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탄소포집업체인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가 기술 확장을 위해 6억5000만 달러(7913억원)의 투자 자금을 확보했다고 5일(현지시각) 밝혔다. 클라임웍스는 현재 연간 4000만톤의 탄소를 포집해 땅 속에 영구 저장하는 사업을 아이슬란드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현재 수준의 탄소포집량은 불충분하다고 보고, 시설 및 기술 확장을 위해 투자 모금에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 그린에 따르면, 현재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베일리 기포드(Baillie Gifford)를 비롯해 스위스 리(Swiss Re AG), 파트너스 그룹 AG(Partners Group AG) 등이 장기 투자자로 클라임웍스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확보된 6억5000만 달러는 4만톤을 탄소포집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는데 3년간 사용될 계획이다. 추가 시설 건설을 통해, 클라임웍스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톤 이상의 탄소를 포집할 계획이다.
탄소로 만든 건축자재부터 음식, 음료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인 ‘탄소포집’은 이제 포집과 저장을 넘어 보드카, 손세정제, 향수 등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제품의 원재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탄소포집 및 저장(CCUS)은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인해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생산되는 근원지에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을 통합적으로 아우른다. 일반적으로 탄소포집 기술은 자석으로 철가루를 골라내는 방식처럼 값비싼 용매제를 사용해 배출된 가스에서 이산화탄소(CO₂)만 분리해낸다.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깊은 지하에 저장시켜 수세기동안 가둬진다. 하지만 이 방식은 안전하게 저장할 장소를 찾는 것과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 회의적인 시작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포집된 탄소를 제품 생산에 활용하는 “탄소포집 및 활용(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CCU)’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환경단체 카본180(Carbon180)은 건축자재부터 음식, 음료에 이르기까지 CCU로 만든 제품의 잠재적 시장이 미국에서만 1조달러(1217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그럼 어떤 기업들이 포집된 탄소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을까? 블룸버그 통신은 탄소와 햇빛으로 제트연료 등을 생산하는 디멘셔널 에너지(Dimensional Energy)를 비롯해 이산화탄소와 물, 수소를 결합해 보드카 생산에 사용되는 알코올을 만드는 에어 컴퍼니(Air Company), 탄소포집으로 폴리머를 생산하는 이코닉 테크놀로지스(Econic Technologies)를 집중 소개했다.
미국 코넬대학교 실험실에서 2015년 시작된 디멘셔널 에너지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물과 결합시킨 후 태양 에너지로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수소는 화물선과 여객기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지난해 수소 전환율이 45%까지 개선돼 갤런당 60달러(7만3000원)로 판매가 가능하며, 올해는 전환율을 75%까지 올려 갤런당 가격을 27달러(3만2000원)로 낮출 계획이다. 2023년에는 갤런당 2.7달러(3000원)까지 낮춰 하루에 1000갤런의 수소연료를 생산해 항공사에 판매할 방침이다.
디멘셔널 에너지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톤의 탄소를 포집해 수소연료 생산에 사용하겠다고 목표를 잡았다. 현재 전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포집하는 곳이 클라임웍스(Climeworks)의 오르카(Orca) 시설로, 연간 4000만톤의 탄소를 포집하고 있다.
에어컴퍼니 탄소로 알코올 생산해 향수와 보드카의 원재료로 판매
미국 뉴욕의 에어 컴퍼니는 ‘공기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비전을 가지고 포집된 탄소로 불순물이 없는 알코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어 컴퍼니는 알코올을 생산하기 위해 냉각-가압-액화 과정을 거쳐 포집된 탄소를 액체 상태로 만든다. 그 다음, 자사가 개발한 수소 결합 기반의 탄소 전환 반응기(Carbon Conversion Reactor)에 탄소가 포집된 액체를 넣으면 불순물이 제거된 알코올이 생산되게 된다. 순도 높은 알코올은 향수, 손 소독제, 보드카 등의 원재료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알코올 생산에 사용되는 전력은 풍력을 통해 얻고 있어, 생산 자체에 있어서도 탄소 배출이 발생되지 않는다.
그레고리 콘스탄틴(Gregory Constantine) 에어 컴퍼니 공동 설립자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현재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면적의 100배 크기의 숲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동일하다”며 자사 기술의 친환경성을 강조했다.
영국 임페이얼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2012년 출발한 이코닉 테크놀로지스(이하, 이코닉)는 다양한 산업 제품의 원재료인 폴리머를 탄소 포집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케이스 위긴스(Keith Wiggins) 이코닉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기술과 공정을 통해 기존 석유 기반 원재료를 50%까지 대체시킬 수 있다”며 탄소포집을 통한 자사 제품 활용성을 강조했다.
현재 이코닉은 단열재, 매트리스, 냉장고 생산에 사용되는 코팅 및 접착제를 자사의 탄소포집 기술로 생산한 폴리우레탄으로 대체시키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인도 마날리 석유화학과 공동 생산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 모든 폴리우레탄이 이코닉의 탄소포집 기술로 생산된다면 1100만톤 이상의 탄소배출량이 감축될 수 있을 거라 전망된다.
하지만 CCU 기술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탄소포집을 활용한 제품이 일상용품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7년 네이처지는 CCU를 뒷받침할 충분한 재생에너지가 존재하더라도 탄소중립에 CCU가 기여할 수 있는 정도는 1% 미만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안나 애머도어(Giana Amador) 카본180 정책 이사는 “CCU는 기후 솔루션으로서 장점이 있기만 대기에서 탄소를 영구적으로 제거하지는 못한다”며 “탄소포집이나 탄소제거 기술은 화석 연료 업체들이 탄소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게 지지해주는 허가증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MS가 투자한 바이오차(biochar) 기업들은 어디?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탈탄소 소비 촉진하는 5개 스타트업에 투자
- 구하기 쉬운 ‘석회석’으로 탄소포집하는 ‘에어룸’…MS 등 대거 투자
- 식품, 농업, 핀테크까지... 폭넓은 클린테크 적용
- MS·구글·아마존 "클라우드 사용자 탄소 발자국 공개한다"
- 빌 게이츠, 탄소포집 스타트업 ‘서스테라’에 투자
- 어떤 탄소포집 방법이 기후에 가장 좋을까?...미시간大 연구팀 연구
- 기후 기술 및 정책에 영향력을 끼치는 6인은 누구?
- 탄소 포집해서 보드카를 만든다고?
- 탄소 1조 톤을 저장할 수 있는 6곳은 어디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