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건물 본사에 멸종저항 활동가들이 연막탄과 함께 "지금 화석연료를 끝내라"라는 현수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멸종저항
로이드 건물 본사에 멸종저항 활동가들이 연막탄과 함께 "지금 화석연료를 끝내라"라는 현수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멸종저항

 

기후활동가들의 시위로 인해 세계 최대의 보험시장인 영국 런던의 로이드(Lloys’s)가 본사를 폐쇄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12일(현지시각), 기후활동가 중 가장 과격한 시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활동가들 60여명은 로이드 건물 앞 입구를 봉쇄하고 연막탄과 함께 “지금 화석연료를 끝내라(End Fossil Fuels NOW)”라는 현수막을 펼치는 시위를 벌였다. 

멸종저항은 최근 영국의 금융기관들을 타깃으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데, 지난 4월 1일 만우절 당시에는 영국은행(Bank of England) 앞에서 가짜 석유를 뿌리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세계 60대 은행들이 2016년부터 화석연료 산업에 3조800억달러(4600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며 “영국은행은 이번세기 말까지 3.5도의 온도 상승과 일치하는 투자포트폴리오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번 항의는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우리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이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타깃이 된 건 로이드. 시위로 금융기관이 문을 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멸종저항 운동가들은 로이드사의 건물 밖에 가짜 석탄더미를 버리기도 했다.  다양한 기후활동그룹은 화석연료 사업자뿐 아니라 금융기관, 보험회사까지 타깃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보험회사들이 탄소집약적인 산업에 대한 보험을 거부하는 바람에 보험사를 구하는 일까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호주 카마이클 탄광의 송유관 증설, 캐나다 트랜스 마운틴의 송유관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트랜스 마운틴은 지난해 14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가입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급기야 트랜스 마운틴은 지난해 2월 캐나다 에너지당국에 “기후활동가들로부터 현재와 미래의 공개 소송에서 보험회사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관련기업의 이름을 지워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필리핀 기후정의운동, 국제금융공사(IFC) 상대 소송

현지 기후단체가 연합해 글로벌 대기업과 국제기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세계은행그룹의 민간대출 부문인 국제금융공사(IFC)가 지난 10년 간 10개 이상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를 IFC의 독립감시기관인 컴플라이언스 어드바이저 옴부즈만(CAO)가 발표하기도 했다. IFC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필리핀 지역 사회에 신규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17년 필리핀 비영리단체가 IF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으로 시작됐다. 소송을 제기한 단체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원주민, 어민, 농부 등 100여 개 단체가 설립한 필리핀 기후정의운동(PMCJ)이다. 이들은 IFC가 사회·환경 성과 기준과 기후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필리핀 현지은행 RCBC가 석탄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도록 2억 2800만 달러(2808억원)의 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보고서에서 CAO는 "IFC가 석탄을 지원함으로 인해 필리핀 지역사회에  심각한 사회 및 환경 영향력을 끼쳤다"며 이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앞으로의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IFC는 금융 대출 관행을 혁신적으로 개혁할 것"을 강조했다. 

국제금융공사(IFC)가 지난 10년 간 10개 이사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 자금을 지원했다/픽사베이
국제금융공사(IFC)가 지난 10년 간 10개 이사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 자금을 지원했다/픽사베이

IFC의 투자 지원으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시민사회 단체들은 IFC가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내 41개의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를 지원해 시민들의 큰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2020년 IFC는 “석탄 감축 계획이 없는 은행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IFC는 필리핀 은행 RCBC에 2011년 초기 투자한 이후 지속적으로 10여개의 발전소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IFC의 지속가능성 정책에 따라 자금조달 공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단체의 소송 내용에 따르면, RCBC는 자금 조달을 아직 시행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11번째 공장에도 자금 조달 계획 및 동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IFC는 CAO의 권고를 받아들였으며, "앞으로 CAO의 행동 계획을 준수하고 은행 지원 가이드라인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조사 결과 공개 이후, RCBC는 다음 달부터 석탄 발전소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RCBC는 필리핀 최초로, 동남아시아에서는 네 번째로 화석 연료 자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은행이 될 것이다. 

 

호주 티위섬 주민들, 수은과 무역보험공사에 '호주 바로사 가스전' 프로젝트 7억달러 대출금지 소송 제기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기업과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호주의 바로사(Barossa) 가스전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 승인 결정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프로젝트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역 원주민들의 주장을 수출입은행이 수용한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프로젝트 승인)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가 프로젝트와 관련된 환경, 법적 리스크, 탄소배출 저감 방법 등 많은 요인들을 포괄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아직 결정을 언제 내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로사 프로젝트는 호주 에너지 기업인 산토스(Santos)가 수행하는 해상 가스전 사업이다. 이는 호주 북부 티위섬 연안에 위치한 바로사 가스전에서 다윈시까지 약 260km에 달하는 가스관을 건설하고, 2025년부터 LNG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SK E&S는 프로젝트의 지분을 37.5%를 보유한 주요 투자자이다. 이 사업에서 생산되는 LNG는 E&S를 통해 한국으로 유입될 예정이다. 수은도 지난해 SK E&S의 요청을 받아, 3억달러(약 3700억원)에 달하는 여신의향서를 발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티위 섬 주민들은 이에 지난달 한국 정부의 수은과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에 최대 7억 달러의 대출을 금지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수출입 은행은 지난 31일 이사회에서 바로사 프로젝트가 환경과 법적인 이유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무역보험공사는 바로사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을 할 계획인지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지만 "국제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만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산토스는 성명에서, 법적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