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석유회사인 에니(Eni)가 재생에너지 자회사를 ‘플레니튜드(Plenitude)’로 개칭하고,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를 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회사를 둘러싸고 탄소배출을 감축하라는 압력과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업종을 전환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대응한 것이다. 석유 및 가스 메이저 회사 중 구조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플레니튜드는 풍요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석유회사에서 친환경 기업으로 엔드투엔드(E2E) 접근법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에니의 다짐이 담겼다. 플레니튜드는 재생에너지 발전부터 전력 공급까지 전담하고, 에너지 솔루션 제공과 전기 자동차 충전소 확충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파이프라인인 모회사의 석유 사업은 그대로 가져가되, 자회사를 통해 전력 수요의 변화에도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플레니튜드 스테파노 고베르티(Stefano Goberti) CEO는 “에너지 전환에 시민과 가장 가까운 동맹자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플레니튜드는 현재 1.2GW의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6GW 이상, 2030년까지 태양광·육상·해상풍력을 망라해 15GW 이상 확충을 목표치로 잡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6500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3만1000개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에니의 보완재 역할하는 ‘플레니튜드’
에니는 플레니튜드의 모회사로, 과반수의 지분을 유지할 계획이다. 회사명은 개칭했지만, 에니의 탈탄소 전략을 함께 수행한다. 플레니튜드는 204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을 목표로, 에니의 Scope 3(공급망 탄소배출)의 배출량 저감 목표를 지원한다.
셸(Shell)과 BP 등 메이저 석유회사들과 다른 노선을 택한 이유는 자금조달이 컸다. 대부분의 경쟁사는 재생에너지라는 신사업을 석유 사업과 통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보다 순이익이 큰 석유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긴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통합 방식을 유지하면 꾸준히 주주들의 압박과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에니 클라우디오 데스칼지(Claudio Descalzi) CEO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플레니튜드는 신사업을 통해 모든 고객에게 완벽한 탈탄소 에너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과도기를 직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 새로운 금융 모델이 필요하며 평소처럼 사업을 할 수 없다”며 “독자적인 브랜드는 플레니튜드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는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에니는 플레니튜드가 2025년까지 연평균 18억유로를 투자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자본비용의 약 80%를 재생에너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RBC 캐피털 마켓은 플레니튜드의 회사 가치를 약 100억유로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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