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뒷받침해 줄 기후계획 제2탄이 나왔다. 지난 COP26에서 처음으로 협의된 메탄에 대한 감축과 천연가스, 건물의 탄소 배출을 다루기 위한 계획이 담겼다. 지난 7월 탄소배출권 거래제 적용 확대와 내연기관차 판매 단계적 중단을 담은 대규모 계획 ‘핏포 55(Fit for 55)’에 이은 두 번째 기후 패키지다.
EU 집행위원회는 15일(현지시각) 향후 10년간 경제 전반에 걸쳐 배출량을 줄이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두번째 계획을 밝혔다. 메탄 감축과 천연가스 사용의 허용, 건물의 탄소 감축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에너지 안보 강화 위해 천연가스 완전히 인정
EU 집행위원회는 “이제 화석연료에서 더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며 “화석연료를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스 저장소를 강화하고 EU 에너지 네트워크에 상대적으로 탄소를 적게 뿜는 가스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U 국가들이 공동으로 가스 비축량을 구입할 수 있는 규정도 제안했다. 각 국의 송전시스템 사업자(TSO)가 공동으로 가스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전력이 부족한 비상상황에 사용하자는 의도다. 해외 가스 공급자가 안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분석도 실시해야 한다.
이번 발표로 EU는 천연가스의 필요성을 완전히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이 600% 치솟고 지난 9월엔 전기 도매 요금이 200% 이상 오르는 등 최악의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면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긴장 국면에 들어간 지난 10월~11월 러시아가 공급하는 가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기도 했다.
그러나 규칙 승인을 위한 힘겨루기는 피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스의 역할에 동의하지 않는 몇몇 회원국과 유럽 의회는 몇 달간 협상에 직면할 수 있다. 기후단체들이 요청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철폐 대신 “2050년까지 (해외 공급업자와 맺은) 장기 가스 계약을 종료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어, 기후 단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현지 언론 유랙티브(EURACTIV)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기보다는 찬물 샤워"라면서도 "천연가스 퇴출 여부를 두고 논쟁하는 건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 산업계가 친환경적이 되려는 노력을 장려할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책임을 꾸준히 묻는게 중요하다. 가스를 탄소 제로로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종래에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평했다.
메탄 배출량도 보고하라, 단 EU 기업만
메탄은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며 지구온난화 효과가 훨씬 크다. 지구 온도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선 탄소뿐 아니라 메탄 배출량도 대폭 줄여야 한다. 탄소 다음인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기 위해 유럽위원회는 석유 및 가스 사업자들에게 메탄가스 배출량까지 측정해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시행 첫 해말까지 배출량에 대한 추정치를 제공해야 한다.
또 규제 발효 6개월 이후부터는 3개월마다 메탄 누출의 가능성이 있는 기반시설을 점검하고 5일 이내에 누출을 복구해야 한다. 일상적인 연소행위(flaring)를 금지하는 등 메탄의 배출 자체가 금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규정은 유럽 내 기업 한정이다. 유럽에 화석연료를 공급하는 해외기업은 규정에서 제외된다. 일부 투자자와 의원, 운동가들은 가스의 90%, 석유의 97%를 수입하기 때문에 해외 기업으로 규제를 넓혀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난방 효율 높여 에너지 아끼고 저소득층 보호한다
집행위원회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난방 시설을 갖춘 건물을 개조하고, 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CCUS)과 농법을 장려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2027년 1월 1일까지 모든 상업용 또는 공공용 건물은 EU의 에너지 효율 척도상 적어도 F에는 도달해야 한다. 집행위원회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개조에 자금이 흘러가게 만들면서, 전반적으로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한편으로는 난방 에너지 효율을 높여, 소득의 많은 부분을 난방비로 납부하는 저소득층 가구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또 불법 목재 거래와 불법 선박 재활용을 범죄로 분류해 환경 범죄를 단속하기 위한 규칙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