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온-사회적가치연구원 공동기획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아서]
[3] 배당금 두둑히 받는 태양광 발전소는 왜 없나
2050 탄소중립이 발표됐지만, 정책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제각각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임팩트온은 사회적가치연구원(나석권 원장), 한양대 박동규 경영대학 교수와 공동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기 위해 내러티브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폐기물, 금융 부문 등 현장 전문가 16인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니즈(Needs)와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무엇인지 파악해봤다.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면담자들은 익명 처리했다.
지난 4월말, 전남 신안군 안좌도와 자라도 주민 2935명은 1인당 최대 51만원 상당의 배당금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설치된 120MW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나온 전체 수익의 30%인 4억2000만원이 주민들에게 지급된 것이다. 일명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배당금’이다. 신안군은 2018년 10월 지역주민과 태양광 사업자가 개발이익을 서로 나누는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 신안군이 이런 조례를 만든 건, 기존 태양광 발전이 대부분 외지에서 들어와 이익만 가져갈 뿐, 주민들에게 불편만 끼친다는 반발 때문이다. 특히 신안의 폐염전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이 늘면서, 주민과 개발업체 간의 갈등은 극심했다. 때문에 주민과 개발업체 모두에게 이로운 ‘상생’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발전시설로부터 500m 이내에 위치하면 1인당 매년 204만원, 1km 이내는 136만원, 1km 이상은 68만원을 배당받는다.
이런 ‘주민상생형 태양광 모델’이 국내에선 왜 확산되지 않았던 걸까. 전국 4000여개 태양광 발전소 통합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S사의 A씨는 “우리 모두가 신재생에너지 수혜자인데, 그 에너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문제”라며 “국민적 공감이 잘 안 돼있고, 국민들은 ‘그린 뉴딜’을 잘 체감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Pain Point ① 신재생에너지 개발 수익, 주민과 함께 나누는 모델 별로 없어
A씨는 신재생에너지 전문 자산운용사와 함께 주민들에게 자기자본을 빌려주는 펀드를 만들어, 주민이 100% 태양광 발전소 지분을 갖도록 하는 모델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를 위한 관건은 토지다.
“브로커 비용도 없고, 민원도 적은 태양광 부지 마련을 위해 지자체에 유휴 국공유지 개발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충남에 대기업 공장이 몰려 있는 한 지자체의 경우 만약 2040년까지 10GW(기가와트)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면, 향후 20년 동안 연간 8000억 수익이 생깁니다. 이 지자체 1년 예산이 1조2000억원인데, 예산에 해당하는 돈이 재생에너지 개발수익에서 나옵니다. 이렇게 개발이익이 우리 동네에 생기면, 발전소가 지어질수록 소득이 생기기 때문에 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과 수익금을 나누면 주민수용성도 높아지고요.”
A씨는 지금까지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체들이 “동의서 써주면 얼마 줄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새로운 모델을 성공시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민간부지가 아니라 국공유지를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민설득 또한 지자체와 함께 하는 형식의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ain Point ② 신재생에너지 금융시스템 낙후돼 있다
A씨는 “미국과 일본 등의 재생에너지 금융 시스템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처럼 낙후된 곳이 없다”며 “아파트(부동산) 개발하는 방식의 채권 확보, 담보 설정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PF를 접근할 뿐, 원칙이나 기준이 제대로 없다”고 비판했다.
“금융기관에서는 시설자금 대출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는데, 독소조항이 매우 많습니다. 이름만 사업주일뿐 할 수 있는 행위가 별로 없는데요. 예를 들어, 고효율 태양광이 출시되면 이를 중간에 바꾸고 싶어도 은행에선 원리금 상환 이전에는 기자재 변경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너무 지나친 안전장치를 하고 있어요. 땅은 한정돼 있고 태양광 기자재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이미 지어진 발전소의 효율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금융기관에서는 원리금 상환에만 관심 있어요.”
금융기관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발전효율을 높여 전기 생산을 늘리고 그만큼 자신의 소득을 만들어 내길 원한다. 하지만 리스크 헷징(hedging)에만 관심이 높은 금융기관에서는 ‘발전시간 보증’ 등 무리한 요구를 태양광 사업주들에게 한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전문 PF인 K금융기관 B씨는 연구팀에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대출에 대한 시각 차이입니다. 대체투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채권보다 조금 나은 수익률을 보이는 구조입니다. 사업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더 까다롭게 ‘운영 관리(Operation & Management)’를 요구합니다. 태양광 설치업체에 과한 보증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사업 참여자로서의 역할에 맞게 리스크 배분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이죠. 금리를 낮추기 위해 ‘발전시간 보증’이 들어가는데, 해외의 신재생 사업을 보면 선순위권자에게는 더 심한 헷지 상품을 만들곤 합니다. 각 사업자들의 니즈에 맞춰서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과도한 담보나 보증 요구는 없다는 주장이다.
Pain Point ③ 중소기업-대기업 갈등 생기나
태양광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둘러싼 갈등은 실제로 지난 2월 새만금 태양광 발전 입찰을 두고 공개적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현대글로벌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SPC ‘새만금솔라파워’가 발주한 ‘새만금 수상태양광 300MW 발전설비 입찰공고’ 때문이다.
입찰 요구조건에 ‘발전보증 출력량 확약서’가 있었는데, 이는 보증대로 발전량이 나오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었다. 최소 하루 3.72시간을 보증 기준으로 잡았다. 하지만 태양광업계에선 “통상 하루 3.5시간 정도를 태양광 발전시간으로 보고, 사업성 분석에는 3.3시간이 쓰이는데 입찰보증조건이 너무 과도하다”며 반발했다. 20년 무상보증 이행확약서 제출조건까지 요구하면서, 일부 건설사는 포기의사를 밝히고 일부 설계·조달·시공(EPC)사는 입찰조건을 변경해달라고 건의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규모 발전사 간의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있다. A씨는 “금융기관이 발전소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 없이 접근할 경우 그저 신용도 좋은 대기업만 태양광 시장을 차지하게 된다”며 “정부도 장기적인 그린뉴딜 로드맵이 없이 그저 재생에너지 목표치만 강조하다보니 ‘재생에너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와 목표 등이 사라져버렸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에서 RE100, ESG 선언을 하는 건 좋은데, 현장에서는 무분별한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독점화가 벌어질까봐 걱정합니다.”
중소규모 발전소들이 대기업에 종속될 경우, 재생에너지의 원래 취지인 ‘지역 에너지 자립’ ‘주민 참여형 에너지’ ‘분산형 에너지 모델’ 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A씨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실질적인 주인은 국민이 되어야 하며, ‘국민의 발전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공동 연구팀= 박동규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정명은 사회적가치연구원 수석연구원,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편집장), 김효진 임팩트온 연구원
*신안군 자라리 태양광 발전사업
이 사업은 동서발전이 에스엠이엔씨 등과 출자해 만든 ‘빛솔라에너지’ 특수목적법인(SPC)에서 이뤄졌으며, 총 사업비 108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관련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보험과 MG새마을금고중앙회가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통해 735억4100만원의 시설투자자금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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