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한 ‘2022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에 맞춰 ‘녹색국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덴마크, 영국, 독일 등은 저탄소 경제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녹색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국채시장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코로나와 재정수요에 따라 국채 발행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국채시장 인프라를 선진화하자는 차원이다. 국고채 만기와 발행량 증가를 고려해 조달금리·차환 위험을 최소화하는 '한국형 발행모형'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국채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초장기 선물(30년)을 새로 도입하고, 바이백(조기상환)의 활용 폭을 높이고자, 국채 발행 기준을 총액에서 순증으로 바꾸는 지원체계 개편도 검토 예정이다.

시장 선진화 차원에서 녹색국채 발행 가능성도 검토한다. 탄소중립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국내 녹색채권 시장을 일구기 위해서다. 내년 상반기 중에 국채시장 영향 등을 포함한 연구용역을 실시한다. 기획재정부는 “녹색채권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국채가 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 들어가도 '선두 주자'

덴마크·독일·영국 사례 보니

전 세계 그린본드 발행 잔량은 지난해 4400억 유로(590조원)에서 올해 11월 기준 1조 1000억 유로(1400조원)로 급속히 성장했다. 사회적 채권도 1890억 유로(250조원)에서 3700억 유로(490조원)로, 지속가능 채권 역시 1620억 유로(210조원)에서 3030억 유로(407조원)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엔 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 각국 정부의 녹색국채 발행도 이어지기 시작했다. 녹색 사업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EU 분류 체계 규정의 시행으로 녹색채권 투자를 장려하는 문화도 만들어졌다. 특히 EU가 차세대 회복 프로그램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녹색채권을 발행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NNIP 브람 보스 녹색채권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그린본드 시장은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가능 금융 관련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올해 10월 시작된 EU의 녹색채권 프로그램으로 2026년까지 최대 2500억 유로(330조원) 발행 계획이 예고됐다. 이미 지난 10월 EU 집행위원회는 120억유로(약 16조5000억원) 규모의 15년물 녹색국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유럽이 녹색채권의 중심이었지만 내년에는 미국과 신흥 시장이 시장점유율을 넓혀가는 것도 내년 녹색국채 시장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8일 덴마크 중앙은행은 탄소중립 달성과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 초 첫 번째 녹색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 19일 발행 예정이며 표면이자율은 0.00%, 10년 만기물이다. 덴마크 중앙은행 시그네 크록스트룹 부총재는 “해상 풍력발전과 탄소 감축을 위해 국채 발행을 계획했다”며 “전 세계 투자자들은 EU 택소노미 안에 있는 녹색투자를 원하고 있으며, 덴마크 정부는 녹색 채권을 통해 투자자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재무부의 녹색국채 발행 프로젝트
영국 재무부의 녹색국채 발행 프로젝트

COP26을 앞둔 지난 9월, 영국 또한 처음으로 녹색국채인 그린길트(Green gilt)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 0.87%, 12년 만기물로 발행한 그린길트는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애초 100억파운드(약 15조원) 규모로 발행한 국채에 1000억파운드(약 155조 1998억원)가 몰리면서 영국 국채 매각 사상 최고액을 기록한 것이다. 국가별 녹색국채 발행액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성원에 힘입어 10월 60억파운드(약 9조 4936억원) 규모의 2차 32년물 그린길트를 발행했다.

영국은 올해엔 무공해 버스, 해상풍력 및 저탄소 건물 리모델링에 자금을 사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녹색국채 발행으로 모인 자금은 영국의 녹색금융 프레임워크(Green Financing Framework)에 명시된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또 저탄소 경제 전환 과정에서의 일자리 창출과 같이 환경과 사회가 교집합을 이루는 영역에도 자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재무부 리시 수낙 장관은 “그린길트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는 투자자들이 기후변화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민간이 저탄소 경제 전환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려줬다”고 평했다.

작년 녹색국채 발행을 처음으로 시작한 독일은 올해에도 국채를 발행했다. 2020년 독일정부는 ‘그린본드 할당 보고서’를 통해 기후 보호 및 환경 프로그램에 123억 유로를 지출했으며, 녹색국채를 통해 115억 유로를 충당했다고 밝혔다. 9월에는 65억 유로 상당 10년물 녹색국채를, 11월에는 50억 유로 5년물 녹색국채를 발행하면서다. 올해는 60억 유로 규모 30년 만기물로 처음 발행했다. 표면 이자율은 0.00%다. 여기에도 389억 유로 이상이 몰렸다.

독일 재무청은 “새로운 30년 만기 녹색 연방 채권을 통해 유로 자본 시장에서 최장기 녹색 채권을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독일은 운송, 국제 협력, 연구 및 혁신, 에너지 및 산업, 농업, 임업, 자연 경관 및 생물 다양성 분야에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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