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가 친환경에 대한 고삐를 잡으면서 기업과 은행에 요구하는 정보도 많아졌다. 이에 민간에선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오는 반면, 국민은 규제에 대해서 찬성한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어 입장차가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최근 EU는 택소노미를 정립하며 택소노미와 일치 정도를 공개해야 하는 규정이 담긴 SFDR(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 비재무 정보공개(NFRD) 등을 정립했다. 이에 일부 금융권에서는 규정의 적용에 대해 시간과 자원이 모자라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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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개 이상의 기관들의 금융 무역협회인 ICMA(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택소노미의 궁극적인 목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도 제출했다. ICMA의 닉 파프 지속가능금융 책임자는 EU의 규정이 금융사에게 세부적인 부분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지속가능 금융에서 의도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정교한 분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규제 입안자들이 사용 가능한 데이터에 대한 확신이 없고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펀드는 이미 정렬 점수를 0으로 보고하기 시작했다”며 “보고가 어렵자 택소노미를 적용할 시도도 해보지 않은 것”이라며 부작용을 짚었다.

ICMA는 규제 입안자들에게 몇 가지를 요구했다. 투자가 환경이나 사회에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도하게 세분화된 데이터"에 대한 보고사항을 축소해달라고 요청했다. 특정 자산이나 회사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경우 추정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자산에 유럽 표준을 적용하기보다 현지 조건을 고려한 규칙을 허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와 같은 석탄 의존 국가에서 투자의 에너지 효율성에 대해선 유럽 표준이 아닌 다른 표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유럽 기업이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에 따라 자체 택소노미 정렬에 대한 의무 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하면 내년부터는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ICMA는 “금융사들은 규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규제에 작동하는 규칙에 대해서는 올바른 균형점을 찾아가자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은행들,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규제는 은행에게 불리"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글로벌 은행 위험 감시의 표준 설정자로 떠오른 바젤은행 감독위원회(BCBS)의 기후위기 리스크 관리 지침도 전 세계 은행이 집중하고 있는 규제 중 하나다.

지난 11월 BCBS는 기후 관련 재무 위험을 감독하기 위한 원칙을 제안한 바 있다. 은행이 스트레스 테스트에 기후위험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적 리스크를 포함할 것을 권장하는 지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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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미국 은행 로비 단체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가 의장을 맡고 있는 금융서비스포럼(Financial Services Forum)은 바젤은행에 “은행의 규제 요건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후 시나리오 분석이나 스트레스 테스트가 잠재적으로 은행에 불리한 규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미국 은행가 협회(American Bankers Association) 또한 “금융 위험 평가에 기후 영향을 추가하는 것은 시기상조고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며 “기후 관련 위험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이유로 규제 기관이 기후 위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각각의 은행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벨기에 KBC 은행 그룹은 지난 10일 어닝 콜에서 “스트레스 테스트가 잘 자리 잡고 있냐”는 질문에 “적어도 열심히 하고 있으며 유럽 중앙은행이 공유한 ‘조치’를 기반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미국인 85%, "대기업의 인적 자본 및 환경 영향 지표 공시 찬성"

은행과 기업은 규제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인의 85%는 미국 대기업의 인적 자본 및 환경 영향 지표에 대한 공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분야 독립 비영리단체인 저스트캐피털과 여론조사 기관인 SSRS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미국의 대기업들이 그들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에 대해 투명해지는 것이 중요하며, 인간 자본과 기후 영향 지표에 대한 표준 공시를 요구하는 연방 정부의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스트 캐피탈 설문조사 결과
저스트 캐피탈 설문조사 결과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미국인의 10명 중 9명은 미국 최대 기업의 활동과 행동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85%의 미국인들은 기업들이 그들의 사업 관행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인의 90%는 기업에 대한 기업과 산업 전반의 성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공통의 표준화된 보고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기후 정보에 대해서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도 87%가 찬성했다. 평균 87%가 기업 공시를 요구하는 연방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 결과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스트 캐피탈은 “지난 1년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은 기후위험, 이사회 다양성, 인적 자본관리에 대한 규칙을 마련하고 최근에는 기후위험 공시 의무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국민의 우선순위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표준화 및 일관성에 초점을 맞춰 기업의 정보공개가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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