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온-사회적가치연구원 공동기획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아서]

[2] 솔라시도,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는 무엇이 달랐나

2050 탄소중립이 발표됐지만, 정책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제각각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임팩트온은 사회적가치연구원(나석권 원장), 한양대 박동규 경영대학 교수와 공동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기 위해 내러티브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폐기물, 금융 부문 등 현장 전문가 16인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니즈(Needs)와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무엇인지 파악해봤다.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면담자들은 익명 처리했다. 

전남 해남의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 솔라시도
전남 해남의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 솔라시도

 

3400억원이 투입된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인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는 발전용량이 98메가와트(MW)에 달한다. 세계 최대 용량인 306메가와트(MWh)의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갖췄다. ESS는 낮에 3.5~4시간 정도 태양빛으로 만들어낸 전기를 저장해두고 밤이나 날씨가 흐린 날에도 쓸 수 있는 배터리장치라고 보면 된다. 태양광 발전단지의 규모는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1.2km로, 190개가 넘는 축구장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 태양광 모듈 25만개가 깔려 있다.

이 초대형 태양광발전을 추진한 것은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한국남부발전(29%), 한양(29.75%), 그 외 KB신재생에너지펀드 등의 재무적 투자자들(41.25%)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이곳은 2년여 동안 인허가 작업을 마친 후, 2019년 2월 착공해 2020년 3월에 종합준공을 마무리하고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렇게 큰 공사가 어떻게 주민 마찰도 없이 이뤄질 수 있었을까. 여기에 ‘주민 수용성’이라는 에너지 사업의 최대 과제가 숨어 있다.

솔라시도 태양광발전(SPC) 현황/ ⓒ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솔라시도 태양광발전(SPC) 현황/ ⓒ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ain Point ① 주민 민원, 어떻게 풀까…주민참여형 펀드로 배당 나눠줘

솔라시도 개발에 참여한 관계자 A씨와 B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사업 지역은 ‘기업도시특별법’으로 10년 넘게 지역민과 교류해와서, 주민수용성이 높았습니다. 반면, 수많은 지자체마다 이권을 가진 (브로커)개발사가 있어 주민 민원 해결 명목으로 돈을 요구합니다. 브로커들이 물을 흐리면 주민들의 의견이 갈리고 협상이 어려워져요. 그런 점에서 저희는 큰 애로사항은 없었어요. 당시 대규모 프로젝트도 없다 보니,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우호적이었고요.”

기업도시특별법은 2004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안으로 시작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인데, 수도권 과밀 해소와 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 활성화가 목표였다. 이듬해 충주, 원주, 무안, 태안, 무주, 영암·해남 등 6개 지역이 선정된 바 있다. 때문에 토지 구매와 보상을 둘러싼 이견과 주민들간의 민원 등 태양광이나 풍력, 아니 대부분의 발전시설이 겪는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고 한다.

개발되는 부지마다 찬반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많다 보니 사업 자체의 진입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A씨는 “주민수용성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표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솔라시도는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참여형 펀드’를 시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주민참여형 펀드를 대규모로 진행한 건 솔라시도가 국내 최초였습니다. 발전소 수익의 일부를 주민들과 공유하는 취지입니다. 총 사업비 중 4% 정도인 160억원을 채권으로 발행했고, 너무 비용이 크다보니 SPC가 주민협동조합에 대출해주는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주민들은 참여지분에 대한 배당수익으로 22~24%를 받아갑니다.”

우리 동네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팔아 주민들에게 배당수익을 돌려주는 모델, 이런 주민참여형 모델은 독일 같은 선진국에선 흔한 태양광 사업모델이다. 하지만 국내는 최근에서야 이런 모델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이 제도에도 어려움은 있다.

“주민참여형 펀드를 만들 때도 반경 몇 킬로미터까지 주민 참여를 허용할지 많은 이슈가 발생합니다. 왜 이 마을에서는 돈을 줬는데, 우리 마을에서는 안 주느냐는 민원이 제기됩니다. 이를 각 지자체별로 결정하기보다는 그 범위를 정책적으로 정리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Paint Point ② REC 가중치 변동성…5.0이던 가중치가 0점으로

태양광 시스템 개념도/한양 홈페이지 캡처
태양광 시스템 개념도/한양 홈페이지 캡처

 

아무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 ‘솔라시도’도 몇 가지 애로점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정책의 변동성 리스크다. 3400억원의 사업비 뒤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복잡한 금융공학이 들어가 있다. 돈을 빌려주는 금융권 입장에서는 최대한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고 요구조건을 꽤 까다롭게 하는 편이다. 개발사에서는 미래의 재무적인 수익을 예측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중간에 정책방향이 확 바뀐다면? 개발사로선 ‘끔찍한’ 시나리오다.

