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즈에 실리 현대차 비판 광고/FT
파이낸셜 타임즈에 실리 현대차 비판 광고/FT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23일자(현지시각)로 현대차그룹을 비판하는 전면광고가 실렸다. “기후를 걱정해 전기차를 만든다면서, 여전히 더러운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다”며 “모순적(IRONIC)”이라는 문구를 크게 담았다. 현대차의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인 ‘아이오닉’과 ‘아이러니’를 합쳐서 ‘IRONIC(모순적)’이라는 조어를 만들어냈다.

광고에는 현대건설이 최근 수주한 베트남 석탄발전소 건설산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18일 공시를 통해 일본 미쓰비시, 베트남 1건설공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베트남 중부 꽝빈성에 건설될 1200MW급 꽝짝1(Quang Trach 1)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9일 기후솔루션, 청소년기후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석탄을넘어서(비욘드콜)등 국내단체들과 마켓포시스(Market Forces), 메콩워치(Mekong Watch), 지구의 벗 일본(Friends of the Earth Japan),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등은 각각 국문과 영문으로 된 서한을 윤영준 현대건설대표이사 등 경영진에게 보냈다.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 장재훈 대표,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멤버들까지 참조를 걸었다.

이들은 서한에서 “꽝짝1 석탄발전소 참여를 즉각 중단하고, 앞으로 석탄과 관련된 어떤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방침’을 공식적으로 채택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22일 답변서를 보내 “23일 이사회 보고를 통해 탈석탄 정책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건설은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알리며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한 ‘탈석탄 이해관계자 서신’을 수록했다”며 “향후 국내외 석탄 관련 투자, 시공사업 신규 참여를 전면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엔 삼성물산 베트남 발전소 이슈로, FT광고 게재

파이낸셜타임즈(FT)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비판광고가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엔 FT에 ‘Samsung, make the right call on coal(삼성, 석탄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하라)’는 삼성그룹 비판 전면광고가 실렸다. 한국전력과 삼성물산이 사업을 수주한 ‘베트남 붕앙2기 석탄발전소’ 사업을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환경단체들은 미국과 영국 등의 삼성전자 플래그식 매장 앞에서 베트남 석탄발전소 반대 시위까지 잇따라 벌였다.

결국 삼성물산은 지난해 10월 27일 이사회를 열어 전격적으로 ‘탈석탄’ 사업 방침을 결정하고 “건설부문에서 석탄화력발전 관련 사업에 투자, 시공 등 어떠한 방식으로도 참여하지 않겠다”며 다만 기존에 수주한 사업에 대해서는 “국제기준보다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마켓포시스, ESG 행동주의 그룹의 전략은?

마켓포시스 홈페이지
마켓포시스 홈페이지

 

이들은 누구이며, 왜 국내 대기업 비판광고를 해외 유명매체에 싣는 것일까. FT의 삼성 전면 광고를 집행한 단체를 보면, 마켓포시스, 메콩 와치, 지구의벗 일본 등 NGO들이 등장한다. 이번 현대건설에 서한을 보낸 기관들이다. 

마켓포시스 줄리엔 빈센트 대표는 최근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년 넘게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다 기후금융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 2013년 마켓포시스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RE100 선언도 있었고 현대건설도 ESG 경영을 추구한다고 했는데, 뒤로는 석탄발전을 한다니 그린워싱이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듯 기업과 금융을 움직이려면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인식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등장한 ‘ESG 행동주의 그룹’으로 볼 수 있다. 해외에는 ‘애즈유소우’를 비롯해 주주총회를 겨냥한 ESG 행동주의 그룹도 있고, 과격한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한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XR)’, 그레타 툰베리로 유명해진 청소년들의 결석 시위를 이끈 ‘미래를 위한 금요일’ 등도 있다. 국내에선 기후솔루션이 해외 네트워크와 함께 탈석탄 캠페인을 벌이는데 앞장서 오고 있다.

이들은 국내외 네트워크를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정통 미디어 및 소셜미디어를 캠페인에 적극 활용한다. 최대주주와 오너십을 타깃으로 삼으며, 매우 전략적인 캠페인 방법을 쓴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비판하기 위해 모기업인 현대차와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모두 B to C기업으로 유럽에서의 기업 이미지와 평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전면 광고와 불매운동 캠페인 등을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이슈가 거세지면서, 향후 국내에도 ESG 행동주의 바람이 더욱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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