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담배기업에 대한 그린워싱 논란을 담은 보고서와 캐나다의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그린워싱 논란이 또 제기됐다. 올 한해 그린워싱은 전방위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담배 산업, 지속가능성으로 환경 악영향 숨긴 그린워싱 드러나
세계보건기구(WHO)와 담배산업 감시기구인 스톱(STOP)이 담배 회사들의 그린워싱 실태를 보여주는 보고서를 지난 12일(현지시간)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 등 글로벌 담배 기업들은 탄소공개프로젝트(CDP)과 같은 기후 관련 인증기관으로부터 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 내 탄소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탄소 감축도 외부 감시 보다는 자체 공시로 대부분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담배와 전자 담배 제품들이 삼림 벌채, 폐기물 등 환경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산업은 전 세계 6조개의 담배를 생산하기 위해 매년 3200만 미터톤의 담배 잎을 태웠고, 이 과정에서 8000만 미터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1970년대 이후 담배 재배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약 15억 헥타르의 삼림이 손실되었으며, 이로 인해 연간 온실가스가 최대 20% 증가했다. 해변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도 약 4조 5000억 개로 추정됐다.
담배 통제 비영리 단체인 '진실 이니셔티브(Truth Initiative)'에 따르면, 담배꽁초 한 개비 당 배출되는 화학물질엔 독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니코틴 파우치, 전자담배, 가열된 담배 제품 등 신규 제품이 개발되면서 배터리, 일회용 플라스틱 등 추가 쓰레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보고서는 "담배 산업은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해변 청소, 환경 및 재난 구호 단체 자금 지원 등 프로그램을 홍보해 친환경적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며, 이러한 현상은 담배회사들이 주로 수출하는 중·저소득 국가(LMIC)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영국 담배기업 임페리얼 브랜드는 인도 비영리 단체와 교육, 건강, 위생 등 각종 사회 및 환경 프로그램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물자를 지원해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미국 담배 회사인 알트리아는 미국 국립 어류 및 야생동물 재단, 강 보호 센터 등 각종 환경 CSR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주로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에 1300만 달러(166억원) 이상의 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한 한편 담배 제품으로 인해 1800억 달러(230조원) 이상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서명한 정부에게 담배 산업계의 그린워싱 활동을 금지하고, CDP 등 환경 및 지속가능성 인증 기관도 담배산업의 환경 활동을 막을 수 있도록 우수 등급 제공을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캐나다 은행의 지속가능금융 규모 확대는 그린워싱?
캐나다의 지속가능 금융 부문 또한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세계 4위의 산유국이자 세계 6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캐나다는 최근 2년 동안 석유 및 가스 기업에 대한 지속가능금융 규모를 2020년 대비 20배 확대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지속가능연계금융(SLF, Sustainable-linked Financing)이 자칫 하면 그린워싱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SLF는 기업 차원에서 특정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ESG) 요건을 충족할 경우 발행할 수 있기에, 자금 자체를 기후 친화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할 필요는 없는 자금조달을 말한다.
금융데이터기관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캐나다 지속가능연계채권(SLBs)은 11.2%, 지속가능연계대출(SLL)은 90%로 전 세계 수준인 9.8%, 85%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때문에 환경단체와 투자자들은 "캐나다 은행들이 실제 의미있는 넷제로 목표를 실현하기보다는 탄소발자국을 낮추는 척하기 위해 지속가능연계금융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급망에서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스코프3나 총 배출량을 감축하기보다는 생산 단위당 배출량에 해당하는 배출 강도를 낮출 뿐"이라고 주장했다.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은 캐나다 국내총생산의 약 5%를 차지한다. 지속가능금융(SLF), 녹색 채권 등 캐나다 은행들의 지속가능 자금조달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활동을 허위로 보여주고, 융자조건도 탄소를 감축할 만큼 엄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비영리 환경단체 섬오프어스의 캠페인 전략가인 앵거스 웡은 "지속가능자금은 기존 대출과 채권에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만 붙인 것에 불과하다"며 "이로 인해 기업들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늦출 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을 오히려 늘리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지속가능연계채권과 대출 등은 총 배출량보다 배출강도 목표라고 불리는 생산 단위당 배출량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공급망의 가치사슬 배출이라는 스코프3 배출량 감축 목표의 부재 등 두 가지 이유로 주된 비판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캐나다 왕립은행, 토론토-도미니언 은행, 몬트리올 은행 등은 이에 대해 "석유와 가스 산업들이 지속적인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풍력, 태양광과 같은 대체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파리조항을 위한 투자자(IPC, Investors for Paris Compliance)' 캠페인의 기업 참여 이사 매트 프라이스는 "최근 파이프라인사 엔브리지 및 에너지 제조사 타마랙 밸리 에너지 등 일부 에너지 기업들이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면서 91억 달러(11조 6361억 원) 규모의 캐나다 친환경 자금조달의 인기가 과도하게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향후 캐나다 정부 당국의 기후 공시 세부 조사 강화, 스코프 3 배출 지침 마련, 절대 배출량 목표 설정, 지속가능채권 및 대출 요건 강화 등이 필요할 것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