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우수기업이 오히려 법인세를 적게 내고, 고용을 적게 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최근 해외 언론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ESG 역설에 관한 자료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는 뉴욕에 본사를 둔 금융업체 스톤엑스의 빈센트 델루어드 글로벌 투자전략가의 분석을 인용, ESG 등급이 높은 기업들이 등급이 낮은 기업들에 비해 훨씬 낮은 세율을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증시에 상장된 러셀 1000 편입기업들 중 ESG 최고등급인 ‘AAA’를 받은 기업들은 지난해 평균 18.4%의 법인세율을 부담했지만, ESG 등급이 ‘CCC’인 기업들은 27.5%의 법인세율을 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델루어드 투자전략가에 따르면, ESG 등급과 실효법인세율 부담율은 거의 정확히 역비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ESG 등급이 높은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세제 혜택이 많은 무형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국가별 세율 차이를 이용해 법인세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러셀1000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ESG 등급과 실효법인세율, 자본수익률. ESG 등급이 낮은 기업일수록 실효법인세율이 높다./파이낸셜타임즈
러셀1000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ESG 등급과 실효법인세율, 자본수익률. ESG 등급이 낮은 기업일수록 실효법인세율이 높다./파이낸셜타임즈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2030 탄소네거티브 정책과 다양한 인권 정책 등으로 대부분의 ESG 지표에서 최고등급을 받았지만, 최근 8년의 실효법인세율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ESG 등급 CCC를 받았던 유니버셜헬스서비스의 법인세율 부담율은 47%에 달했다. MS의 3배다.

FT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평가하는 551개 기업의 ESG 지표 중 세금과 관련된 항목은 5개로 ESG 평가가 세금을 둘러싼 평가 측면에서는 사각지대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고용 측면에서도 비슷한 ESG 역설이 발견됐다. 미국 내 대형 15개의 ESG 주식형 ETF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ESG 최고등급기업 15곳과 비중이 낮은 ESG 최하등급기업 15곳을 비교해보니, 애플과 MS, 펩시코(상위기업군) 등은 총 190만명을 고용한 반면, 월마트와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보잉(하위기업군)은 510만명을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셀 3000지수를 봐도 ESG 우수기업들은 평균에 비해 20% 이상 종업원 숫자가 적다. 델루어드 투자전략가는 “ESG펀드는 결국 인간보다 기계나 무형자산을 더 선호하는 셈”이라며 “직원 없는 기업은 파업이나 노조와의 갈등도 적고, 로봇과 알고리즘에 의해 생산이 이뤄지면 남녀 직원간 임금 격차도 크지 않다”고 비판했다.

결국 ESG 투자 움직임이 커질수록 조세 회피형 기술 독과점 기업이나 종업원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제약 대기업, 금융회사 등에 더 자금이 몰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ESG 투자로 점점 더 많은 자산이 배분되고 있는 만큼, 이들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도 주의를 세심하게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상장지수펀드(ETF) 데이터업체인 트랙인사이트에 따르면, ESG 우수기업에 투자하는 ETF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1740억달러(193조원)을 기록, 전년(590억달러) 대비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 기업, 사회(S) 영역 비난 피하지 못해...

의견 다양한 사회 문제, 주주관여 특히 어려워 

한편, ESG 투자자들 또한 빅테크 기업에 높은 불만을 갖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액션도 나오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넷제로(탄소중립)에 앞장서고 있지만, 노동법 위반 혐의와 세금 이슈, 내부 성희롱 사건, 총선 개입 의혹 등의 사회적인 비난을 끊임없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불만은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에 주주 관여(engagement) 절차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책임투자 미디어 RI는 “ESG 투자자들이 협력해야만 빅테크 기업을 움직일 수 있다”며 관련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2곳이 테러 공격을 받아 51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우월자들이 벌인 총기난사 사건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스트리밍되고 유포됐다. 

이에 문제를 느낀 뉴질랜드슈퍼펀드(NZSF)는 정부 연기금펀드(Government Superannuation Fund), 내셔널 프라비던트펀드(National Provident Fund), 키위웰스(Kiwi Wealth) 등과 함께 공동 이니셔티브를 만들고 "크라이스트처치 테러와 같은 내용을 알리는데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사용할 수 없도록 책임감을 가져달라"며  페이스북, 트위터, 알파벳을 타깃으로 주주관여 캠페인을 벌였다. 이는 나중에 아비바, HSBC, 노무라, 노던트러스트 등 메이저 기관투자자들 100곳 이상의 지지를 끌어냈다.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 알파벳은 라이브 스트리밍 통제를 강화했으며 특히 페이스북은 지난해 말 콘텐츠 관련 리스크 검토를 고려하도록 감사 및 리스크 감독위원회를 강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주주행동주의 투자자 애즈유소우(AsYouSow)는 페이스북에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혐오 발언 확산을 막는 알고리즘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 의사당 난입사건에서 보듯) 이것이 일시적인 조치로 보인다”며 알고리즘이 영구적이지 않은 이유를 묻는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웨덴 공적연금기금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술기업에 ‘유엔의 비즈니스 및 인권 가이드라인’ 원칙을 준수하도록 인권 지침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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