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단체, 마이티어스는 중국에 멸종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의 보호를 위해 수마트라 지역의 댐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 Tim Laman-Creative Commons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글로벌 환경단체, 마이티어스는 중국에 멸종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의 보호를 위해 수마트라 지역의 댐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 Tim Laman-Creative Commons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지난 2020년 런던 증권 거래소 상장 당시, 녹색 인증을 내세웠던 중국 국영 기업이 인도네시아 수력발전소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수력발전소가 위치한 인도네시아 바탕 토루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유인원인 '타파눌리 오랑우탄(Tapanuli orang-utan)'의 서식지로 알려진 곳으로 이번 개발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SDIC 파워가 인도네시아 바탕 토루 댐 건설에 대한 투자 계획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SDIC
SDIC 파워가 인도네시아 바탕 토루 댐 건설에 대한 투자 계획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SDIC

 

중국 SDIC 파워, 인도네시아 바탕 토루 수력 발전소에 투자

중국 국영회사인 국가개발투자공사(State Development and Investment Corporation)를 모회사로 둔 'SDIC 파워(國投電力·SDIC Power)'는 해외주식예탁증서(GER) 발행 방식을 통해 2020년 10월 런던 증권 거래소에 상장했다. LSE의 당시 임시 최고 경영자인 덴질 젠킨스(Denzil Jenkins)는 SDIC 파워의 상장을 두고 "사업을 위한 이정표"라며 환영했다. 

이 그룹은 당시 수익금의 약 70%를 해외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SDIC 파워가 런던 증권 거래소에 상장을 완료한 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인도네시아의 2억7700만달러(3580억원) 규모의 바탕 토루(Batang Toru) 수력 발전소에 대한 투자 계획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책임 투자론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SDIC 파워가 이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지분 70%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이 환경 관련 자격을 남용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마이티어스' 아시아 담당 아만다 휴로비츠. 마이티어스는 멸종위기 오랑우탄의 보호를 위해 수마트라 지역의 댐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 마이티어스
국제 환경단체 '마이티어스' 아시아 담당 아만다 휴로비츠. / 마이티어스

마이티어스, 중국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역 개발 중단을 요구

국제 환경단체인 ‘마이티어스(Mighty Earth)’의 환경 운동가들은 중국에 인도네시아 서부 수마트라 지역의 개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환경 운동가들은 “이 지역에 댐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주장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위해 추진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마이티어스가 의뢰하고 스탠퍼드 대학교수들이 공동 저술한 ‘2020년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수마트라 댐이 전기를 공급할 지역인 북부 수마트라에서는 에너지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10년 동안 80개의 새로운 발전소가 건설 또는 개발될 예정”이라고 보고서의 저자들은 전했다.

마이티어스는 “이 개발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유인원으로 알려진 타파눌리 오랑우탄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라고 말했다.

타파눌리 오랑우탄은 전 세계에 약 800마리가 남은 멸종 위기 동물이다.

‘마이티어스’의 아시아 담당 아만다 휴로비츠(Amanda Hurowitz) 이사는 "우리는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책임 있는 금융가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중국 국가 기관이 한 종을 멸종을 초래할 수 있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냥 마음이 아프다”라고 전했다. 

 

바탕토루 댐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바탕토루 댐 프로젝트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주요 외교 정책 프로젝트 중 하나인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일부로 간주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업계 비평가들은 이 프로젝트가 지난 10월, SDIC 파워가 과반수 지분을 매입한 기업인 ‘북 수마테라 하이드로 에너지(North Sumater Hydro Energy)’에 의해 2015년에 시작된 이후 비밀에 싸여 있었다고 말했다. 환경 운동가들은 2017년 이 지역에서 최대 800마리의 희귀 타파눌리 오랑우탄이 발견되었을 때 개발을 목표로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수마트라에서 환경 변호사가 ‘극히 의심스러운’ 사건으로 사망한 후 긴장이 고조되었다. 댐 건설에 반대했던 환경운동가, 골프리드 사이레가(Golfrid Siregar)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길에서 발견되었고, 쓰러진지 3일 만에 사망했다고 환경 운동가들이 말했다.

골프리드는 그동안 땅을 무단으로 점유하는 팜유 회사와 법적 분쟁을 치르는 지역 사회를 위해 활동해왔다. 현지 경찰은 활동가의 사인을 음주 운전으로 결론지었으나 고인의 가족과 동료들은 당시 그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경찰에 이의를 제기했다.

댐 건설에 반대하는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의 영장류 생물학 교수인 서지 위츠(Serge Wich)는 “바탕토루 댐 프로젝트에 대한 SDIC 파워의 지분에 대한 인식 부족을 통해 ‘책임 있는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부각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자들은 올바른 일을 하고 있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의심스러운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SDIC 파워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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