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조 달러 굴리는 500개 기관 투자자 모인 이니셔티브,
161개 기업에 2050 넷제로 위한 계획 수립 공표 요구, 탄소배출 평가 ‘객관적 기준’도 만들어
블랙록(Blackrock),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 500개 이상의 기관투자자들이 가입한 '클라이밋 액션(Climate Action) 100+'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전 세계 161개 기업에 2050년까지 넷제로로 줄이라는 방안과 계획 수립을 공표하도록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기업에는 한국전력공사와 포스코, SK이노베이션이 포함됐다. 해외기업으로는 엑손모빌, BP, 로얄더치쉘, 셰브론, 월마트, 코카콜라, 콴타스 등이 포함됐다.
클라이밋 액션 100+는 47조달러(약 5경7000조원)을 굴리는 518개의 '큰 손' 투자자들이 서명한 기후위기 대응 이니셔티브로, 영향력 있는 투자자 단체다. 이들은 이번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CEO와 이사회 의장들에게 서한을 보내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번 서한은 올해 전례 없는 기후변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기후변화가 자신들의 투자에 재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발송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 단체는 2017년부터 기업에게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공표하라"고 기업들을 압박해왔다.
더불어 클라이밋 액션 100+는 "2030년까지 2010년 배출량의 45%를 저감하라"는 거센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최종 사용자가 사용하는 탄소 배출까지 측정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 따르면, Climate 100+가 선정한 기업은 연간 전 세계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벤치마크 도입으로 탄소 배출 측정에 '표준' 생겨
최종 사용자가 내뿜는 탄소 배출까지 측정
이와 함께 클라이밋 액션 100+는 "어떤 기업이 탄소 배출을 더 많이 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벤치마크 지수(Benchmark) 지수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이밋 액션 100+ 넷제로 기업 벤치마크(Climate Action 100+ Net Zero Company Benchmark) 지수'라는 이름으로, 내년 도입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배출량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는데, 벤치마크 지수를 도입하면서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단체의 설명이다.
이번 벤치마크 지수는 어떤 회사가 넷제로(Net-zero)에 적극적인지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탄소 배출량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기업들의 저감활동을 측정하는 표준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클라이밋 100+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기준이나 범위가 기업마다 다양해 보다 보편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들이 넷제로를 이행하기 위해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기업들이 정말 파리협정을 준수한 활동을 하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특히, 최종 사용자의 탄소 배출 정도인 스콥3(Scope3)까지 포함해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겠다고 밝혔다. 직접배출(Scope 1),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간접배출(Scope 2)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배출과 원재료, 운송으로 발생하는 스콥3(Scope3)까지 포함해 배출량 절감 계획을 요구한 것이다. 이 문제는 많은 기업이 꺼려했다. 제품 생산 과정을 넘어 공급망까지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오나 레이놀즈 UN책임투자원칙(PRI) 회장은 “투자자들은 특히 온실 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에게 보다 가시적인 기후 조치를 요구한다”며 “이번 요구는 기업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도록 만들고, 이행하지 못했을 때 책임을 지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꽤 까다로운 요구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혹시나 자금이 빠질까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메이저 석유회사인 BP, 다국적 투자은행 바클레이, 식품 회사 네슬레, 광산업체 베일, 항공사 그룹 IAG를 포함한 회사들은 2050년 넷제로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기업들, 저감 요구에 "취약"
투자자 압박 대응 위해선 국가도 나서줘야
이 같은 요구에 국내 기업들은 아직 취약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전력, 포스코, SK이노베이션은 해외 기업에 비해 임팩트 비율(Impact ratioㆍ매출액 대비 환경오염을 고려한 외부비용 발생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비용, 운송과정에서 석유를 쓰는 비용 등을 총합한 비용이 매출액에 비해서 많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인 한국전력 22%, POSCO 8%, SK이노베이션 4%로 나타난 반면, 해외기업인 에너지회사 엑셀론 3%, 철강회사 일본제철 11%, 석유회사 로얄더치셸 3%였다. 국내기업의 위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3020, 그린뉴딜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등 ‘신기후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기업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요구는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그린뉴딜로 인해 2025년까지 43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보하고, 이를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한국전력의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허용되고, 해상풍력사업단 신설로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탄소배출권 비용 등 환경리스크가 향후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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