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S, 보고서 발간해 눈길
회사법과 회사 소송, 이사회 경영 등 기업 지배구조 변화 가져올 수도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투자가 주주행동주의의 방향을 전환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헤지펀드 행동주의의 현황과 미래를 ESG를 중심으로 살펴본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간한 ‘기업 지배구조 리뷰-헤지펀드 행동주의의 현황과 전망, ESG를 중심으로’ 보고서는 “헤지펀드 행동주의의 목표가 재무적 성과를 거두는 것임에는 변화가 없지만, 최근 재무적 목표와 ESG 목표가 혼합돼서 제시되고 있다”면서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져 온 ESG를 이제는 재무적 목표와 분리하기 어려워졌고,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를 펴낸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시장과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행동주의 사례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엘리엇의 삼성전자(2002년), 삼성물산(2015년), 현대자동차(2018, 2019년) 공격, KCGI의 한진칼 공격(2019, 2020년) 등 다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헤지펀드 행동주의는 이제 자본시장과 기업 지배구조(G)에서 결코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행동주의가 ESG를 중심으로 더 부각될 것이기 때문에 그 동향에 민감해야 한다”고 했다.
헤지펀드 행동주의는 회사 소송 및 이사회 경영에 큰 영향
보고서는 가장 먼저, 헤지펀드 행동주의가 회사법과 회사 소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회사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소송을 자주 활용하는데, 이는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소송 외에서의 협상과 주주총회에서 법원의 결정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에 의한 것이 보통이라고 봤다.
김화진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들은 회사의 지배구조와 사업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를 경영진과의 직접 소통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기업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소송과 회사법의 역할을 점차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회사법과 회사 소송이 주주와 회사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기능은 서서히 감소할 것이다. 또한 결국에는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 변호사들이 법원보다 의결권 자문기관이나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김화진 교수는 이와 더불어, “헤지펀드 행동주의는 이사회 경영을 핵심으로 하는 기업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에 진출한 사례는 2006년 KT&G 사례 외에는 없다. 그래서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에 진출하면, 해당 기업의 이사회 운영과 ESG 경영에 어떤 변화가 발생할지 알기 어렵다.
국내와 다르게,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수 기업 이사회에 행동주의 펀드가 진출했다. 주주행동주의가 활성화됨에 따라 경영자, 사외이사, 기관투자자가 마치 행동주의 주주들처럼 사고하는 경향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특히 이사회는 사업상의 결정을 내릴 때, 그 타당성을 헤지펀드가 어떻게 평가할지 염두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사용하는 매뉴얼 내용을 영업전략, 재무전략, M&A, 이사회 구성 등에 반영하는 것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김화진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관투자자들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기 시작하면서 기업과 기관투자자들 간의 관계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중요한 요구가 회사 자산 매각이나 구조조정이기 때문에 M&A 시장도 더 활발해진다”고 했다. ESG 차원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기업들은 ESG 공시 제도 정비, 회계 부문 등에 신경 써야
보고서는 국내의 경우, ESG와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김화진 교수는 “ESG와 행동주의에 관한 논의는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기관투자자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도록 행동 원칙을 규정한 자율규범) 시대에 ESG 경영과 투자, 그에 수반되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정비에 관한 일반론에 포함시켜 생각해도 될 것”이라면서 몇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ESG 공시 제도의 정비다. 보고서는 정부가 환경(E)・사회(S) 정보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거래소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고 단계적으로 그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이와 관련해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두 번째는, ESG와 관련한 회계 부문이다. 보고서는 ESG 공시와 별도로, ESG가 계량화된 지표와 평가를 거쳐 지속가능성 이념이 기업 회계에 반영되게 하는 사례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국내에서도 각 기업별로 ESG 계량화 작업을 추진하고 회계에 반영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패션 기업 ‘케링’은 친환경 플랜을 가동하면서 회사 내에 ‘EP&L(Environmental Profit & Loss; 친환경 플랜의 진전을 평가해 재무에 반영할 수 있게 한 새로운 회계기법)’ 계정을 마련해 관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김화진 교수는 “궁극적으로 ESG 정보와 재무적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회계가 필요할 것이고, 통합된 ‘중요성(materiality)’ 기준에 따라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세 번째는, 상법 개정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 지난 2020년 12월 개정된 상법으로 인해, 행동주의 펀드가 ESG 관련 현안을 제기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유리해졌다. 개정 상법 제542조의12 제2항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중 적어도 1인은 다른 이사들로부터 분리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헤지펀드를 포함하는 소수 주주가 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진출시키는 것이 용이해졌고, 그 가능성을 기초로 ESG 관련 현안에 대해 경영진과 소통할 수 있는 기초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김화진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이 스스로 주주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포함한 외부에 의해 강제로 지배구조를 개편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배구조 문제로 회사 경영의 집중력과 동력을 상실하는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행동주의 헤지펀드나 기타 적대 세력은 회사의 ESG 관련 대응이 부실할 경우, 회사에 대한 공격에 경영 실적보다는 ESG 이슈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면서 “ESG 이념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와 회사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향후 회사법과 자본시장법 학계의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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