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건설사의 ESG 경영 분석 보고서 발간
안전사고 관련 리스크는 사고방지 노력에 대한 평가가 바람직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에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등 건설업종에서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ESG 요소 중 사회(S) 부문의 대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지배구조(G)가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ESG 담당 박세연 수석연구위원과 기업분석팀 건설ㆍ건자재 담당 송유림 연구위원은 27일, ‘ESG 시야로 바라본 책임투자전략-건설’ 보고서를 통해 건설사의 ESG 경영을 자세히 살폈다. 한화투자증권이 외부 기관의 평가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ESG 평가등급을 산출해 분석한 첫 번째 보고서라 더욱 눈길이 간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정부로부터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건수가 11건이며, 재해자 수만 4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재해 건별 동종업종 규모별 재해율을 모두 웃도는 수준인 것이다.
박세연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HDC현대산업개발은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회계처리 기준 위반, 하도급 대금 지연 등 제재를 받았다”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한 안전보건 전담 조직과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 본연의 역할과 사외이사를 비롯한 감사기구가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했는지 여부가 문제일 수 있다”면서 “산업안전 및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이사회 다양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건설사 6곳의 12년간 재해율을 분석한 결과도 눈에 띈다. 건설사 6곳의 12년간 재해율은 고용노동부에서 지정・공표한 유사 규모의 사업장과 비교할 때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세연 수석연구위원은 “현대건설의 경우 2009년과 2010년, 2013년 유사 사업장 규모 대비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으나, 2013년 이사회 내 윤리위원회 설치를 시작으로 전사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한 결과, 7년간 유사 사업장의 규모에 비해 재해율이 평균보다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분석 대상에 포함된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 대부분 이사회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거버넌스를 개편했으며,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점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건설사 ESG 경영을 평가한 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순으로 결과가 양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보고서는 건설사들의 주주권 행사를 위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강화 ▲집중투표제 도입 및 실시 청구 ▲임원 자격제한 신설 등을 제안했다.
건설업계, 더욱 철저한 안전관리와 사고방지 대책 마련 필요
다른 업계와 다르게 인력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설업의 특성상, 현장에서의 사고를 제로로 줄이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송유림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여태까지 발생한 대형 사고가 대부분 인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업이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고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인해 직접적 손실은 기본이고, 신뢰도 저하와 브랜드 가치 훼손이라는 간접적 손실을 봤다.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에 안전 관련 리스크를 크게 부각시켰다.
건설업계는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이후 꾸준한 개정을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려 노력했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모든 산업군에서 요양재해율이 감소추세로 이어졌다. 하지만 3차 산업군과 달리, 육체적 노동이 반드시 필요한 2차 산업군은 재해율과 사망자 수 감소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1월 17일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외에도 현재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어, 안전 관련 리스크는 계속해서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과 관련해, 유사한 법을 우리나라보다 앞서 도입한 해외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영국은 2007년 ‘기업과실치사법’을 시행했고, 호주는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시행했다. 캐나다의 경우 2005년부터 ‘웨스트레이법’을 시행해오고 있다. 특히 영국은 강력한 법 시행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사망자 수 감소세를 보인다.
안전 관련 리스크와 관련, 근본적으로 제거될 수 없는 리스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결과에 따른 처벌보다는 사고방지 노력에 대한 평가가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실시 등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더욱 무겁게 가져가려는 움직임 속에, ESG 경영의 중요성 및 국민연금의 주주대표 소송 추진 등 주주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안전사고와 관련된 리스크는 건설업 주가 측면에서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라면서 “이로 인해 야기된 밸류에이션 할인의 해소는 결국 건설사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 안전사고 등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한 CEO를 비롯한 이사회 차원의 전사 컨트롤타워 역할이 매우 중요하므로 환경, 안전 전문역량이 있는 이사를 선임해, 의사결정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더욱 철저한 안전관리와 사고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리스크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주에게 제시하며, 건설사의 풍부한 재무여력을 바탕으로 좀 더 적극적인 신사업 확대(E) 또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G)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안전 관련 리스크 부각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의 양호한 펜더멘탈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국내 주택 부문에서의 규제 완화 가능성과 공급 확대, 해외 건설 부문에서의 발주환경 개선 및 신규수주 성과, 신사업 부문에서의 투자 및 수주 등 가시화 같은 기존 건설업의 투자 포인트는 모두 유효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최근 건설업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진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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