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 4곳 모두 ‘찬성’ 권고

 

지난해 12월 10일, 포스코는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칭)’와 철강사업 자회사인 ‘㈜포스코(가칭)’로 물적분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포스코의 기업분할 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자문사에 의견을 구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들 자문사 4곳은 국민연금에 ‘포스코 물적분할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포스코 측이 ‘물적분할한 사업회사가 상장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주주권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의 설명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포스코의 주식 9.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다가오는 24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 회의에서 포스코의 물적분할을 찬성할지 말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물적분할 안건에 일관되게 반대표를 행사했다"면서 ‘반대’ 의견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19일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 4곳(한국ESG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글래스루이스, ISS)은 모두 ‘물적분할 찬성’을 권고했다. 포스코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의결권 자문사 중 서스틴베스트만이 반대의결은 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최근 기업의 물적분할 부정적으로 바라봐

지난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재계의 잇따른 '물적분할'을 둘러싸고,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및 대규모 자본조달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과 "대주주를 위해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더이상 묵과해선 안된다"는 입장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특히 개미주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이재명과 윤석렬 두 대선후보들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하지만 20일에도 세아베스틸이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수강 제조기업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존속법인 지주회사인 세아베스틸지주는 특수강을 비롯한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등 주력 자회사의 전문적 전략수립 및 경영효율성 제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한다. 신설법인 사업회사 세아베스틸은 특수강 본연의 역량에 집중해 새로운 성장비전을 추구할 계획이다. 
흥미로운 건 증권업계의 방향 전환이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서는 물적분할이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의 물적분할을 바라보는 증권업계의 기류가 부정적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삼성증권과 하이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기업의 물적분할 부작용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삼성증권은 17일, 리서치 보고서 ‘애플의 성장은 오롯이 애플 주주에게’를 통해, 모회사 주주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물적분할이 가장 선진화된 자본시장으로 평가받는 미국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미국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등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 대부분이 단일 상장사임을 밝히면서, 이 경우 모회사와 자회사, 기존 주주와 신규 주주, 기존 사업과 상장 사업 간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물적분할을 발표한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볼 때 자회사의 성장성이 모회사의 주가에 반영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증권업계 등 투자자들은 다르게 보기도 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핵심 자회사가 재상장하면 모회사가 보유한 지분 평가액은 65% 정도 할인된 주가로 거래된다고 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과 한국조선해양, LG화학의 경우 물적분할을 발표한 다음 날의 주가가 6∼8%씩 하락했다. 

 

건전하고 선진적인 지배구조 확립 위한 노력 필요

경제개혁연대는 포스코의 이번 조치에 대해, 주주들이 우려하던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으며, 주주들의 요구를 회사가 수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가 100% 보유하고 있으므로, 향후 ㈜포스코의 IPO가 가능하게 ㈜포스코의 정관을 개정할 여지가 남아 있으며, 향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포스코가 바람직한 지배구조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채 단지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신설 철강사업 자회사 상장 부분에 대해서만 대안을 제시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포스코홀딩스가 건전하고 선진적인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노력하며, 회사가 지배하고 있는 자회사 및 손자회사 등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지분 전량을 보유하는 형태의 소유구조를 지향한다는 원칙 및 ㈜포스코의 상장에 대한 사항을 포스코홀딩스의 주주총회에서 정할 수 있게 규정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약속을 깰지 모르니, 아예 지주회사 정관에 이를 못박으라는 요구다. 

오는 28일 열리는 포스코 물적분할 안건을 다루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을 따라 찬성표를 던질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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