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에 금융투자자들의 시장 교란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탄소 시장 거래와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개혁안이 등장한 이유는 2021년 대비 150%나 급상승한 탄소배출권 가격 때문이다. 이달 EU의 배출권 가격은 톤당 98.49유로(13만3000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연합의 기후 목표 강화와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에 폴란드 등 일부 국가들은 배출권 가격 폭등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높아진 탄소 가격이 EU의 전기 요금 인상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금융투자자들의 시장 행위가 탄소 가격의 증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EU 집행위원회가 금융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탄소 시장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EU의 수석의원은 탄소 시장 참가자들의 거래 행동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규정을 제안한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초안을 바탕으로 3월 2일에 완성된 보고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EU 집행위원회는 발표문 초안을 통해 "탄소 시장의 다양한 파생상품에 대해 세분된 공개 보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옵션 계약에서 시장에 대한 가시성이 개선되고 정밀 조사가 이뤄지면, 전반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밝혔다.
탄소시장에 투기세력 개입했나, 안했나
EU의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는 2030년까지 1990년대비 55%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2005년 전 세계에서 최초로 가동한 ETS는 지금까지 1만2000여개 사업장과 시설에 적용돼왔다. 할당량(Allowance)을 초과하는 온실가스 배출분만큼 해당 기업은 경매를 통해 배출권을 사야 한다.
소위 '캡앤트레이드(Cap-and-Trade)' 방식이라고 불리는 시장 자율 거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EU 집행위원회가 지금까지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없었다. 흔히 금융당국이 시중의 자금흐름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융시장에 직접 개입하는데 반해, 배출권 시장에는 이와 같은 정책 수단이 없는 것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6개월 넘게 상승하고 직전 2년 평균 가격보다 3배 이상 상승하면, 각국 대표단 회의를 소집해 관찰하는 권한이 전부다.
물론 배출권 시장 또한 유럽 증권시장감독청( European Securities and Markets Authority, 이하 ESMA)의 관할을 받는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허가되는 배출권 할당량을 매년 조금씩 줄여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과 달리, EU 정부 차원의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현재의 가격 급등에 일부 투기세력이 포함됐다는 의심스러운 눈초리 때문이다. 논란이 뜨겁자, ESMA는 지난해 11월 EU 탄소시장에 대한 예비 보고서를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11월 발표된 ESMA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장의 탄소 파생상품 참여자들의 시장 조작 증거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ESMA 최종 보고서를 바탕으로 위원회는 2022년에 시장 거래 회의가 추가적인 규제 조치를 해야 하는지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시장이 정상적으로 작용하는지, 투기세력이 포함된 것인지에 관한 ESMA의 최종 보고서는 4월에 나올 예정이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천연가스 가격 인상이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탄소 가격 영향보다 8배 정도 크다”라며 “탄소 가격의 증가가 최근 유럽의 전기 요금 인상에 준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라고 강조했다. 전기요금이 오른 것이 천연가스 가격 때문이지, 탄소 가격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