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온-사회적가치연구원 공동기획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아서]

[9] 재생에너지 확대하려면…대만, 덴마크의 '원스톱' 사례 분석

2050 탄소중립이 발표됐지만, 정책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제각각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임팩트온은 사회적가치연구원(나석권 원장), 한양대 박동규 경영대학 교수와 공동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기 위해 내러티브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폐기물, 금융 부문 등 현장 전문가 16인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니즈(Needs)와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무엇인지 파악해봤다.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면담자들은 익명 처리했다.

 

“우리나라는 풍력의 경우 14개의 인허가를 받고 10여개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인허가를 받는 과정도 주무부처가 서로 달라서 힘듭니다.” - 솔라시도 관계자 A씨

“사업주가 사업을 준비하면서 주요 인허가가 끝나고 중간에 민원이 심해지면 작은 인허가 사항으로 시간을 끌게 되고, 지자체는 주민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소모됩니다”. - B은행 재생에너지 PF 담당 A차장

“조례가 중간에 바뀌어서 사업 손실이 생겨도 어디에 하소연도 못합니다. 리스크는 모두 우리 사업자의 몫입니다.” – 태양광업체 ‘K에너지’ 대표

 

16명의 국내 재생에너지 현장 전문가를 만날 때마다 공통적으로 쏟아낸 불만은 지자체와 부처별로 제각각인 수많은 인허가 과정에 대한 것이었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인허가 과정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해당 지자체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후, 개발행위 허가, 공사계획 인가, 공사 관련사항 신고, 전기설비 검사, 사업개시 신고 등 수많은 과정의 인허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원 해결까지 사업자가 담당하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업자들의 인허가 고충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지난 24일 발표한 ‘재생에너지 산업의 운영현황과 애로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대한상의는 최근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112개사를 대상으로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사업실적이 연초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이 46.4%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은 5.4%에 그쳤다. 목표 미달을 예상하는 이유로는 ‘재생에너지 판매가격 하락’이 55.3%로 가장 많은 답을 받았고, 그 다음으로 ‘사업 인허가 및 부지확보 지연(17.0%)’이 높게 꼽혔다.

사실 인허가는 여러 이해관계자를 이해시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그렇기에 비단 국내만 인허가 과정이 복잡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덴마크의 원스탑숍(One-stop Shop)과 대만의 싱글윈도우(Single Window) 등 정부 주도의 단일창구 시스템을 살펴보면 해결 방안이 보인다.

 

대만 싱글윈도우, “인허가·리스크 범정부로 해결”

탄소중립의 열풍에 따라 대만 정부도 2025년까지 석유 제로화, 석탄 30%로 감축, 재생에너지 20% 확대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을 4.15GW(2020년 기준)에서 2025년까지 20GW로 네 배 가까이 확대한다는 세부 계획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2019년 기준 재생에너지는 전체 전력에 5.6%를 차지하는 만큼 규모가 작다.

 

 

대만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를 위해 복잡한 인허가 및 리스크를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하는 컨트롤타워 개념의 '싱글윈도우'를 마련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전체적으로 담당하는 컨트롤타워를 대만 행정원 산하에 조직하고, 재생에너지 사업 단일 창구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만 행정원 산하 탄소저감위원회는 전체 재생에너지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부처 간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대만 경제부 에너지국(MOEA)은 재생에너지 사업 단일창구 즉, 싱글윈도우가 되어 사업 진행 과정을 추적하여 발견된 리스크를 해결하고 부처간 인허가를 통합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싱글윈도우를 통해 인허가 및 리스크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져 3년만에 5.5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이 착공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더해 대만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확대 지원하고 있다. 고효율 태양광 기자재에는 6%, 루프탑 태양광 설치 시에는 3%, 섬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는 15% 등 보조금 지원을 늘려 재생에너지를 2025년까지 계획대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덴마크 원스탑숍, “사업자 개발 리스크 정부가 완화”

유럽연합이 탄소중립 계획을 선포함에 따라, 덴마크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덴마크 정부는 큰 걱정이 없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80%까지 달성해 상당한 속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의 99%를 수입 석유에 의존해던 덴마크가 변신한 계기는 1973년 전세계 석유파동을 겪으면서였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 풍력으로 전환을 시도해 왔고, 그 결과 다른 나라들보다 한발 앞서 1991년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 단지를 개발하기도 했다. 

덴마크가 놀라운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한 배경에는 범국가적 프로세스인 원스탑숍이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평이다. 덴마크 정부는 일찍이 에너지청(Danish Energy Agency)에 풍력에 대한 범부처간 코디네이터 책임과 해상풍력발전 인허가 권한을 위임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청이 단일창구가 되어 사업관련 리스크 및 인허가를 한번에 해결하고 있다.

기존에 덴마크 해상 풍력 발전 단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사전 조사 실시 허가 ▲해상풍력 터빈 설치 면허 ▲풍력 이용 라이선스 ▲전기 생산 승인 등 4개의 인허가 단계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원스톱숍 도입 이후 한 번에 인허가가 처리되어 사업자들의 각광을 받았다. 유럽국가에서 재생에너지 인허가를 받는데 평균 42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덴마크는 원스톱숍을 통해 그보다 적은 34개월로 소요시간을 단축시켰다.

 

 

지난 25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화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나라가 된다. 이렇게 되면 선언에 머물러 있던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보다 강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탄소중립화의 원동력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를 더디게 만드는 방해요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가 지자체와 부처별 엇박자 가운데 복잡한 인허가 과정을 지연의 요소로 꼽고 있는 만큼, 대만과 덴마크의  인허가 및 리스크 대응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단일 창구 마련을 고려해볼 때다.

*공동 연구팀= 박동규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정명은 사회적가치연구원 수석연구원,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편집장), 김효진 임팩트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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