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64킬로미터 정도 가면 지붕이 서커스 텐트처럼 생긴 미래지향적인 건물을 3개 볼 수 있다. 구글이 신입직원을 교육시키는 캠퍼스 건물의 일부로, 9만개의 태양광 타일을 겹쳐 만든 지붕이 특이하다. '용의 비늘(일명 드래곤스케일, dragonscale)'이라고 불리는 건축디자인이다.
최근에 모습을 드러낸 구글의 새로운 캠퍼스 건물을 소개하며, 영국 가디언지는 "규제당국과 환경단체, 직원들로부터 탄소 감축에 대한 압력을 많이 받으면서, 저탄소 건축물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는 미국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구글 캠퍼스는 전체 건물에 필요한 전기의 40% 또는 7MW(메가와트)를 지붕에 있는 태양광 판넬을 통해 발전한다. 패널이 여러 방향을 가리키는 데는 '다각도에서 태양광을 흡수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 건축가들의 말이다.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가 "2030년까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데이터센터와 캠퍼스를 운영할 것"이라고 한 약속의 일부다.
특히 여름에 점점 더 더워지고 가뭄과 산불이 매년 일어나는 등 기후변화가 확실하게 일어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러한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압력이 여느 곳보다 크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 데이터에 의하면, 2020년 미국에선 건물이 미국 전체 전력의 40% 정도를 쓴다고 한다. 또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들 중 하나가 건물이며, 건물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37%를 차지한다.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수백 배에서 수 천배 더 지구를 더 온난화시킬 수 있는 메탄 등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건축가는 건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함께 자재를 만들거나 프로젝트를 하거나 폐기물을 운반할 때 발생하는 탄소도 고려해야 한다. 건축회사 캐논디자인의 에릭 코리 프리드 책임자는 "캠퍼스나 건물에 쓰이는 태양광 패널가격이 예전보다 낮아졌다"며 친환경 건물의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구글의 드래곤 스타일 태양광 패널 지붕은 물론, 구글의 새로운 캠퍼스는 빌딩을 난방하기 위해서 지하에 지열을 저장하는 배터리를 설치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지난 15년간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었던 건축회사 ZGF의 교장 크리스 챠토는 지속가능한 건축물을 요구하는 고객이 실질적으로 증가한 것을 느낀다고 한다. “솔직히 지난 3~6개월 동안 고객들과 나눈 대화의 양은 지난 2~3년간 나눈 대화의 양과 같다"고 크리스 챠도 교장은 밝혔다. ZGF는 현재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목표를 갖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건축법, 유해한 건축자재 사용 불가
저탄소 건축물은 Z세대 직원 모집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글의 CEO 피차이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기업이 직원을 모집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이것을 제대로 못하면 재능있는 직원을 모집할 수 없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젊은 세대들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에는 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캐논디자인의 에릭 코리 프리드 책임자도 "지속가능한 근무공간은 빛과 천연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통적인 사무실보다는 지속가능한 빌딩에서 일하는 것을 직원들이 즐거워한다"고 밝혔다.
법령 개정 또한 이러한 저탄소 건축물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2030년까지 캘리포니아는 온실가스배출을 1990년 수준보다 40% 낮추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ZGF의 건축가 챠토씨는 "어떤 고객들은 최소한 10년간 건물을 유지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건물주가 건물을 팔고 손실을 메우고 수익을 내고자 할 때인 10년 후에는 아주 다른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의 최근 건축법은 유해한 건축자재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7월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집성재(mass timber)를 사용한 건물은 18층까지 건설할 수 있다고 했다. 집성재는 작은 나무조각을 강력한 슬라브에 녹여넣은 것으로 강철과 콘크리트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20년 전부터 많이 쓰이고 있다. 이번 건축법이 개정되기 전, 캘리포니아주는 집성재를 사용한 상업적인 건물은 6층까지만 허용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가 없었다.
집성재는 천연적으로 콘크리트와 강철보다 낮은 이산화탄소를 갖고 있고, 카본을 분리시키며 나무처럼 공기로부터 카본을 끌어당겨 빌딩을 카본 저장소로 만든다. 캘리포니아의 첫번째 다층 구조 집성재 건축물은 SKS 파트너가 개발하고 페킨스 앤 윌이 디자인했는데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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