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민주당 정부의 ESG 드라이브와, 이에 반발하는 공화당의 반ESG 전쟁에 몰두하는 것과 달리, 캐나다 정부와 연기금의 탄소중립 정책은 탄탄대로를 밟고 있다. 캐나다는 온실가스 상쇄권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시스템을 오픈하고, 연기금의 녹색 자산 전환도 강화하고 있다.
캐나다, 온실가스 상쇄 신용 시스템 착수
캐나다는 대기 중 탄소 및 온실가스 제거로 탄소배출 상쇄권을 거래하는 '온실가스 상쇄 신용 시스템'을 10일(현지시간) 착수했다.
캐나다 환경 및 기후변화 장관 스티븐 길보는 "탄소를 감축하고 관련 혁신 기술에 투자하는 지자체와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며 "캐나다 탄소 상쇄거래 시장을 지원하는 새로운 경제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첫 번째 프로젝트로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 및 천연가스를 채취하고 삼림, 농업 등 4개 산업에서 탄소 상쇄거래 시스템을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폐기물의 온실가스 배출은 캐나다 전체 탄소 배출량의 7%를 차지한다.
탄소 배출을 상쇄할 수 있는 신용 시스템을 운영해 2030년까지 기후 온난화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줄일 예정이다.
오는 7-8월에는 캐나다 공해 석유 산업이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탄소 포획 기술 프로토콜'도 개발한다. 기업이나 지자체는 탄소 상쇄 프로젝트나 혁신 기술을 시스템에 등록하고, 연방 상쇄 프로토콜에 따라 대기 중 감소 혹은 제거되는 탄소 배출량에 대해 1톤 당 거래 가능한 상쇄 크레딧을 생성할 수 있다.
크레딧 당 탄소 오염 가격이 책정되고 기업이나 지자체는 상쇄 크레딧을 시스템을 통해 다른 곳에 판매할 수 있다. 탄소 오염을 줄여야 하는 중공업 기업이나 자발적으로 배출량을 상쇄하고자 하는 기업에 판매가 가능하다.
스티븐 길보 장관은 성명을 통해 "매립지 배출 감축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오염 감축을 위한 혁신 기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시장 기반 메커니즘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크레딧 가격을 현재 톤당 50달러(5만원)로 책정했으며, 캐나다 탄소 배출량에 따라 2030년까지 톤당 170센트(21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오염 산업들이 배출량을 감축하는 대신 상쇄 크레딧을 구매하도록 허용하면 기후 목표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린피스 캐나다 대변인인 셰인 모팻은 "탄소 상쇄는 대기 중 탄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염 기업들의 환경 책임을 막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캐나다 최대 연기금 PSP투자, 전체 포트폴리오 80% 탄소배출 공시
한편, 캐나다 최대 연금투자기금 중 하나인 공공부문연금투자위원회(이하 PSP 투자)가 향후 4년간 온실가스 배출 자산을 줄이고 녹색 자산 비중을 2019년 9월 기준 대비 20~25% 높이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PSP 투자의 새로운 기후변화 전략으로, 세부 정량 목표에 따라 녹색 자산에 대한 투자를 403억 달러(51조원)에서 2026년까지 700억 달러(89조원)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체 포트폴리오의 80%에 대해서도 탄소 배출 공시를 할 예정이다.
PSP 투자는 1824억3000만 달러(234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작년 투자 수익률로 총 연 8.9%를 창출했다.
현재 PSP 투자의 전체 자산 할당 비율은 자본시장(43.4%), 사모펀드(15.3%), 부동산(13.5%), 인프라(10.2%), 신용투자(9.5%), 천연자원(5%), 기타(0.6%) 순으로 높다. 향후 시장 금리 증가와 공급망 변동성에 대비해 다양한 인프라와 부동산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으며, 더 나아가 투자 포트폴리오의 넷제로 자산 비중을 늘려 수익률까지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번 발표는 대규모 캐나다 연금 펀드가 지난 5월 넷제로 목표로 전환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겠다는 결정에 이은 것이다. 성명에서 PSP 투자는 탄소 배출 강도를 줄이겠다는 다른 연금 펀드들의 약속이 캐나다의 기후 목표에 비해 덜 야심적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온타리오 교사 연금 계획은 포트폴리오의 탄소 발자국을 45% 줄이기로 약속했고, 2017년 퀘벡의 카이세 드 데페테 배치에서는 2030년까지 포트폴리오의 발자국을 60%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성명서는 "정부의 기후 목표와 대부분 일치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약속은 투자 시장의 넷제로에 있어 중요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PSP 투자는 녹색 자산 분류법(green asset taxonomy)을 개발하기도 했다. 친환경ㆍ넷제로 및 탄소 집약 등 기후 관련 투자에 대한 회사의 노출도를 평가 및 관리하는 내부 분류 시스템이다.
PSP 투자 사장 겸 CEO인 네일 커닝함은 "우리는 코로나 영향에도 불구하고 평균 이상의 투자 실적을 달성했다"며 "최초의 기후 전략과 기업별ㆍ자산별 맞춤화된 녹색 자산 분류법을 개발하고 우리의 투자 자본과 영향력을 활용해 2050 넷제로 목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