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기술 붐이 또다시 일어나면서 재생에너지와 탄소 감축 기업에 수십억달러가 투자됐다. 청정에너지와 그린테크 분야 종사자들은 데자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5년 전 벤처 캐피털들은 이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특별 펀드를 시작했지만 시장이 위축되면서 사라졌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를 이끌고 있는 빌 게이츠는 세계 경제에 불어닥칠 어두운 시기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주 테크 크런치(Tech Crunch) 행사에서 “우리는 수년 동안 겨울을 겪을 것”이라며 “클린테크의 성공은 좋지 않은 타이밍에 이루어졌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시장이 소용돌이치면서, 업계 베테랑들은 실제로 충분한 돈을 벌고 있고, 역사의 반복을 피하려 더 넓고 깊은 재정적 후원자들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벌이는 브레이마르 에너지 벤처스(Braemar Energy)의 빌 리스 관리자는 “클린 테크 1.0으로 되돌리기에는 이미 많은 기득권이 생겼다”고 말했다.
15년 전 클린 테크에 첫 번째 물결이 일었을 땐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 전기차는 너무 비쌌고 기술력도 입증되지 않았다. 테슬라는 정부 융자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재생 에너지는 화석 연료보다 저렴하고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사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기도 하다.
벤처 캐피털 피브스 월(Fifth Wall) 피터 가즈도시 기후 책임자는 10년 전 영국의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 그린 펀드(Virgin Green Fund)에서 당시 최대 규모에 속하는 2억2000만달러(2840억원)를 운용했었다. 현재 가즈도시 책임자는 이 규모의 2배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 산업용 모터 및 시멘트 생산에서 탈탄소를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블룸버그NEF는 "전기 스쿠터나 비건 치킨 생산업체 등 기후기술 스타트업은 지난해 537억달러(69조원)를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15년 전과는 달리 대규모 자산관리자와 기업이 ESG 목표를 달성하거나 사회적으로 올바른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이는 첫 번째 클린 테크 붐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막대한 재정적 투자가 실현된 계기가 됐다. 2007년에 설립된 에너지 절약 솔루션 제공 기업 오파워(Opower) 짐 캡시스는 “이는 근본적으로 다른 변화”라고 짚었다.
앱, 암호화폐,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등 신(新) 테크 기업은 주춤할지 몰라도, 클린 테크는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견해도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스 가격 상승과 탄소 배출까지 포함한 진짜 가스 가격 논쟁이 재생 에너지에 프리미엄을 주면서다.
그렇지만 클린 테크가 피해에 면역을 길렀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 5월 투자자들은 ESG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벤처 캐피털, 사모 자본 시장 데이터 분석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클린 테크 부문 벤처 캐피털 펀딩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온 2022년이 오기 전부터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기후 스타트업에 현금을 좀 더 보수적으로 쓰라고 조언하고 있다. 적당한 규모를 유지하고, 서비스 품질을 올려 비즈니스 현실과 합치하는 기업 가치를 제시할 때라는 것이다. 오파워(Opower) 짐 캡시스는 “벤처 캐피털은 경기 악화에 따라 일부 기업에 자금을 더 이상 조달하지 않을 수 있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억달러(1200억원)를 모금한 새로운 기후 펀드 중 하나인 보이저 벤처스는 에너지 효율 소프트웨어와 탄소 없는 니켈 생산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등 클린테크에 투자해왔다. 보이저 벤처스의 공동 설립자인 사라 스칼라식은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은 특히 유럽에서 클린 테크 포트폴리오 가치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스칼라식은 “반복되는 경향은 클린 테크 투자가 옳은 길이라는 걸 계속 증명하고 있다”며 최근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투자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주 열린 테크 크런치 행사에서 클린 테크 투자에 대한 코스 변경이나 사이즈 조정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벤처 캐피털 피브스 월(Fifth Wall) 가즈도시 기후 책임자는 “많은 파트너들이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기업과 정부의 공약에 따라 여전히 기후 기금에 돈을 할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몇 LP들은 브레이크를 밝고 있지만, 15년 전 클린 테크 파탄 때만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가즈도시 책임자는 클린 테크가 시장 사이클을 벗어난 하나의 부문으로 안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는 인플레이션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바다가 따뜻해지고, 숲이 불타는 문제는 인플레이션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누군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