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주주총회 시즌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엔진 넘버원은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기후 정책을 맹비난하고 결국 헤지펀드가 지명한 이사 2명이 새롭게 선출되면서다. 이를 계기로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더 많은 주주제안이, 새로운 주주제안이 기업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작년과는 방향이 달랐다. 주주와 대결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대신, 주주와 대화를 통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기업이 속속 나타나면서다.
지난달 알파벳, 아마존, 메타, 애플, IBM의 주주들은 미국 전역에서 직원과 비공개 계약서를 쓸 때 은닉조항의 범위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주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미국의 많은 고용주는 근로자와 계약할 때 인종, 민족, 성적 지향, 장애, 종교 등에 근거한 직장 차별을 목격하거나 성추행, 성희롱과 같은 사건을 목격하거나 알고 있을 경우에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곤 한다.
투자 자문사 클린수익자산운용과 니아임팩트캐피털이 개인 투자자를 대신해 제출한 제안서에 따르면 핀터레스트는 수년간 직원들을 은닉 조항으로 구속한 뒤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2250만달러를 지불했다고 언급했다. 또 블랙록 등 대형 투자자들이 직장권 문제를 화두에 올리면서 직원 권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지는 높았다.
컨설팅 회사 사운드보드 거버넌스는 “특히 테크 기업에서 미투(Metoo)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은닉 조항에 대한 주주제안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테크 기업이 몰린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올해 1월 일명 ‘침묵 금지법’이라 불리는 캘리포니아 주 법 SB331이 시행되기도 했다. 이 법안은 고용계약에서 지나치게 광범위한 비밀 유지 조항을 금지하고 있다. 또 근로자의 요청이 없는 한 성희롱, 성폭행, 차별 사건의 경우 비공개 합의를 금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