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COP26에서 전세계 탄소배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그동안 양국이 오랜 기간 정치적, 경제적 갈등을 빚어왔기에, '깜짝 합의'라는 평가가 많다.
때문에, 적어도 기후변화대응에 있어서는 양국이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청정에너지 분야에서의 패권경쟁과 무역분쟁으로 인해 양국의 탄소배출감축 및 에너지전환에 차질이 있었기에, 이번 합의를 통해 국제 기후변화대응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망 장악한 중국, 규제와 관세로 압박한 미국
이번 공동선언이 있기 전까지 양국은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패권 경쟁과 무역갈등을 겪어왔다.
먼저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태양광과 전기차 분야의 공급망을 장악했다. 태양광 모듈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 생산비용의 40%는 전기요금이 차지하는데, 중국 정부는 전력보조금을 지급해 중국 업체들이 폴리실리콘 시장을 장악하는데 일조했다. 중국 태양광 모듈회사들 또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저가공세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현재 한화큐셀과 미국 퍼스트솔라를 제외한 상위 10개 태양광 모듈 제조회사는 모두 중국계 업체다.
중국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코발트, 니켈, 리튬, 희토류 광산 확보에도 힘써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기업들이 미국의 광물 자산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양국간의 갈등이 빚어졌다.
중국의 낙양몰디브덴 그룹은 2016년과 2020년, 미국 프리포트 맥모란 (Freeport-Mcmoran) 소유의 텐케 풍쿠르메(Tenke Fungurume) 광산과 키산푸(Kisanfu) 광산을 인수했고,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광산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인수 컨소시엄에 참가해 지분을 획득했다. 또한 중국 자동차업체 완샹그룹은 파산 신청을 한 미국 리튬배터리업체 A123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에서는 전략자원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백악관이 지난 6월 발표한 공급망 보고서는 "중국이 광물 공급망 독점을 무기로 미국 산업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관세정책과 규제를 통해 중국을 압박했다. 미 정부는 오바마 정권시절부터 중국 태양광 모듈의 저가 수출을 '덤핑'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세이프가드 (Safeguard· 긴급수입제한조치)와 관세 정책을 내놓았다. 또한 중국산 풍력타워를 비롯해 풍력발전에 쓰이는 중국산 철강제품 및 희토류 영구자석에 2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 7월에는 신장 위구르지역에서 생산되는 폴리실리콘의 강제노동 이슈를 지적하며, 관련 업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강력한 규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문제는 양국 간의 갈등으로 인해 "2035년까지 전력분야의 탄소중립과 태양광 전력비율 40%를 달성하겠다"는 미국의 목표 이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재생에너지 설치 비용이 급등해 국제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미중 청정에너지 갈등 완화 움직임... 협력관계 이어질까
COP26 공동선언을 전후로 청정에너지를 둘러싼 양국 관계의 기류가 변하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양국 정상 화상회담에서는 주요의제로 기후변화대응이 논의되며, 양국 협력의 단초가 마련됐다.
실질적인 규제완화와 무역재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4일, 중국 최대 석유기업 시노펙(Sinopec)은 미국 벤처글로벌(Venture Global)로부터 20년 동안 연간 400만톤의 액화석유가스(LPG)를 공급받는 대규모 계약을 맺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LPG 공급계약이다. 이에 대해 중국 사회과학원 가오 링원 (Gao Lingyun) 연구원은 "이번 LPG수입은 석탄사용에서 청정에너지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며, "양국의 무역 논의에 따라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대중국 규제를 완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미 상무부는 중국 태양광 기업의 관세 회피를 조사해달라는 익명 단체의 요청을 기각하며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에 태양광 모듈을 판매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못박았다. 또한 지난 16일, 미국 국제무역법원(Court of International Trade·CIT)은 중국의 주력 태양광 모듈 제품 양면태양광패널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