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이 미국의 한 대학 졸업생들에게 "화석연료 추출을 추진하는 기업에서 일하지 말라"고 했다고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미국 뉴저지주 세튼홀(Seton Hall) 대학에서 수천 명의 졸업생들에게 연설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기후변화라는 지구의 비상사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 세대가 되어야 한다"며, "기후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증거가 산더미처럼 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지구를 죽이는 석탄과 화석 연료에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우리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이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린워싱으로 이것을 바꿀 수 없다"면서 "우리의 미래를 날려버리려는 자들에게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화석연료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여러분은 카드를 쥐고 있다. 여러분의 재능을 다국적 기업들과 대형 금융기관들이 원한다.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제가 여러분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기후를 파괴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러분의 재능으로 우리를 재생 가능한 미래로 이끌어 달라"며 호소했다.
한편,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4월 세계 지도자들에게 "화석연료에 중독된 우리는 스스로를 죽이고 있다"고 말하면서 최근 몇 달 동안 기후 위기에 대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말해왔다.
사무총장은 또 최근 기후변화에 대해서 말과 행동이 다른 기업과 정부들을 공격했다. 그는 "새로운 화석연료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은 도덕적, 경제적 광기"라고 했다.
한편, 가디언은 최근 전 세계 12대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 세계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려면 진행해서는 안되는 프로젝트에 2030년까지 매일 1억300만 달러(1302억원)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메이저 정유사 로얄더치쉘(Shell)과 11년을 일한 캐롤라인 데넷(Caroline Dennett) 안전관리 컨설턴트는 "쉘은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다"고 주장하며 석유와 가스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떠나라"고 촉구했다.
데넷은 극렬한 기후투쟁을 벌이는 NGO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주도하는 트루스텔러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쉘과의 관계를 끊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트루스텔러 캠페인은 직원들이 기후 위기를 부채질하는 회사로부터 벗어나 익명으로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을 공익 제보하도록 장려한다. 트루스텔러의 코디네이터인 조 블랙클러(Joe Blackler)는 "직원들은 쉘에서 일했다는 것이 자신의 이력서에 해를 끼치는 것을 지켜보거나, 아니면 사회 면허를 잃는 산업에서 빨리 나가라는 냉엄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에서는 대학생들이 화석연료와 채굴회사들의 채용행사 및 진로서비스를 금지하는 '화석 없는 진로 캠페인(fossil-free careers campaign)'에 점점 더 많이 동참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옥스퍼드, 에든버러, 셰필드, 서섹스 대학의 학생들은 모두 3월과 4월에 이 캠페인을 지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