B씨는 ‘사업자 리스크’를 이야기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도 돈을 얼마만큼 벌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잖아요.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방식(SMP)과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두 가지를 통해서 돈을 버는데, REC에 가중치를 곱한 방식으로 돈이 정산됩니다. 사업성을 판단하는데 가중치가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ESS 사업의 경우, 처음에는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시설과 함께 ESS를 갖춰 놓도록 권장했어요. ESS 가중치가 처음에는 5.0이었는데 4.0으로 떨어지더니, 앞으로는 가중치를 아예 없앤다고 합니다. ESS화재가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언론에서 계속 나오니까 정부에서 부담이 되었던지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겁니다. 가중치로 인해서 계획했던 재무구조가 한꺼번에 무산돼버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태양광 연계와 풍력 연계 ESS장치에 부여했던 가중치 5.0을 사실상 일몰시킨다고 발표했다. ‘태양광 ESS’ 가중치가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ESS설치형 태양광 사업자들과 여기에 ESS 기술을 납품하는 중소,영세업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정부는 2017년부터 약 30여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한 ESS설비에 대한 주민들의 수용성 하락과 시장 불확실성, 그리고 정부 보전금 제도에 따른 도덕적 해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이유가 어찌됐든, 몇 년만에 정부 정책의 변경으로 인한 사업적 리스크는 모두 태양광 사업자가 질 수밖에 없다.

“사업자는 향후 20년 동안의 REC 가격을 예상해 주민들에게 수익을 선지급해주는 셈인데, 공급자가 많아지면서 최근 REC 가격이 많이 떨어졌어요. 수익률이 낮다고 저희들이 주민들에게 약속한 이자 수익을 배당 안 해 줄 수는 없잖아요. REC 가격도 하락하는데, REC 가중치까지 떨어지면서 경제성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모든 계획이 다 틀어지는 거죠.”

솔라시도의 ESS장치/한양 홈페이지 캡처
솔라시도의 ESS장치/한양 홈페이지 캡처

 

Paint Point ③ 국산 자재와 기술 퇴보의 역설

A씨가 털어놓은 어려움은 또 있었다. 바로 태양광설비 기자재 문제였다.

“현재 태양광 모듈의 경우 국산과 외국산 제품의 기술 격차가 높지 않지만, 인버터 등 다른 기자재의 경우 효율성 면에서 10~20% 격차가 있습니다. 국산 자재 성능이 훨씬 미흡하죠. 하지만 정부에서는 국산 자재를 쓰라고 태클이 들어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REC’라는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을 국민 혈세로 쓰고 있는데, 외국산 제품을 써버리면 국민세금으로 해외기업들 배만 불려주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국산 자재 성능이 부족한데 국산에 베네핏(benefit)을 줌으로써, 국산 자재 설치비용은 높아지고 기술발전은 더디게 되는 ‘역설’이 생깁니다.”

여기서 태양광 기술을 둘러싼 산업의 밸류체인(Valuechain)을 잠깐 이해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태양전지셀을 붙여 만든 패널)이라는 밸류체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생태계에서 그나마 이름있는 기업은 OCI, 한화솔루션, 신성이엔지 정도밖에 없다.

한국수출입은행의 ‘2021년 2분기 신재생에너지 산업동향’을 보면, 전세계 태양광 산업 생태계는 중국에 종속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기준, 폴리실리콘은 71.2%, 웨이퍼는 95.9%, 모듈은 83.2%를 중국산이 차지한다. 우리나라 기업은 그나마 모듈 부분에서 3% 정도를 차지하며, 한화솔루션(큐셀)을 제외한 상위 10개 기업 중 9개가 중국 기업이다.

태양광 산업을 확대하려는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 산업을 확대하자니 ‘중국산 원자재의 공급망 의존도’가 걸리는 것이다. 2018년 미국은 태양광 패널 수출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중국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해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며 견제했다. 에너지 안보 이슈까지 걸린 문제여서 상당한 논란이 계속되는 중이다.

문제는 전 세계가 마땅한 대안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국내 태양광 발전사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난 5월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에서 한국에너지 공단 자료를 이용해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셀 용량 중 국산은 22.2%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기준 국내 보급된 모듈 가운데 국내산은 78.4%라고 했다. 셀을 이어 붙여서 모듈을 만드는데, 결국 중국산 셀을 수입해와서 국내에서 조립해 국산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게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정부로선 급속하게 성장하는 해외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위해서라도 내수 태양광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고민이 있지만, 중국 기업을 이기는 묘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A씨는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아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에게 기술개발하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결국 2050 탄소중립을 앞둔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에 맞게 글로벌 수출시장을 바라보고,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국내 태양광 산업을 키워내는 길밖에 없다.

“대기업들이 RE 100을 확대해야 하는데, 이 기업들이 비싼 재생에너지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메리트’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정부 차원에서 세제 지원을 해주든지, 아니면 RPS 의무공급량을 더 많이 늘려서 신재생에너지를 더 보급하든지 해야죠. 하지만 정부 여당과 야당이 신재생과 원자력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앞으로 확대될지 유지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정치적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국내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계속 뒤쳐지고 있다.

*공동 연구팀=  박동규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정명은 사회적가치연구원 수석연구원,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편집장), 김효진 임팩트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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