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ㆍ가스 비중 줄이고 매년 50억 달러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
일각에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 제기
지난 4일(현지시간) 글로벌 최대 석유 회사 중 하나인 BP는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환경을 파괴하는 석유 기업의 오명을 벗고 ‘글로벌 최대 청정 에너지 생산기업’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BP는 2030년까지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40% 줄이고, 풍력, 태양광, 수력전기 등 자체 재생에너지 용량을 50GW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BP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용량인 2.5GW보다 20배 이상 많은 수치다.
또한 BP는 바이오 에너지와 수소에 투자해 전기차 충전기 7500대를 2030년까지 7만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BP의 목표가 현실화 되면 2019년 대비 최소 100만 배럴의 석유 생산량이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BP는 향후 10년 동안 매년 50억 달러(6조원)를 저탄소 에너지에 투자할 예정이다. 전체 투자 금액만 500억 달러(약60조원)이다. BP의 재생에너지 전략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사회 과도기를 극복하고, 시민단체, 은행, 투자자, 정부의 압력과 에너지 시장의 변화 등을 극복하기 위해, 화석 연료 사업으로부터 탈피하겠다는 과감한 결정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재생에너지 투자 목표는 높지만 실현가능성은 과연?
재생에너지와 사업 혁신을 향한 BP의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BP가 해상∙풍력 발전소를 개발하면 재생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수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캐나다 로얄은행(Royal Bank)의 분석가인 비라 볼카타리아(Biraj Borkhataria)는 "BP가 해상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각각 50%씩 투자하고 2030년 재생 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600억달러(71조원)를 투자해야 한다"고 추정한다. 이는 BP가 발표했던 투자예정금액인 총 250억원(2025년까지)보다 2.5배 갸랑 높다.
목표 생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도 있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업체 중 하나인 덴마크 오스테드(ORSTED)는 10GW의 풍력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3.8GW를 추가하기로 약속했다. 오스테드는 BP의 재생에너지 현 보유량보다 4배 이상 많다. 오스테드의 발전량보다 5배나 많은 50GW 를 화석연료 기업인 BP가 실제로 생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하다는 시각이다. 심지어 셸(Shell), 에니(Eni) 등 주요 석유기업들의 목표보다 1.5~5배 높다.
또 다른 제약요인은 저조한 경제성과다. BP는 현재 410억달러(48조4700억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녹색 에너지 기업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화석연료 기업의 경영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2년 동안 BP 주식은 반토막 나면서 석유시장 가치를 800억달러(94조5000억원) 이하로 감소시켰다. 반면 오스테드의 주식은 동 기간 135%나 급증했으며 시장 가치는 약 600억(70조9800억원)달러를 기록했다.
로얄은행 분석가 비라 볼카타리아는 "BP가 발표한 투자 예정 금액의 70%가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을 통해 조달된다면, BP는 향후 10년간 180억달러(21조2800억원)의 순자본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P가 앞으로 재생에너지 선두 기업들과의 격차를 줄이고 현재의 경영 능력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는 계속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BP의 양대 주주인 블랙록(BlackRock)과 뱅가드(Vanguard), 그리고 알리안츠 등 기타 기관들도 BP의 재생에너지 전략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BP는 목표 실현에 대해 확고한 입장이다. BP CEO인 버나드 루니(Bernard Looney)는 "8~10% 정도의 적절한 수익률을 달성하면서 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P 재무최고담당자인 머레이 아우친클로스(Murray Auchincloss)는 "BP의 무역 사업 능력, 통화와 위험회피(hedging) 서비스에 대한 전문지식, 재생에너지 유량 확보 능력 등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사업으로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입장에 대해 경영평가 기관 피치(Fitch)의 석유 및 가스 수석분석가인 드미트리 마린첸코(Dmitry Marinchenko)는 "BP는 재생에너지 관련 경험이 거의 없고 신규 투자가 이뤄진다해도 여러 경영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사업을 기존의 경영 방식으로 접근하면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