 못한 구제금융으로 공장을 인수해서 지역민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운영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녹색직업은 2년간 공장 운영과 지역 상생 캠페인을 벌였고 GM은 2022년부터 수요가 낮은 승용차 대신 픽업트럭과 전기차를 오샤와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장이 폐쇄되지는 않았고 전기차 전환이 약속됐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근로자가 퇴직하고 처우가 좋지 않게 됐다. 

 

"전기차…자동화해도 일자리 여전히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보고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고 산업과 일자리를 지속 가능하고 더 좋게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어떻게 실행할지는 기존 노동자를 교육하고 새로운 노동 현장에 재배치하는데 달린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는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과 조립 과정이 다르다. 기술의 측면에서 기존 노동자와 부품업체가 새롭게 변화된 생산공정에 적응하고 투입될 수 있을까?

보스턴 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BCG)은 보고서  “자동차 제조의 방침 전환(Shifting Gears in Auto Manufacturing)”을 통해 앞서 말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전기차와 기존 내연기관 차량 생산 과정에서 가장 큰 차이는 엔진이다. 내연기관 차의 엔진에 전기차 엔진보다 훨씬 더 많은 부품이 필요하다. 전기차 엔진에 필요한 부품이 몇백 개 정도인데 내연기관차 엔진에는 1000개 이상 필요하다. 내연기관 엔진 부품은 종류도 많고 각각 구조가 복잡해서 지금까지 부품기업은 오랜 기간 각 부품을 전문화해 왔다. 기존 업체가 전기차 생산 부품 공장으로 전환한다면 사용하지 않는 부품이 생기고 새로운 부품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전기차는 생산 과정의 특징이 자동화다. 공장이 자동화되면 자연스럽게 노동자의 수가 줄어들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게 된다. BCG 보고서는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출처=BCG) *BEV(전기 자동차), ICEV(내연기관 자동차)
(출처=BCG) *BEV(전기 자동차), ICEV(내연기관 자동차)

 

BCG 보고서에는 전기차의 생산 공정을 나타내는 표를 보여준다. 내연기관 차 생산 공정에서 어떤 것이 변했는지 색으로 보여주는데, 전체 생산 공정에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생산에 드는 노동시간을  공정별로 나눠 표시했다. 전체 노동시간 100%를 기준으로 부품 제조 공정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노동시간이 짧다.

하지만 전기차에 내연기관 차에는 없는 새로운 공정들이 있기 때문에 총 생산공정에 들어가는 노동력 차이는 1% 정도로 거의 없다. 부품 제조, 엔진 제조 기업들이 신규 공정을 담당할 수 있다면 손실을 메우고 기존 노동자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미래차 산업이 GM 군산, 오샤와 사례를 답습하지 않고 정의롭고 경쟁력 있게 전환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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