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를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미ㆍ중 갈등이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벌어지고 있다. 코발트는 리튬·니켈·흑연과 더불어 전기차 2차전지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특히 고용량 전지 개발을 좌우하는 광물이다. 뉴욕타임스는 콩코의 코발트 광산을 집중 조명해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매달리는 전기차 산업 전반에 드리운 미·중 각축전이라는 그림자를 보여줬다.

코발트 매장량 및 가공량/뉴욕타임즈 'A Power Struggle Over Cobalt Rattles the Clean Energy Revolution'
코발트 매장량 및 가공량/뉴욕타임즈 'A Power Struggle Over Cobalt Rattles the Clean Energy Revolution'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세계 코발트 매장량은 710만톤 규모로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350만톤이 콩고민주공화국에 매장돼 있다. 연간 생산량도 세계 생산량의 60%를 넘어선 6만4000톤으로, 2위인 러시아(5600톤)를 압도한다. 

특히 올해 전기차 원년이 열리며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뛰었다. 지난 1월 초까지만 해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톤당 3만2190달러 선이던 코발트 가격은 8월에만 5만2500달러에 다가서는 등 60% 이상 급등했다. 세계은행은 각국이 탈탄소화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코발트에 대한 수요가 2050년까지 최대 585%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탄소중립 시대 필수재가 된 코발트를 차지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은 콩고에서 불꽃 튀는 자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DR콩고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미국이 주로 서구와 아시아의 동맹 정상들을 불러모은 ‘공급망 정상회의’에 초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콩고 내 코발트 광산을 꽉 잡고 있는 건 중국이다. 19개 광산 중 15개가 중국 소유다. 중국계 자원개발 회사 뤄양 몰리브덴(CMOC)사가 2016년 4월 DR콩고 내 최대 코발트 광산인 텡게 풍구루메를 매입한 데 이어, 지난해 말 미국 업체 소유였던 키산푸의 광산까지 사들이면서 자원 쟁탈전의 승기는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 콩고 내 코발트 생산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긴 미국은 호주ㆍ캐나다 등 동맹들로부터 코발트를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신문은 “중국의 목표는 완성차 제조국과 무관하게 배터리 금속 원료를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같은 행태가 20세기 초반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맞아 헨리 포드가 아마존의 고무 플랜테이션에 투자했던 일을 상기한다고 꼬집었다. 

코발트 등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자원 무기화’에 나설 경우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한국은 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92%로 매우 높기 때문에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발트' 볼모로 식민지 재현되는 콩고

강제노동·아동노동 혐의 불거져

코발트를 둘러싼 미중 각축전에서 콩고 근로자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마치 노예와 주인 같은 고용형태.’ 영국 가디언은 DR콩고의 광산 노동자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남부 풍구르메 광산에서 일하는 피에르는 하루 3.5달러(약 4100원)를 받고 일한다. 회사에서 지급한 점심은 작은 롤빵 두 개와 주스 한 팩이 전부. 그는 적도를 관통하는 뙤약볕 아래 종일 원석을 캔다. 차세대 광물로 전세계가 필요로 하는 금속, 코발트를 얻기 위해서다. 

피에르는 중국의 뤄양 몰리브덴이 80% 지분을 보유한 텐케 풍구르메 광산(TFM)에 하청 업체를 통해 고용돼 있다. 그는 “일하는 환경은 나쁘고 월급은 아주 적다”며 “아파서 하루라도 쉬면 이마저도 깎인다”고 털어놨다. 

영국의 기업활동 감시 비영리기구(NGO) ‘개발권리 및 책임(RAID)’과 DR콩고 법률지원센터 조사 결과 이는 피에르만의 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8개월에 걸쳐 DR콩고 내 5대 광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130여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최저 시급에 못 미치는 임금, 휴식 없는 노동과 모욕적인 대우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술했다. 감독자에게 뺨을 맞거나, 막대기로 맞고 발로 걷어차인 사례도 있었다.

5대 광산 중 3곳은 중국 소유였다. 몰리브덴의 풍구르메 광산과 중국 유색광업집단공사(CNMC)·콩고 국영광업회사의 합작사 소미데즈, 또다른 합작사 시코마인즈 등이다. 몰리브덴의 풍구루메 광산에서 일하는 무탐바는 “우리는 중국인들에게 아주 나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나는 얼굴을 네 번이나 맞았다”고 말했다. 시코마인즈에서 일하는 다른 근로자는 “중국인들은 그들의 표준과 문화를 강요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DR콩고의 천연자원을 발견하거나 사용하려는 외부인들은 해묵은 식민지 시대 패턴을 좇아가고 있다. 청정에너지 혁명이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착취와 탐욕,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변칙 플레이의 악순환에 갇혀 좁은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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