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세계는 전기차 전환 붐이 일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EU는 가속 페달을 밟고, 미국은 시동을 걸자마자 제동이 걸렸다.
지난 5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체 차량의 50%를 친환경차로 만들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행정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인지 확인해야 하는 점이다. 미국은 현재 판매되는 차량 중에 전기차 비중이 3%에 불과하다. 미국 자동차 업체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연비 규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판매량 3% 현실...
1조 달러 예산안, 미국 전기차 전환 문제 해결할까
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50% 플랜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전기차 시장 상황과 자동차 업계부터, 정당, 노조, 환경 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비싸고 주행거리가 짧아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기 꺼려한다는 게 그 이유다.
미국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 에드먼즈(Edmunds)는 “전기차 판매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소비자들이 이를 전기차 구매를 원하느냐에 달려있다”며 “미국인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가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협조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강제성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지금 당장 협조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제조업계는 소비자 세제 혜택과 전국적 차원의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의회가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구비하고, 전기차 인프라를 마련해서 소비자를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연비 규정을 2026년까지 휘발유 1갤런(3.78L)당 40마일(약64km)에서 52마일(84km)로 높였다.
미국의 소비자 전문 매체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는 “새 연비 규정이 현재보다는 진전된게 사실이지만, 소비자와 환경의 측면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일부 환경단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동차 업계에 굴복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새 연비규정이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진전이 있었으나, 오바마 행정부와 비교하면 75%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이 1조 달러(약 1154조 원)에 달하는 인프라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인프라 예산안에는 국도와 고속도로 및 다리 정비 예산 1100억 달러(127조원), 전력 송신망 사업비 730억 달러(84조원), 전기차 충전소 건설 지원비 75억 달러(8조원), 청정 버스와 여객선 지원비 175억 달러(20조원) 등 전기차 전환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예산이 편성됐다.
이번 인프라 예산안은 지난 10년 사이 가장 큰 규모이다.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전환 의지를 뒷받침하는 예산이 되겠지만, 10년 안에 3%대의 전기차 비율을 50%로 끌어올리는 것이 만만치 않으리란 분석이 많다.
EU 전기차 시장, 핏포55로 성장에 가속
올해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전기차 판매량 169.9% 증가
반면, EU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각) 2050 탄소중립 중간 목표를 담은 '핏포55(Fit for 55)'를 발표한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했다. 30년까지 모든 신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65%로 낮추는 여러 규제안과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지점을 확보하는 대안도 함께 내놨다.
9일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곽병근 연구원은 “유럽은 전기차 분야 고성장 핵심시장이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등의 EU 정책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U의 전기차 시장은 5년간 전기차 시장이 성장해 왔는데, 작년과 올해도 성장이 계속됐다.
EU 전기차 시장은 핏포55 발표에 힘입어, 전기차 전환과 시장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핏포55는 2030년 EU내 판매되는 신차의 평균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승용차는 37.5%에서 55%, 승합차는 31%에서 50%로 강화했다. 35년에는 모든 차종 배출량을 0%인 순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전기차 구매 활성화를 위해, EU는 주요 인프라인 전기차 충전소를 주요 도로의 60km마다 설치하여 30년 350만 개, 50년 1630만 개를 보급하도록 목표를 잡았다.
KDB 곽병근 연구원은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EU 전기차 시장은 지난 5년간 계속 성장해왔고, 지난해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1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곽 연구원은 환경규제 강화, 코로나 이후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이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2020년에는 104만 6000대가 판매되어 전년대비 169.7% 증가했고 이는 글로벌 전체 판매량의 32.3%에 해당한다. 21년 상반기에만 80만 2000대가 판매됐고, 이는 전년 동기대비 169.9% 증가해 21년에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곽병근 연구원은 “EU 신차 판매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년 10%를 초과하고, 21년 상반기 15%를 기록하는 등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은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아닌, 100% 순수 배터리에 의지하는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유럽 등 핵심시장 중심의 전기차 전환 전력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2030년부터 핵심시장(유럽, 중국, 미국)에서 전기차 전환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아차는 26년까지 11개 차종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30년에는 주요시장(유럽, 중국, 북미, 국내)의 전기차 판매 비중을 34%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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