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제정한지도 어느새 5년이 흘렀다. 빈곤 종식, 불평등 해소,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의 범세계적인 2030 어젠다 달성 목표까지 10년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전세계를 덮치면서, SDGs 달성에 큰 차질이 생기게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지속가능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유엔의 2021 SDGs 보고서는 펜데믹이 끼친 영향을 중심으로, SDGs의 목표 달성 진행도를 상세히 명시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국가시스템 마비로 대부분의 지표가 부진"
보고서는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코로나 19로 인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교육, 보건 시스템이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기본적인 복지 서비스와 사회 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한 탓이다. 이로 인해 많은 개발 지표에서 미진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SDGs의 최우선 어젠다는 '빈곤과 기아의 종식'(SDGs 1, 2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ㆍ2000년 유엔에서 채택된 의제로 2015년까지 세계 빈곤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음) 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빈곤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빈곤과 기아 문제는 해결이 가까워지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펜데믹으로 인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 빈곤율이 증가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동안 약 1억2000만명이 극빈층으로 내몰렸으며,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 또한 7000만명에서 1억6000만명 사이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고서는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코로나19, 기후 재난, 무력 분쟁의 삼중고를 겪으면서 이러한 결과를 맞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세대적 참사 (Generational Catastrophe)' 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개발도상국 청소년세대의 교육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교육기관들이 폐쇄되면서 문맹 아동이 약 1억명이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20년간 개발도상국의 교육 증진에 힘썼던 노력이 원래대로 되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가구에서 아동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보다는 이들을 경제적 활동에 투입시킨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아동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강제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실제, 작년에는 20년만에 처음으로 아동노동 비율이 증가세를 보이며,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보건 분야의 경우 의료시스템 마비와 통계 시스템의 부재로 정확한 데이터조차 수집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60개국 만이 정확한 코로나 감염률 및 사망률을 집계하고 있으며, 나머지 국가는 코로나 19의 보건적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유럽과 북미 지역은 인구 100명당 백신 68개를 확보한 반면, 아프리카는 100명당 백신 2개만을 보유해 보건 불평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경제 불평등 또한 심화되고 있다. 특히 2008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개선되었던 소득 불평등 수준은, 펜데믹으로 인해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약 2.5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비공식 경제에 속한 16억여명의 국민은 기본적인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부유층의 경우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해, 사업이나 소득 손실을 만회하거나 오히려 순자산이 늘어났다. 보고서는 코로나 19의 종식으로 경제가 정상화 되지 않는 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19는 지난 10년간의 개발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어"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Antonio Guterres)는 보고서의 서문을 통해 "코로나 19 창궐 이전부터 일부 SDGs 목표는 달성 진행이 멈추거나 심지어 퇴보했다"며 코로나 19 이전부터 SDGs 달성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지속가능개발이 미진한 것을 단순 코로나19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이어서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이번 코로나 19 위기는 지난 10년간 세계가 이루어낸 지속가능개발의 결과를 위협하고 있다"며 "유례없는 위기상황을 맞아 전세계가 지속가능개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미래를 위해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각 국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또한 보고서는 앞으로의 18개월이 2030년까지의 SDGs 성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하며 "코로나 19가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인류를 위협하는 위기의 시작이 될지는 우리들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고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 어? ESG 공시기준 미국과 유럽 너무 다르네…유럽 SDGs 고려 74%인데, 미국은 25%에 그쳐
- UNGC, ESG의 ‘G(지배구조)’ 강화하는 지침 내놔
- 네슬레, 2020년 지속가능 목표 달성 결과는..임원보너스 15%와 ESG 목표달성 연계
- GRI 기준 따라 보고하면 SDGs가 따라온다... GRI 지침 개정
- UNGC, CFO들과 태스크포스 만들어 SDG와 재무전략 통합 추진키로
- 유엔글로벌콤팩트, 기업 SDGs 성과 담은 20주년 보고서 발표
- SDGs 달성 현황 측정하기 위한 ‘SDGs 기업 추적(Corporate Tracker)' 플랫폼 출시
- 英 비즈니스 리더들, 포스트코로나 경기 회복 계획에 SDGs 반영 요구
- 네슬레, 공급망 아동노동 근절위한 계획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