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플랫폼 규제 특징 '규제 대상 기업 정하고, 벌금 등 명확한 규제 기준 제시'
국내 빅테크 플랫폼은 금융업 진출 눈여겨 봐야...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 필요해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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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빅테크 온라인 플랫폼’이다. 카카오, 쿠팡 등 대형 플랫폼 대표들은 ‘독과점’, ‘갑질’ 등의 문제로 국정감사를 받으러 출두했다. 공정위도 ICT 전담팀을 설치하고 규제안을 만드는 등 빅테크 규제 속도를 올리고 있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은 최근 OECD ‘디지털세’ 합의안까지 나오는 바람에, 국내외로 규제 폭탄을 맞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순호 연구원은 16일 ‘온라인 플랫폼 및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강화정책의 해외 동향 및 국내 규제감독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EU, 영국의 규제정책을 돌아보고, 국내 빅테크 플랫폼의 금융 부문 규제 개선점을 제언했다. 

이순호 연구원은  “국내 빅테크 기업은 특히, 금융 부문에 관련하여 대마불사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성장성을 바탕으로 영향력이 커질 빅테크 플랫폼 기업을 위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빅테크 규제 "규제 기업 정하고, 규제 방식 명확히 제안"

미국, EU, 영국의 빅테크 규제법을 보면, 규제 대상 기업을 정하고 기업이 해야할 의무사항과 위반시 받게 될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순호 연구원은 “미국은 EU에 비해 미온적이라고 평가 받지만, 최근 거대 플랫폼을 대상으로 하는 '반독점법안 패키지 5개 법률안'이 발의됐고,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빅테크 플랫폼을 대상으로 반독점 소송도 제기하는 등 규제 강화로 기조가 변경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이 발의한 법안 패키지 중 ‘지정플랫폼(covered platform)’ 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기존 법으로는 새롭게 등장한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기가 어려우므로,  이 제도를 통해 반독점 규제 대상을 명확히 정하기 때문이다. 지정 플랫폼 기업은 자사 상품을 타 회사 상품보다 우대하지 못하고,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도 시장 지배력 강화 혹은 유지 목적이 아님을 입증해야만 인수가 가능하다. 

한편, EU에서는 디지털세 법안 발의, 디지털서비스법 패키지 초안 공개 등을 통해 소위 게이트키퍼(Gatekeeper) 기능을 수행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EU는 2010년대 초부터 빅테크 기업의 반경쟁 행위 조사를 시작했고, 2015년 디지털 단일시장 전략(Digital Single market Strategy)을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인 규제에 돌입했다. 주요법으로는 2020년에 초안을 공개한 ‘디지털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 Act)’과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 Act)’이 있다.  

DSA는 플랫폼 기업의 기본권 침해, 불법 콘텐츠 제작 및 유통 등에 대한 규제법이다. 위반 시 해당 기업 연간 매출액의 6%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DMA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의 불공정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의무사항과 금지사항을 제시했다. DMA를 위반한 기업은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영국은 경쟁시장국(CMA, 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산하에 디지털시장 규제 전담부서인 ‘디지털시장부서(Digital Markets Unit)’를  신설하고, 이 부서를 범정부 독립관청으로 승격할 것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편의성 살리고, 금융 안전성 보장하려면...새 규제 틀 마련 시급

이순호 연구원은 “한국에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경쟁당국이 먼저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최근 금융상품 중개 또는 광고와 관련해 빅테크 플랫폼의 영업모형이 금융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할 소지에 대한 문제와 관련한 규제를 명확히 하려는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호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이 플랫폼을 통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빠르게 성장하는 영업모형에 따라 현재는 금융 부문 시스템에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급속히 성장하여 ‘대마불사’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빅테크 플랫폼이 금융 부문으로 진입하여 빠르게 성장하면 소비자가 금융서비스를 사용하기에 편리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부문 진출로 인해  ‘과잉경쟁으로 인한 금융 안정성 저해’와 ‘비인가 금융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규제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현행 금융 규제접근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빅테크 맞춤형 접근방식을 적용하는 포괄적인 정책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순호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빅테크 기업을 규제와 감독 틀로 어떻게 편입할지 고려해야하며,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을 직접 수행하거나 금융기관과 협력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면허를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원은 “금융당국 내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외국 규제당국과 국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빅테크 기업의 금융부문 진출에 우려 섞인 목소리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박흥배 전국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18일 시작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의 가맹점 수수료율 관련 시위에서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면서 빅테크는 정부의 육성정책을 받아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빅테크 육성정책을 분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은 카카오, 쿠팡, 네이버 등 플랫폼에서 자영업자에게 걷는 결제 수수료의 원가를 분석해, 시장지배력을 통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대마불사(大馬不死)란 바둑에서 말들이 모여 무리를 이룬 대마가 생존의 위기를 겪더라도 결국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경제 용어로는 ‘Too big to fail(실패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인데, 빅테크 기업처럼 규모와 영향력이 거대한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적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결국 정부 지원 등 여러 방법으로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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