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는 개발도상국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 기업의 개도국 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요하는 기사가 종종 눈에 띈다. 일례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5%, 2045년까지 20% 줄이겠다는 베트남 정부는 가장 큰 감축원으로 에너지를 꼽으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20% 늘릴 계획이다. 이에 KOTRA는 최근 10년간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6~7%인 점에 주목하며, 앞으로의 재생에너지 시장 가치를 7140억 달러(태양광발전 2800억, 풍력발전 4400억)로 추산했다.

이러한 시장 전망과 우리기업 진출 필요성이 뒤섞여진 기사를 볼 적이면, 수년 전 재생에너지 사업을 수행하는 국내 모 중소기업 임원과 함께 소각로 폐열 에너지 사업화 타당성 조사를 위해 베트남 박닌성에 방문했을 때가 떠오른다.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 반정도 떨어진 박닌성은 삼성전자 등 1300여개의 글로벌 기업 공장이 밀집한 곳이다. 드넓은 푸른 밭 사이로 농을 쓴 농부들이 물소를 끌고가는 풍경이 차창 너머로 한참을 보이다 도착한 박닌성은 신식 산업단지 그 자체였다. 각각의 공장들이 커다랗게 상호명을 내걸고 규모와 첨단을 자랑하고 있는 박닌성의 풍경을 보며, 방문 약속을 잡은 소각로 시설에 대한 기대감이 보다 커졌었다. 

당시 베트남에 몇 안 되는 소각로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외국 혁신 기업과 기술이 밀집된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푼 마음에 도착한 소각로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안내를 맡은 소각로의 부사장은 투자처가 될 수도 있는 한국 중소기업 임원의 기대감을 조금도 꺽지 않으려 독일제 신식 부품으로 건축된 소각로의 장점을 연신 풀어냈다. 

그러나, 구식 소각로에서도 폐열화가 가능할 정로로 높은 기술력을 가진 국내 중소기업 임원이 소각로를 여러 차례 둘러보고 시선을 둔 건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환경’이었다. 월 300달러(35만원)를 받고 충분한 보호장비도 없이 소각로 문을 수시로 열고 닫아야 하는 근로자의 위험한 근로 환경과 소각되기 전 폐기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염수를 독한 화학물질로 처리함에 따라 추가로 발생되는 수질 오염 때문이었다.

또, 사업 승인권을 가진 무관심한 공무원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현실에 중소기업 임원은 부담스러운 시선을 쏟아냈다. 실사를 마치고 박닌성을 떠나는 차 안에서 “기업 혼자서는 사업화가 어렵겠다”는 중소기업 임원의 한줄평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는다. 6개월에 걸친 타당성 조사는 사업화를 위해선 ODA(공적개발원조)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을 담아 마무리 됐다.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에 대한 국내 기업 기술력은 상당하다. 지난해 국내 재생에너지 생태계 연구 조사를 위해 전국의 관련 업계 실무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국내 재생에너지 기술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준높은 기술력에 감탄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높은 기술력만 가지고 개발도상국 재생에너지 시장에 진출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인력과 자본력이 충분한 대기업은 가능할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은 인권뿐 아니라 교육, 보건 등 사회수준이 낮은 개도국 시장의 예기치 못한 변수 앞에 좌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공무원들의 부패행위가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ODA를 통한 개도국 사업 진출화가 기업 입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ODA 사업은 개도국으로부터 PCP(Project Concept Paper)라고 불리는 사업 요청서를 받은 후, 수차례 현지조사를 통해 경제성· 정책성· 사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사업화가 진행된다. 

필자 또한, 앞서 5번이나 타당성조사가 실시됐던 청년 창업 지원사업의 재조사를 위해 방글라데시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당시, 발생 가능성이 작은 사업 리스크까지 체크하는 KOICA에 놀랐었다. ODA가 피 같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업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은 우선순위로 꼽힌다. 따라서 사업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의 안전장치를 사업 전에 꼼꼼히 마련할 뿐 아니라, 사업 과정에서도 충분한 A/S가 동반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보다 적은 부담감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공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수여국과 공여국 모두의 국익 증대에 기여하는 상생형 에너지 개발협력사업(ODA)을 적극 발굴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ODA를 통한 우리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화 지원을 확대하는 가운데, 기업들도 안전장치가 녹여져 있는 ODA를 발판삼아 개도국 녹색 시장 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 김효진 임팩트온 Editor & Researcher
 

기업 등 민간섹터의 개발금융 접근 방안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효진 연구원은 지난 10년여간 다수의 ODA 사업과 ESG 컨설팅, 연구 등에 참여하며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공과 민간 협력에 몰두해왔다. 현재는 임팩트온에서 Editor로 글로벌 ESG 동향 및 규제, 정책 등의 소식을 발빠르게 전함과 동시에, Researcher로 공공기관과 기업 등에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Beyond ESG를 통해, 지속가능성 이슈를 선봉해온 개발협력 측면에서 ESG 접근 방안을 논하는 칼럼을 게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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