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팜유 수출을 중단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쿠라이나 침공 사건으로 식용유나 가공식품 재료로 쓰이는 팜유의 가격이 크게 폭등한 시점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의 발표는 전 세계 식품 시장에 또 한번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재무부장관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 해바라기씨유의 절반을 공급하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식량 부족 및 국내 물가 상승 야기를 우려해 내린 결정”이라며 “식용유 가격이 리터(L)당 1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 정부의 수출 금지조치가 완화되겠지만, 팜유 수출 금지는 당분간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팜유 수출 금지, 글로벌 시장 교란일까? 기후위기 완화될까?
세계 최대의 팜유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팜유 수출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약 4060만 톤의 팜유를 공급하고 있다. 네슬레는 2020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팜유와 팜커널 오일을 45만3000톤 구입했으며, 이탈리아 초콜렛 제조업체인 페레로는 전체 야자유의 10% 가량을 인도네시아에서 조달 받았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전 세계 식용유 가격과 소비재 시장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발표 직후, 식용유 가격은 5% 상승했으며 향후 단기적으로 10~15%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재, 포장 식품, 개인 관리 제조업체들 역시 팜유 가격 인상으로 수익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우려 속에서도 팜유 사용 제한에 대한 긍정적인 예측도 제기됐다. 팜유는 멸종위기에 처한 주요 서식지를 파괴한 주요 원인으로 오랫동안 손꼽혀 왔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제한으로 인해 팜유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 위기 영향력을 감축시킬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한 칼럼니스트는 ESG전문매체 트리플펀딧을 통해 이 같은 주장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나틴 코카 칼럼니스트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결정은 정치적이고 경제적 원인에 기인한 것이지, 환경 요인이 아니기에 기후 위기 감축에는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팜유는 열대 우림이나 이탄 지대에서 야자수 재배 방식, 주기 및 장소가 문제된다"며 “기후 위기 원인으로 지목되는 팜유는 식품에 사용되는 팜유가 아닌 운송용 바이오 연료”라고 말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는 팜유 생산 방식을 단일경작 야자유 농장으로 전환함으로써 온실 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에 속하게 됐다.
WWF의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일부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제품 포트폴리오에 100% 지속가능한 팜유 공급을 사용했지만 대부분은 바이오 연료 사용 의무화 정책으로 삼림 벌채를 통해 팜유를 공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환경단체인 '수송과 환경'(Transport and Environment)은 연구 결과를 통해 "팜유는 가솔린에 비해 온실 가스를 3배 이상 생산한다"며 "대부분은 팜유 공급을 위한 삼림 벌채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나틴 칼럼니스트는 "팜유가 기후 위기에 관해 최악의 원인일 수 있지만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라며 "카놀라, 옥수수, 콩, 설탕 등 기타 식량 작물도 연료가 발생되는 과정에서 배출량이 발생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결정은 팜유 공급망의 중단을 통해 전 세계 팜유 시장에 교란을 일으키는 데 불과할 뿐이라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바이오 연료 의무 정책도 또 다른 논쟁 거리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는 국내 운송 연료에 팜유 기반 바이오디젤을 30% 포함하라는 정책을 의무화했으며, 이 비율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틴 칼럼니스트는 "우크라이나 위기와 인도네시아 수출 금지는 지구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며 "전 세계는 충분한 식용유를 생산하는 대신 차, 트럭, 비행기 등 운송에 과도한 식용유 사용을 금지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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