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글로벌 환경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 관련 신규 사업을 중단한다. 국내 비금융회사 중에선 처음으로 탈석탄 선언을 했다. 다만 최근 논란이 돼 온 베트남의 초대형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전사적인 ‘탈석탄’ 사업 방침을 결정했다. 우선 건설부문은 석탄화력발전 관련 사업에 투자, 시공 등 어떠한 방식으로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현재 시공 중인 강릉 안인화력발전소와 최근 수주한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선 “국제 기준보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해 시공할 계획”이라고 회사 쪽은 말했다. 상사부문도 기존 계약된 석탄 트레이딩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계약이 종료되면 차례로 철수한다.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사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걸려 있어 쉽게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23일 거버넌스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했다며 “ 정부 간 관계, 고객·파트너 신뢰, 건설 기술력 등 여러 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중단하긴 어려운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붕앙2 석탄화력 발전사업은 한국전력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를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꾸준히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부 또한 ‘국가와 국가 간 신뢰’가 걸린 사안이라는 판단을 내린 탓에 삼성물산으로선 그만두기 어려운 입장이다.

다만 신규 석탄사업은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 4개 부문(건설·상사·패션·리조트) 중 건설과 상사부문이 석탄사업을 벌이고 있다. 건설 부문은 석탄발전소의 설계·조달·시공(EPC)을, 상사 부문은 석탄 트레이딩을 한다. 앞으로 어떤 쪽으로든 석탄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회사의 친환경 경영방침에 부합하고 글로벌 기후변화 리스크 대응 노력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거버넌스 위원회가 탈석탄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선언에 심사숙고한 것으로 보인다. 거버넌스 위원회는 이사회 산하기구로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DB금융투자는 “선언 자체보다 주주 중시 경영이란 긍정적 메시지를 제공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이뤄졌다는 맥락에서 앞으로 삼성물산이 ‘주주친화적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3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7조8503억원, 영업이익 215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의 석탄사업 연간 매출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건설 부문이 1조원, 상사 부문이 5000억원 가량으로, 매출액에서 3~4%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영국 최대 기업연금 운용사인 리걸앤드제너럴 그룹, 노르웨이 연금회사인 케이엘피(KLP), 핀란드의 노르디아은행 등 유럽계 기관투자자들은 삼성물산과 일본 미쓰비시 등 12개 기업에게 “베트남 붕앙 2호기 사업에 참여한 모든 기업이 즉시 철회할 것과 추후 국내외 어떠한 석탄 관련 사업에도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베트남 붕앙 2호기에는 한전과 일본 미쓰비시가 40%씩 지분을 투자했으며,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설계·시공사업자로 참여한다.

 

삼성물산은 빠지지만

이미 16조 부은 삼성생명, 삼성화재는?

앞으로 삼성물산은 주력사업인 LNG 복합화력 및 저장 시설, 신재생 에너지(풍력ㆍ태양광)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ESG 전략'을 중심으로 경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관련 국제 표준인 ISO 26000과 UN에서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등에 바탕을 둔 비재무 6대 분야(노동ㆍ인권, 환경ㆍ안전, 상생, 컴플라이언스, 정보보호, 사회공헌)에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탈석탄'을 선언했지만, 아직 삼성의 좌초자산은 16조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09년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보험 인수 등을 통해 석탄 관련 산업에 16조원 이상의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투자자와 시민단체의 압박에 이후 직접 자금 조달이나 기존 투자 재융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채권이나 보험금을 통한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간접적인 석탄 산업 투자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부은 석탄발전 투자금액을 어떻게 회수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좌초자산으로 분류되는 석탄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어, 투자 원금 회수도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막대한 돈을 석탄발전에 투자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물산 앞엔 좌초자산 처분과 함께 투자금 회수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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