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사용 후 폐플라스틱으로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MZ세대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읽고, 직업 선택과 소비에 ESG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는 '그린워싱 탐사대'라는 이름으로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대학생 기자단을 꾸렸다. 임팩트온은 기후변화센터와 협력해 청년 기자단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OECD는 2022년 ‘전세계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단 9%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반면 플라스틱 생산량과 폐기물 발생량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 ‘ESG 시대, 폐기물 처리업의 주인은?’에 따르면, 폐기물 발생량은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증가하고 있기에 처리 수요와 처리 시장이 동반 성장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25년 23.7조원의 시장 규모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는데, 그 성장세를 반영하듯 다양한 스타트업이 새로운 기회를 바라보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런 스타트업들이 해외에서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과 환경 문제를 혁신이라는 언어로 해결하고 있는 해외 기업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플라스틱에 생분해성을 더한, 폴리매터리아(Polymateria)
'폴리매터리아'는 플라스틱을 새로운 소재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이라는 소재 자체에 대한 재정의를 시도한다. 폴리매터리아는 영국의 임페리알 칼리지 런던의 한 실험실에서부터 시작해, 대만 최대 기업인 포모사 플라스틱 그룹과 8500만유로(약 1169억원) 상당의 거대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포모사는 석유화학, 에너지, 전자, 자동차, 중공업 부문 등 수많은 계열사를 둔 대만 최대의 민간 기업이다. 이 계약으로 폴리매터리아의 기술이 추후 포모사의 제조 공정에 사용될 예정이다.
대만의 거대 기업이 반한 폴리매터리아의 기술은 무엇일까? 폴리매터리아의 핵심 기술은 플라스틱의 분자 구조를 자연 상태에서 스스로 분해되도록 바꾼 데 있다. 폴리매터리아는 분해가 잘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지금 추세로 배출된다면 2050년이면 72억 톤이 발생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 플라스틱 중 16억 톤은 육지에, 5억 톤은 땅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기존 폐플라스틱 수집 및 처리 시스템에서 벗어난 21억 톤의 플라스틱을 ‘도망자 플라스틱’(Fugitive Plastic)이라 규정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게 폴리매터리아의 목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들의 핵심 혁신기술 ‘바이오 트랜스포메이션’(생체 내 변환)에 기인한다. 식품의약안전처에서 발간한 ‘위해분석 용어 해설집’에 따르면, 생체 내 변환이란 생체계 내부에서의 화학적 화합물의 물질 변환이다. 보통은 생물체 내에서 발생한 독성의 찌꺼기들이 유독성이 덜한 물질로 전환 배설되도록 하는 역할과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개념을 플라스틱에도 적용했다.
플라스틱은 바이오 트랜스포메이션을 거쳐 기존의 난분해성 소재에서 대기, 습기, 빛, 미생물과 같은 자연적 요소에 의해 생분해될 수 있는 소재로 변환된다. 기존의 플라스틱 소재 분해는 미세플라스틱을 남겨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들의 신소재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이 아닌 기름이나 왁스와 같이 분해된다. 그리고 이는 자연에 아무런 해를 주지 않고, 박테리아나 버섯 균류 등에 의해 완전 생분해된다.
폴리매터리아의 기술로 새롭게 태어난 플라스틱의 경우, 얇은 비닐에 주로 쓰이는 폴리에틸렌 소재의 제품들은 약 226일, 폴리프로필렌(PP) 소재의 제품은 약 336일이면 아무런 잔해 없이 자연 속으로 사라진다. 각각의 소재는 기존의 공정에서는 분해되기 위해 폴리에틸렌(PE)은 12~32년, 폴리프로필렌은 20~30년이 소요되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심지어 비닐봉지에 주로 이용되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Low Density Polyethylene)의 경우 분해되기 위해 최소 500년에서 최대 1000년이 소요된다.
이러한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폴리매터리아는 차세대 지속가능 플라스틱 제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미국 소재 글로벌 폴리머 소재 제조업체 에비언트, 영국 사업 에너지 산업전략부(BEIS)를 비롯한 관·산·학 협업을 통해 자연에 전혀 위해를 가하지 않는 생분해성 ‘BSI PAS 9017’ 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플라스틱과 블록체인의 결합, 엠파워(Empower)
엠파워는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이용, 처리까지 더 투명하게 트래킹할 수 있는 시스템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엠파워는 전혀 다른 두 가지, 플라스틱 재활용과 블록체인 기술을 합친 노르웨이의 스타트업이다.
엠파워는 플라스틱이 수거돼 재활용되고, 소비자들이 이를 다시 소비하는 시스템 전반을 조명한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부터 처리까지 밸류 체인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추적하고, 드러낸다.
엠파워의 목표는 플라스틱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보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모든 과정을 드러냄으로써 밸류 체인 각 단계에서 소비자, 기업, 처리업체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은 시장에서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엠파워의 핵심 서비스는 세 가지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과정 트래킹 서비스를 기반으로 ‘엠파워 플라스틱 크레딧(Empower Plastic Credits), ‘엠파워 마켓 플레이스(Empower Marketplace)’, ‘엠파워 여권(Empower Product Passport)’ 을 제공한다.
엠파워 플라스틱 크레딧은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를 보증하는 일종의 토큰이다. 지역 플라스틱 수거자들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청소하면 플라스틱 토큰이 발생하고, 엠파워는 이에 대한 보증으로서 사진, 이야기와 증명서를 제공한다. 기업은 이를 구입함으로써 사회적 임팩트 창출에 기여하는 동시에 ESG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엠파워 마켓 플레이스는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 플라스틱의 발생부터 수거 및 운반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여 기업에게 믿을 수 있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공급한다. 엠파워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전 과정에 대한 문서화된 형식의 증명을 제공하며, 더불어 그것을 활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환경적인 부가 가치와 기업에서 절감하는 비용을 보여준다. 이는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안정화에 기여한다.
세번째 서비스는 엠파워 여권이다. 앞선 두 가지 서비스는 기업에게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증명을 제공했다면, 엠파워 여권은 해당 과정을 거쳐 생산된 재활용 제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여정을 소비자에게 공개한다.
엠파워 여권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이 어떠한 처리 단체에 의해 수거된 것인지, 운반 및 재활용 처리 후 어떻게 자신에게 도달했는지 플라스틱의 전 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안동욱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 기자
안동욱 청년기자는 연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문화인류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세 학문 간의 접점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 세대의 인간과, 그리고 비인간 존재들의 타협 속에서 안정적인 기업의 성장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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