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제조사 GM이 2024년부터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전기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31일(현지 시각) 환경에너지리더(Environment+Energy Leader)가 보도했다. GM은 2026년까지 모든 전기차에 양방향 배터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양방향 배터리란, 기존의 전원에서 배터리로만 에너지를 공급하는 단방향 충전과 달리 자동차가 다른 장치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배터리를 말한다. V2G(Vehicle-to-Grid) 또는 V2H(Vehicle-to-Home) 충전이라고도 하며, 전력망에서 전력을 받아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할 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를 전력망이나 가정에 다시 공급할 수도 있다. 즉, 대용량 배터리 역할을 할 수 있어 날씨에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극심한 폭염… 에너지 수요 급증
전기차 양방향 배터리, 재생에너지 안정성 확보에 기여
올해 여름,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다. 미국과 중국 일부 지역이 50도를 넘어선 데 이어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도 최고 온도 45도를 기록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각국 정부는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전력망 안정화다. 정전은 수요 과잉뿐 아니라 공급 과잉에서도 발생하는데, 날씨에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 특성상 생산량 조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탄력적인 전력망 구축이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양방향 배터리, 즉 V2G(Vehicle to Grid) 기술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계통에 연결해 전력을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전기차가 일종의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되는 셈이다.
V2G 기술이 에너지 전환의 한 축으로 떠오르면서 테슬라, 볼보, GM 등 자동차기업들도 양방향 배터리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GM은 2024년부터 양방향 배터리 전기차를 출시, 2026년까지 모든 전기차를 양방향 배터리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유사시 가정이나 기업에서도 전기차를 활용해 전력 공급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폭염 등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정전 리스크가 높아진 미국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일 수 있다.
실제로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2021년 겨울, 텍사스 일부 주민들은 전기차를 활용해 정전을 견뎌냈다.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 공급이 끊기자 포드 F-150 하이브리드 트럭으로 집에 전기를 공급, 난방을 유지한 것이다. 포드 최고경영자 제임스 팔리는 트위터에 “텍사스의 모든 사람들이 파워부스트(PowerBoost) 내장 발전기가 장착된 F-150를 가지고 있기 바란다”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가상발전소, 잉여 전력 통합 관리 가능…
전기차 소유주, 가상발전소 시장 참여로 부수입 올릴 수 있어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시장의 성장도 GM이 양방향 배터리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GM은 지난 1월 구글, 포드와 함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비영리단체 RMI(Rocky Mountain Institute)의 가상발전소 파트너십에 참여한 바 있다.
가상발전소란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발전 장치 없이, 정보통신기술(ICT)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주변에 흩어져 있는 잉여 전력을 모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전기를 공급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RMI는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을 크게 늘린 IRA법에 힘입어 미국에서 가장발전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유럽,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가상발전소 확대를 위해 국가별로 지원 정책을 시행, 실증화 및 수익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상발전소 사업을 시작, 3개월만에 약 5000세대의 참여자를 모집했으며, 글로벌 석유기업 쉘은 유럽 최대 가상발전소 운영사 넥스트크라프트베르케(Next Kraftwerke)를 인수하기도 했다.
가상발전소 생태계에 참여한 전기차 소유주는 전력 수요가 낮은 새벽 시간에 저렴하게 전기차를 충전하고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에 전기차 배터리의 잉여 에너지를 팔거나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즉, V2G 배터리 차량만 소유하고 있으면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GM 전기차 생태계 책임자 데릭 세키라는 미국 뉴스 웹사이트 더 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양방향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라며 “더 많은 고객들이 전기자동차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환경에너지리더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에는 약 2800만대의 전기차가 보급될 전망이다. 배터리 용량으로 보면, 미국 전체 발전소 보다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주 전력망이 정전될 경우 전기차들이 전력을 공급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전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위원장이자 분산에너지 플랫폼 기업 볼투스(Voltus) 최고규제책임자 존 웰링호프는 “전기차 소유주들이 전력 도매시장에 나올 수 있게 하려면, 가상발전소 사업자들이 보상을 공정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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