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 온도 상승 1.5도 제한을 달성하려면 현존하는 화석연료 생산시설의 거의 절반이 조기 폐쇄돼야 한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가 적어도 40%는 땅 속에 남아 있어야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에서 멈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제 학술지인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구 온난화의 최악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을 모두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을 넘어서는 결과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그레그 무티트 국제 지속가능 개발연구소(IISD,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박사는 “새로운 추출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은 필요한 단계이지만, 빠르게 줄어드는 탄소 예산 내에서 유지하기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며 “기존 화석연료 중 일부는 면허와 생산을 취소하고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으로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만5000개 이상 유전과 가스전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도록 CCU(탄소 포집 및 저장)와 같이 석탄, 석유, 가스의 탄소 배출량을 흡수하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상태를 가정했다. 

그 결과 개발된 화석연료의 40%가 땅에 남아 있어야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에서 멈출 확률이 50%에라도 달할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개발된 땅과 광산을 폐쇄하지 않고 계속 사용할 경우엔 936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360억 톤은 25년 간 오늘날의 속도로 배출된 전 세계 배출량을 합친 양이다.  

개발된 광산을 폐쇄하지 않은 경우 탄소 배출량의 절반은 석탄, 3분의 1은 석유, 5분의 1은 가스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캐나다 등 20개국이 개발된 땅과 광산의 90%를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번 연구가 기업들이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린 프로젝트만 고려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화석 연료를 추출하기 위해 굴착기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데만 해도 수십억 달러가 더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주요 저자인 켈리 트라우트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 박사는 “우리 연구는 새로운 화석연료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는 실행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며 “세계는 이미 너무 많은 석유와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재생 에너지와 효율성 조치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네이처에 실린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대니얼 웰스비 박사의 연구 또한 1.5도를 유지하려면 모든 매장량을 평가해 석탄의 90%, 석유와 가스의 60%가 개발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이 분석은 많은 운영 및 계획된 화석 연료 프로젝트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수조 달러의 화석 연료 자산이 쓸모 없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웰스비 박사는 이 연구가 강력한 온실 가스인 메탄이나 석유화학 물질에 사용되는 석유나 가스를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9년 네이처지에 실린 또 다른 연구(Committed emissions from existing energy infrastructure jeopardize 1.5 °C climate target)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이미 화석연료 발전소가 필요양보다 많고 일부는 조기 은퇴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무티트 박사와 웰스비 박사의 연구는 모두 지난해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연구를 넘어서는 결과다.

IEA는 ‘2050 넷제로 달성을 위한 전 세계 글로벌 에너지 로드맵’ 특별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화석에너지 공급을 위한 신규 투자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석탄발전소는 2040년까지, 특히 발전효율이 떨어지는 아임계 석탄발전소는 2030년까지 퇴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2040년까지 발전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무티트 박사는 “이제 정부는 이 화석연료를 어떻게 공정·공평한 방법으로 다룰 것인지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해야 한다”며 “화석연료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석유·가스 회사와 일부 석탄 회사가 에너지 헌장 조약(ECT)과 같은 조약을 통해 그들의 투자와 그들의 수익성을 보호하기 위해 건설한 법적 인프라 문제”라며 “에너지 헌장 조약은 기업들이 손실된 이익을 정부에게 요구 또는 고소할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코스타리카, 프랑스, 아일랜드, 캘리포니아 등 소수의 정부는 새로운 화석연료 면허 발급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 무티트 박사는 이런 약속에 참여하는 정부가 더 많아진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단 요르간센 기후 에너지 장관은 "비욘드 석유와 가스 동맹은 정부가 석유와 가스 생산의 단계적 폐기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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