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전문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650만대를 기록하며, 전년도 대비 109%나 상승했다. 작년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이 4%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전기차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전력업체들은 전기차 유입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 및 수요 폭증으로 인해 에너지 대란이 발생한 가운데, 전기차로 인해 전력망의 과부하가 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전기차 도입 성공의 열쇠는 얼마나 차를 잘 만드느냐가 아니라 전력망을 통해 전기차에 얼마나 친환경 에너지를 잘 보급하느냐에 달려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작년 한파와 기후재난 등으로 인해 루이지애나, 텍사스,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졌기에, 전력망 과부하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에 지난 8일, 미국의 자동차업체 GM과 전력·가스 공급업체 PG&E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차를 전력망에 연결해 전력을 보급하는 V2G(Vehicle-to-Grid) 기술의 파일럿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반가정대상 대규모 V2G 시법 사업 ... 전력망 과부하 줄일 수 있을까
V2G기술은 전기차의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해, 주행 후 남은 전력을 전력망에 송전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심야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하고 전력사용 피크시간인 오후에 전력을 송전하게 되면, 전기차 소유주는 경제적 이득을 창출하고 전력사업자는 전력망 과부하를 줄일 수 있다.
V2G기술의 시범 사업 및 기술 개발은 세계 각지에서 활발히 이루어져왔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도 V2G양방향 충전기 기술을 개발하고, 작년 5월에는 제주도에서 V2G 시범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GM과 PG&E는 일반 가정의 전력사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V2G 시범 사업은 자동차업체 사내 혹은 공공·연구기관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시범 사업이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V2G기술 상용화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전력망의 구조적 문제다. 기존 전력망이 전기차를 통해 유입되는 전류의 역흐름을 대규모로 받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GM과 PG&E에 따르면, 개별 주택의 배전망을 개조한 후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전기차를 통해 전류가 유입될 때 중앙전력망의 연결을 차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앙 전력망을 활용하지 않고도 전기차로 개별 주택의 전력을 보급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GM과 PG&E는 일반가정 전력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둘 경우, V2G기술의 상용화가 크게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에 전력을 공급하는 PG&E의 경우, 산불 등으로 인해 작년에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었으며, 앞으로도 정전의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V2G기술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정전 발생 시 일반 가정 전력사용자가 받는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콜로라도 대학교의 조교수 카이리 베이커(Kyri Baker)는 "V2G기술을 통한 양방향 충전이 대규모로 활용된 경우는 없었다"며 "이번 시범 운영을 통해 해당 기술 상용화에 필요한 상세 이슈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현재 기술로는 집단주거시설의 V2G활용 힘들어...기술적 발전 필요
베이커 교수는 V2G기술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아직까지 가정용 V2G기술은 고소득자에게만 활용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해당 기술이 전기차, 자가소유주택, 추가적 V2G 장비 설치까지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의 V2G기술로 주거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선 자택의 배전망을 차에 직접 연결해야하는데, 아파트, 빌라 등의 다세대 주택의 경우 그것이 불가능하다.
이어서 베이커 교수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저소득층 시민들"이라며 "전기차 전환의 기술적 혜택에서 이들이 소외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자동차 및 전력업계 기술적 발전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