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 농장 개간 위해 인도네시아 6만 헥타르 열대우림을 고의로 방화한 정황 드러나

항공사진, 위성자료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이 6만 헥타르 열대우림을 불법 개간한 사실이 밝혀졌다/픽사베이
항공사진, 위성자료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이 6만 헥타르 열대우림을 불법 개간한 사실이 밝혀졌다/픽사베이

 

'디포레스테이션(Deforestation)', 즉 산림 파괴는 기업의 공급망과 연관된 가장 핵심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는 단어다. 특히 식품기업들이 팜유 농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행위는 오랜 기간 글로벌 NGO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제는 비난으로 그치지 않고, 인공위성과 IT기술까지 동원해 이를 모니터링하고, 불법이 관찰될 경우 소송까지 불사한다. 

최근 BBC를 비롯해 해외 언론에서 비중있게 보도된 기업이 있다. 바로 인도네시아에서 팜유를 생산하는 대기업 '코린도(Korindo) 그룹'이다. '한국계'라는 타이틀을 단 이 기사에는 인도네시아 파푸아(Papua) 열대우림 지역을 방화하고 팜 플랜테이션을 불법 개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코린도그룹은 한국인 CEO가 운영하는 한국-인도네시아계 팜유 기업으로 대표적으로 성공한 한상(韓商)기업으로 꼽힌다. 30여 개의 계열사를 통해 목재, 중공업, 금융, 물류 등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팜유는 식품, 화장품, 세제 등을 생산하기 위해 활용되며, 코린도는 팜유 세계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 파푸아에 6만 헥타르(ha), 약 6억 제곱미터에 달하는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Greenpeace International)과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 연구기관인 포렌식 아키텍쳐(Forensic Architecture)는 인공위성을 통해 코린도 그룹이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의도적으로 방화한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포렌식 아키텍처는 건축 기법을 활용해 전 세계 인권침해, 기업-국가의 환경파괴 사례를 조사하는 연구기관이다. 항공사진과 위성자료, 데이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파푸아 지역 내 동인 프라바와(Dongin Prabhawa)의 개간 패턴을 살펴봤다. 산불 피해강도와 흐름을 분석하는 정규탄화지수(Normalized Burn Ratio: NBR)와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사진으로 고온지역을 점으로 표시한 핫스팟 데이터도 비교분석했다. 

포렌식 아키텍쳐 수석 연구원인 사마네 모피(Samaneh Moafy)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파푸아 지역 내 토지를 개간한 패턴과 화재 발생 패턴이 정확히 일치했다"며 “화재가 자연 발생했다면 패턴이 불규칙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파푸아 지역에서 화재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음을 발견해 그는 "고의적인 화재임"을 주장했다. 

코린도그룹은 이 같은 정황을 강력히 부인했다. 웹사이트를 통해 "화재는 극심한 건조로 인한 자연재해로 발생했거나 인근 주민들이 목재 더미에 숨은 큰 쥐를 잡기 위해 불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을 위해 토지를 개간하는데 불을 사용한 적이 전혀 없으며 앞으로도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마을 주민들은 코린도 직원들이 지난 몇 년 간 땅에 불을 지르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마을 주민 세프나트 마후제(Sefnat Mahuze)는 "코린도 직원들이 남은 목재를 모아 큰 더미로 쌓는 것을 보았다"며 "이후 그들은 휘발유를 목재 위에 부어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그린피스 동남아지부 산림운동본부장 키키 타우픽(Kiki Taufik)은 "코린도의 해명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시각적으로 증명된 조사 결과와 마을 사람들의 증언을 보면 코린도가 숲에 의도적으로 불을 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코린도가 팜유 생산을 위해 아시아 최대 열대우림을 고의로 불을 낸 정황을 목격한 원주민들의 증언/BBC

 

코린도의 방화 혐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캠페인 단체 마이티 어스(Mighty Earth) 등 비영리단체 연합은 보고서를 통해 코린도가 2013년부터 파푸아 북쪽에 위치한 말루쿠(Maluku) 지역에 있는 야자수 밭에서  최소 3억 제곱미터 규모 삼림을 벌채하고 900여 곳에 방화했다고 밝혔다.  

2017년 마이티 어스는 지속가능한 임업산업의 인증기관인 '산림관리협의회(FSC)'에 코린도그룹을 제소하기도 했다. FSC는 2년 간 조사를 거친 후, 2018년 코린도의 대규모 자연산림 개간에 대한 증거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코린도의 FSC 자격 박탈에 대한 권고도 있었지만 '위성사진에는 코린도 사업장 주변에 화재연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 증거만으로 의도적으로 토지를 개간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이유로  FSC 이사회가 이를 거부했다.

FSC 총괄디렉터 킴 카스텐슨(Kim Carstensen)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린도가 우리의 규정을 위반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며 "정책을 위반했다고 해서 앞으로 코린도와 아무일도 할 수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코린도의 회원자격 유지에 대해서도 "코린도가 앞으로 개선할 것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코린도는 성명을 통해 "원주민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했고, 사업장 허가를 위한 벌목비용을 인도네시아 정부의 결정에 따라 지불했다"며 "어떠한 인권침해 사실도 인정하지 않지만 주민들의 불편 접수를 받는 절차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대기오염, 대형 화재 위험성 등의 이유로 삼림에 불을 지르는 화전방식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린피스 산림운동 본부장 타우픽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열대우림 화재와 이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훼손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